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관절출혈 잦은 왕가의 병 ‘혈우병B형’
[극복해요! 희귀질환] 관절출혈 잦은 왕가의 병 ‘혈우병B형’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8.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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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교체수술 필수, 방치해선 안 돼
A·B·C형으로 구분...B형, 전체의 17% 차지
보험급여 확대로 세계권고수준에 한발 더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일반적으로 출혈이 일어나면 혈관을 수축시켜 출혈속도를 늦춘다. 이후 혈소판이라고 불리는 혈액세포가 손상된 부위를 막기 위해 일종의 마개를 만든다. 문제는 혈우병환자들은 혈액응고인자 중 하나가 없거나 양이 적어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반적으로 출혈이 일어나면 혈관을 수축시켜 출혈속도를 늦춘다. 이후 혈소판이라고 불리는 혈액세포가 손상된 부위를 막기 위해 일종의 마개를 만든다. 문제는 혈우병환자들은 혈액응고인자 중 하나가 없거나 양이 적어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학창시절 저는 혈우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숨기기에 급급했습니다. 혹여 혈우병을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이나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기숙사생활을 했는데 주사를 맞을 장소가 없어서 아무도 없을 때 몰래 주사를 맞곤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혈우병에 관해 주변에 말했을 때 아무도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병을 당당하게 인정받아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은 친구들과 만나 그 당시를 회상하곤 합니다. <한 환자의 사연>

피가 잘 멈추지 않는 혈우병은 역사와 연관이 깊다. 혈우병보인자였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손녀가 러시아왕가로 시집가면서 러시아왕가로도 혈우병이 전해졌다. 이 때문에 혈우병은 ‘왕가의 병’이라고도 불려졌다.

혈우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내기능에 관해 알아야한다. 혈액은 동맥과 정맥, 모세혈관을 통해 온몸을 돌아다닌다. 이때 모세혈관이 손상돼 혈액이 혈관 밖으로 새어나오면 출혈이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출혈이 일어나면 혈관을 수축시켜 출혈속도를 늦춘다. 이후 혈소판이라고 불리는 혈액세포가 손상된 부위를 막기 위해 일종의 마개를 만드는데 이때 혈장에 포함된 많은 응고인자가 혈소판마개 위에 혈전을 만들어 출혈을 멈춘다.

문제는 혈액응고인자 중 하나가 없거나 양이 적은 경우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혈액응고인자가 없는 혈우병환자의 경우 출혈이 지속되는 것이다.

혈우병은 확률적으로 남성 5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혈액응고인자 이상의 종류에 따라 ▲혈우병A형 ▲혈우병B형 ▲혈우병C형 등으로 나뉜다. 한국혈우재단의 등록환자현황을 보면 전체환자 중 혈우병A형이 69.6%로 가장 많으며 혈우병B형이 17.3%로 두 번째다.

혈우병B형은 제9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발생하는데 발목, 무릎, 팔꿈치관절 등에 출혈이 자주 일어난다. 특히 관절출혈이 발생하면 연골기능장애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관절이 뻣뻣해지고 움직일 때 통증을 유발해 관절이 불안정해진다. 또 관절주변근육이 약해지면서 시간이 지나면 연골 대부분이 손상되기 때문에 관절교체수술은 피할 수 없다.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소아혈액종양과 한정우 교수는 “혈우병B형환자에서 출혈이 발생한 경우 출혈량과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처치를 시행해야한다”며 “먼저 출혈이 생긴 관절부위를 움직이거나 걸어서는 안 되며 압박붕대나 신축성 있는 스타킹으로 감싸 출혈량을 최소화하면서 관절을 지탱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유지요법으로 일상생활 가능한 ‘혈우병B형’

일반적으로 혈우병B형은 응고인자정맥주사를 통해 치료한다. 응고인자는 동결침전제, 응고인자농축제 등 여러 가지 치료제품으로 생산된다. 하지만 각 제품에 따라 부작용이 있어 사용 전 신중하게 다뤄야한다.

