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혈액검사로 노인우울증 예측할 수 있어”
“간단한 혈액검사로 노인우울증 예측할 수 있어”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08.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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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혈구 모양과 농도변화로 뇌기능 저하 및 우울증 예측
혈액 이상 수년간 축적된 노년여성 우울증 위험 높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는 “노년기에 뇌기능 보호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균형잡힌 영양섭취 및 운동 등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해야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는 “노년기뇌기능 보호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균형잡힌 영양섭취 및 운동 등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해야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18일 본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와 초고령사회의료연구소 오대종 교수 연구팀이 혈액 속 적혈구 모양과 크기 변화로 노인우울증 발병위험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최근 개발된 우울증 예측 생물학적표지자(바이오마커)들은 높은 검사비용으로 임상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반면 ‘적혈구지표’는 비용부담이 없고 간편한 혈액검사만으로 우울증 발병위험을 알아낼 수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혈액 속 적혈구는 뇌를 비롯한 다양한 장기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세포다. 적혈구는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모양 ▲적절한 크기 ▲탄력성이 유지돼야 뇌모세혈관 깊숙한 곳까지 이동해 원활한 산소공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적혈구지표가 증가하면 적혈구가 특유의 모양을 잃어 둥그렇게 변한다. 또 크기가 커지고 탄력성이 떨어져 작은 자극에도 쉽게 손상된다. 이런 적혈구 변화는 뇌로 가는 산소공급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뇌기능 저하, 우울증 발병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노인 혈액 속 적혈구의 변화를 통해 우울증을 예측하고자 60세 이상 한국인 4451명을 대상으로 일반혈액검사를 실시했다. 혈액검사를 통해 적혈구지표를 측정하고 노인우울증 발병위험과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약 4년간 추적관찰했다. 

연구팀이 이용한 적혈구 지표는 ▲평균 적혈구용적 ▲평균 혈구혈색소량 ▲평균 혈구혈색소농도며 수치에 따라 상위, 중위, 하위그룹으로 분류했다. 

적혈구 지표에 따른 삼분위 그룹 분류(그림1)
적혈구 지표에 따른 삼분위 그룹 분류(그림1)

연구팀에 따르면 그 결과 남성의 경우 ‘평균 혈구혈색소농도’가 가장 낮은 하위그룹에 비해 가장 높은 상위그룹은 우울증 진단위험이 1.95배 높았고 여성의 경우 1.5배 높았다. 또 남성은 ‘평균 혈구혈색소량’이 가장 높은 상위그룹에서 4년 이내 우울증 발병확률이 하위 그룹 대비 1.8배 높았고 여성은 2.7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균 혈구혈색소량’이 상위그룹 수준까지 증가하거나 유지되는 경우 남성은 우울증 발병위험이 2.3배, 여성은 3배까지 높아졌다. ‘평균 적혈구용적’이 상위그룹 수준까지 증가하거나 유지됐을 때 남성은 우울증 발병위험이 4.5배, 여성은 무려 6.3배까지 증가했다. 

노인우울증은 단순 기분변화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삶의 질과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신체질환악화와 사망률 증가까지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노인우울증은 젊은 사람들과 달리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분명하지 않고 양상도 다르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고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생물학적표지자를 발견하고자 그간 꾸준한 시도가 이뤄져왔다. 

적혈구 지표별 우울증 발병위험 비교(그림2)
적혈구 지표별 우울증 발병위험 비교(그림2)

초고령사회의료연구소 오대종 교수는 “적혈구처럼 피를 구성하는 세포의 변화가 어떤 기전을 통해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야한다”며 "일반혈액검사를 실제 의료현장에서 우울증 진단 및 예측에 직접 활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는 “노년기에 겪게 되는 여러 만성질환이 혈액의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여성은 혈액 이상이 수년간 축적돼 뇌기능 저하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검진과 함께 균형 잡힌 영양섭취, 운동 등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D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최근 호에 게재됐다. 또 보건산업진흥원과 질병관리본부 지원으로 2009년부터 진행 중인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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