원인도 몰랐던 아이 뇌전증…‘유전자검사(NGS)’ 받아보세요
원인도 몰랐던 아이 뇌전증…‘유전자검사(NGS)’ 받아보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8.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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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이지원·이지훈 교수 연구팀 연구결과 발표
NGS검사로 MRI검사 정상인 영아 뇌전증환자 원인유전자 발견
뇌전증 조기진단 및 환자별 적절한 약제선택, 예후 예측 가능

여러 질병의 진단·치료에 활용되고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검사(Next-generation sequencing, 이하 NGS검사)’가 영아 뇌전증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원·이지훈 교수 연구팀은 NGS검사로 생후 6개월 미만일 때 뇌전증이 발병한 영아환자 중 뇌 MRI가 정상인 환자의 약 50%에서 원인유전자를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NGS검사는 기존에 1~2개밖에 분석할 수 없었던 단일유전자검사와 달리 방대한 유전자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는 검사로 환자들은 보다 빨리 검사결과를 알 수 있으며 유전자변이가 발견된 경우 이를 타깃할 수 있는 적절한 치료제도 결정할 수 있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정상적인 신호전달체계가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비정상적인 신호 발생으로 몸의 움직임이 제대로 조절되지 못하고 근육이 경직되거나 떨리는 발작증상이 나타난다. 발병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뇌졸중, 뇌염, 외상 등 뇌손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알려졌다.

특히 뇌전증은 매우 어린 나이에 발생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일부 영유아환자 중에서는 뇌 MRI검사결과가 정상인데도 뇌전증이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보다 면밀한 진단방법을 찾고자 뇌전증으로 진단받은 2세 이하 영아환자 중 뇌MRI 검사결과가 정상인 환자 116명을 대상으로 NGS검사를 시행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령별 뇌전증 원인유전자를 찾은 ▲2세 환자는 34.5%(40/116명) ▲1세 이하는 39.6%(40/101명) ▲6개월 이하는 50%(36/72명)였다. 즉 더 어린 나이에 검사받을수록 원인유전자를 발견할 확률이 높게 나온 것이다.

또 뇌전증환자는 발달지연을 동반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어 연구팀은 이 여부에 따라 원인유전자를 발견할 확률을 조사했는데 ▲발달지연 환자는 36.4%(24/66명) ▲정상발달 환자는 32.7%(16/49명)으로 발달지연 환자와 정상발달로 확인된 환자 사이에 큰 차이는 없었다.

NGS검사는 소량의 혈액(3cc)으로 다수의 유전자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환자에게 시간과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것은 물론, 의료진이 환자별로 적절한 치료제를 결정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울러 이번 연구는 영아 뇌전증환자의 보다 효율적인 치료 길도 열었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과거 뇌 MRI가 정상인 경우에는 원인을 찾지 못한 ‘비증후성’ 또는 ‘원인 미상의’ 뇌전증으로 진단받고 경험적인 항뇌전증약제 치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하지만 NGS검사로 영아 뇌전증환자의 원인유전자를 발견해냄으로써 이에 맞는 적절한 약제를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예후가 좋은 양성뇌전증증후군 환자 13명을 조기에 진단, 이에 적합한 약제를 최단기간에 사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나중에 태어난 형제는 초기에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지원 교수는 “아직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환자가 50%가 넘는 것이 현실이어서 가야 할 길이 멀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가족성 유전체 연구 등을 통해 향후 더 많은 원인 유전자를 찾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더욱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원인유전자가 밝혀진 환자의 표현형을 발현하는 세포 모델을 제작해 치료제를 스크리닝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지훈 교수는 “어린 연령에 발작이 발생해 뇌전증으로 진단됐을 경우 부모님에게는 너무나 큰 일이고 가족 모두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며 “소아청소년과 임상 의사의 진단능력을 통해 뇌전증 원인유전자를 밝히면 치료약제 선택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고 앞으로 커가면서 어떠한 예후를 갖게 되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Molecular Genetics & Genomic Medicin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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