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수치상승 및 코로나19치료제도 환자 예후에 영향
코로나19 감염을 특히 더 경계해야하는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대한 연구보고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 간 관련 온라인 학회 ‘The Liver Week 2020 Virtual Conference’에서 일부 간질환도 코로나19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간질환이 코로나19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연구결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간경변증환자,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
간질환과 코로나19 간의 연관성에 대한 그 첫 번째 연구결과는 간경변증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예후가 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경북의대 및 대구 경북지역 5개 의료기관 연구팀이 입원한 1005명의 코로나19환자를 대상으로 만성간질환자의 임상경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05명의 환자 가운데 47명은 만성간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이 중 14명에서 간경변증이 확인됐다.
유독 안 좋은 예후를 보인 군은 간경변증환자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간경변증환자는 중증폐렴 발생률이 4.5%로 그렇지 않은 경우(0.9%)보다 무려 5배 더 많았고 패혈성쇼크, 호흡부전, 신장부전 발생률이 더 높았다. 또 간경변증이 동반된 경우 중증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4.5배, 사망위험은 2.9배 더 증가했으며 결국 간경변증환자는 산소치료, 중환자실 입원, 급성 호흡부전 및 사망이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
연구팀은 “반면 만성B형·C형간염 등 만성간질환자는 코로나19 감염 시 예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점을 볼 때 이번 연구결과는 간경변증이 고령, 당뇨와 함께 코로나19의 중증도 및 사망률과 연관성이 있는 독립적인 위험인자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환자 중 간경변증을 동반한 경우 더 높은 중증도와 사망률에 이르는 만큼 간경변증환자는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특별히 주의해야하며 감염된 경우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수치 상승환자, 발열·호흡곤란 더 흔히 나타나
이번 ‘The Liver Week 2020 Virtual Conference’에서는 코로나19와 간수치 상승과의 연관성도 보고됐다. 즉 혈액검사에서 간수치 상승을 보이는 코로나19환자는 발열, 호흡곤란 등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난 데다 예후도 더 좋지 않았다.
대구가톨릭의대 손정은·김병석 교수팀은 대구 시내 5개 대학병원에서 874명의 코로나19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입원 중 간수치 상승을 보이는 환자와 정상 간수치를 보이는 환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간수치 상승을 보인 환자는 총 362명이었으며 이러한 증상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흔했고 특히 간수치 상승을 보이는 환자는 ▲발열(52.2% vs 39.9%) ▲호흡곤란(34.3% vs 19.6%) 등의 코로나19 증상이 더 흔하게 동반됐다고 밝혔다.
또 연구팀에 따르면 간수치 상승을 보이는 환자는 폐렴도 더 심하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입원기간 역시 더 길었으며(26일 vs 22일) 사망률도 더 높았다(12.4% vs 2.9%).
한편 입원 중 복용한 약제도 간수치 상승과 관련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간수치 상승을 보인 환자 중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등 항생제를 복용한 코로나19 환자군은 통계학적으로 유의하게 격리해제까지 걸리는 기간이 더 길었고 사망률도 더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에서 간수치 상승은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임상적 특징이며 이는 남성, 코로나19 중증도, 더 나아가 환자의 예후와도 연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이번 연구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는 약제들 또한 간수치 상승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한 바, 약제 사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한간학회 심재준 홍보이사(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더해 간질환자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줄 것”이라며 “앞으로 학회는 현재 최대 사안인 코로나19뿐 아니라 비만, 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대사질환 등 국민이 많이 앓는 질환과 간질환 간의 연관성을 꾸준히 연구하고 올바른 간 건강관리지침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로 인한 중증질환으로의 이환 또는 사망에 관련된 위험요소를 고령자, 만성질환(▲당뇨병 ▲고혈압 ▲심뇌혈관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만성신장질환 ▲면역억제 ▲암 포함), 흡연으로 규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