다행히 혈우병B형은 가정요법인 ‘유지요법’으로 관리 가능하다. 가정요법은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응고인자유지요법주사를 맞는 것이다. 따라서 혈우병B형환자는 가정, 학교, 직장 등 어디서든 응고인자주사를 맞을 수 있다. 단 주의해야할 점은 주사 후 최소 5분간 주사한 자리를 누르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제안되는 유지요법의 표준지침은 25~40IU/kg의 응고인자제제를 투여하는 것으로 혈우병B형환자의 경우 일주일에 2회 시행한다.

혈우병B형치료제는 지난해 1월부터 급여기준이 확대돼 많은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됐다. 용량증대가 필요한 경우 1회당 처방받을 수 있는 치료용량이 늘어난 것이다. 또 의사의 판단에 따라 병원방문횟수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급여기준 확대로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된 것은 중증혈우병B형환자다. 중증혈우병B형환자는 허가사항 범위 내 투여 시 종전 매월 총 7회분에서 월 1회 늘어난 ’8회분‘까지 투여 받을 수 있게 됐다.

한정우 교수는 “현재 세계혈우병연맹은 혈우병B형환자의 유지요법으로 25~40IU/kg 또는 13~30IU/Kg의 응고인자제제를 매주 2회 투여토록 권고하고 있다”며 “이번 보험급여확대로 우리나라도 세계권고수준에 한층 가까워진 만큼 혈우병B형환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기쁨을 토로했다.

혈우병B형은 제9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발생하는데 발목, 무릎, 팔꿈치관절 등에 출혈이 자주 일어난다. 특히 관절출혈이 발생하면 연골기능장애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관절이 뻣뻣해지고 움직일 때 통증을 유발해 관절이 불안정해진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혈우병B형은 제9혈액응고인자 결핍으로 발생하는데 발목, 무릎, 팔꿈치관절 등에 출혈이 자주 일어난다. 특히 관절출혈이 발생하면 연골기능장애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관절이 뻣뻣해지고 움직일 때 통증을 유발해 관절이 불안정해진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혈우병B형치료제 현황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식약처 허가를 받은 혈우병B형치료제는 ▲노나코그-알파(화이자 : 베네픽스주) ▲노나코그-감마(다케다 : 릭스비스주) ▲에프트레노나코그-알파(사노피-아벤티스 : 알프로릭스) 등 총 3가지다.

세계최초로 혈우병B형치료제로 인정받은 치료제는 화이자의 ’노나코그-알파‘다. 노나코그-알파는 1997년 미국 FDA승인을 받았으며 저용량에서 고용량(250IU~3000IU)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량으로 출시돼 환자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했다. 현재 노나코그-알파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유럽, 호주 등 주요국가에서 가장 많이 처방됐으며 다단계바이러스 안전성프로그램을 통해 HIV, 간염, 파보바이러스 등 혈액매개감염질환 예방효과도 있다.

이밖에 사노피-아벤티스의 ’에프트레노나코그-알파‘도 주목할 만하다. 에프트레노나코그-알파는 식약처로부터 ▲출혈억제 및 예방 ▲수술전후 관리(외과적 수술 시 출혈억제 및 예방) ▲출혈빈도 감소 일상적 예방요법을 위한 치료제로 허가받았으며 약물지속시간이 길어 기존 정맥주사횟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혈우병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여러 가지 치료제가 개발된 상태이며 최근에는 유전자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치료제의 장점은 약물지속시간이 길어 보충요법이 아닌 예방요법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현재 유전자치료제는 ▲화이자 ▲테라퓨틱스 ▲이수앱지스 ▲사노피-아벤티스가 개발 중이다.

*다음 기획기사는 ‘척수성근위축증’입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5번염색체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극(極)희귀질환입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영유아사망률이 높은만큼 조기치료가 매우중요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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