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수술로 이명 호전되는 원인 찾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수술로 이명 호전되는 원인 찾았다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08.10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성뇌간이식수술 받은 벨기에환자 5년간 추적관찰결과 발표
인공와우·청성뇌간이식 수술로 난청과 이명 개선
측해마 및 현저성 네트워크 부위 청성뇌간이식기기가 억제
송재진 교수는 “난청과 이명은 환자마다 치료법과 치료결과가 달라 수술로 호전될 수 있는 이명의 정도를 정확히 예측해 가장 적합한 수술 및 치료법을 시행해야한다”고 말했다.
송재진 교수는 “난청과 이명은 환자마다 치료법과 치료결과가 달라 수술로 호전될 수 있는 이명의 정도를 정확히 예측해 가장 적합한 수술 및 치료법을 시행해야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10일 본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가 지난 9년간 벨기에 앤트워프 대학 연구진과 함께 진행해온 연구를 통해 ‘인공와우 또는 청성뇌간이식수술로 이명이 개선되는 원인’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돌발성난청환자수는 9만471명으로 2015년(7만1411명)보다 26%가 증가했고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또 난청과 동반되는 이명으로 진료받은 환자수 역시 2013년 28만1300여 명에서 2015년 30만9000여명으로 2년 만에 약 10% 증가했다.

이명은 특정한 질환이 아니라 ‘외부 소리가 없어도 귀에서 소음을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을 말한다. 보통 난청으로 인해 중추신경계의 이상을 유발해 나타나는데 ‘삐-’ 하는 고음이나 ‘윙-’ 하는 잡음소리가 들린다. 

특히 한쪽 귀의 돌발성난청은 청력이 소실돼 난청에 대한 대뇌의 잘못된 보상으로 이명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이명이 지속되면 ▲우울감 ▲불안증세 ▲수면장애로 이어져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이런 일측성고도난청환자가 인공와우 또는 청성뇌간이식수술을 통해 청력을 개선하면 이명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존 연구들을 통해 많이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명증상이 호전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일측성 난청 및 심한 이명으로 인공와우와 청성뇌간이식수술을 받은 56세 벨기에 환자를 11년간 추적 관찰한 장기연구로 이명이 호전되는 기전을 대뇌 수준에서 규명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2008년 인공와우수술을 받은 이 환자는 와우(달팽이관)의 심한 골화(달팽이관 내부 공간이 염증으로 인해 골 조직으로 대체되는 현상)로 인해 전극을 일부만 삽입할 수 있었고 수술 후 난청 및 이명의 호전이 크지 않자 2013년 청성뇌간이식을 추가로 시행했다.

그 후 5년간의 추적 관찰 결과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음질의 정도는 보통단계까지 크게 향상됐다. 또 이명 정도를 평가하는 수치인 등급척도항목에서 8점(최고점)에서 4점으로 증상정도가 50% 감소해 난청과 이명 모두 크게 호전됐다.

더욱이 그 원인을 규명하고자 청성뇌간이식 기기를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 대뇌혈류를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통해 비교했다. 그 결과 청각기억을 담당하는 대뇌부위인 측해마와 이명증상을 중요한 감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현저성네트워크(외부 환경으로부터 들어온 자극·통증에 대한 정보를 감지해 신체적 반응을 나타낼 만큼 중요한 것인지를 선별하는 신경망)의 대사가 기기를 사용할 때 크게 저하됐다.

즉 청력 손실의 정도에 따라 이명의 주된 원인이 되는 측해마와 현저성네트워크 부위를 청성뇌간이식 기기가 억제해 이명이 호전되는 근거를 확인한 것이다.

이번 연구의 저자로 참여해 신경영상 분석을 담당한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는 “인공와우나 청성뇌간이식을 통해 이명이 호전되는 기전을 대뇌 수준에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가 크다”며 “하지만 이런 수술은 보존적인 상담 및 약물치료를 우선 충분히 시행한 후 적어도 6개월 이상 큰 효과가 없고 증상이 매우 심할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교수는 “난청과 이명은 환자 개개인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치료법과 치료결과가 모두 다르다”며 “수술로 호전될 수 있는 이명의 정도를 정확히 예측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 및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정밀의학적 치료 방향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송재진 교수는 이명의 발병 연령에 따른 대뇌 활성도의 차이, 이명 및 인공와우 환자의 대뇌 활성도 변화에 대한 기능적 신경영상 연구 등을 다수의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 역시 이과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이과학&신경이과학(Otology&Neurotology)’에 게재됐다. 

인공와우(CI, Cochlear Implantation)

인공와우이식술은 보청기를 사용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고도 이상의 감각신경성 난청환자에게 와우(달팽이관)의 나선신경절세포나 말초 청각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와우이식기를 이식해 대뇌청각중추에서 이를 소리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술을 말한다. 보청기로 적절한 기간 동안 청력 재활을 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 즉 와우 이식을 했을 때 얻는 이득이 보청기보다 클 때 시행하는데 환자의 청신경 기능이 남아있는 것이 증명돼야하는 전제조건이 있다.

청성뇌간이식술(ABI, Auditory Brainstem Implant)

청성뇌간이식술은 인공와우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인공와우로 청력회복이 어려운 감각신경성 난청환자를 대상으로 전기적 장치를 이식해 소리를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시술이다. 인공와우수술과 유사하지만 와우에 전기적 자극을 가하는 인공와우와는 달리 와우보다 상위기관인 뇌간(brainstem)이라는 곳에 전기적 자극기를 부착해 직접 자극한다는 차이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