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싫은 혈관 툭? 몰라도 너무 모르는 ‘하지정맥류’
보기 싫은 혈관 툭? 몰라도 너무 모르는 ‘하지정맥류’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8.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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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정맥류 인식조사결과, 70% 이상 질환명만 알아
방치 시 혈전, 색소침착, 피부경화증 등 합병증 유발
미용문제라는 인식 버리고 신속히 진단·치료받아야
하지정맥류는 방치하면 다양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것으로 조사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정맥류환자가 최근 5년 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약 15만명이었던 하지정맥류환자는 지난해 21만명 이상으로 42% 이상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질환에 대한 인지도다. 대한혈관외과학회와 대한정맥학회 공동 조사결과 성인 10명 중 7명(74%)이 하지정맥류라는 질환명만 알고 있을 뿐 증상과 원인, 치료법 등 정작 중요한 정보는 모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정맥류, 정확히 어떤 질환?

심장에도 혈액역류를 막아주는 판막이 있는 것처럼 정맥 내에도 수많은 판막이 존재한다. 특히 하지(다리)정맥은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혈액을 운반한다. 종아리 근육의 펌프작용으로 혈액을 밀어 올리면 판막이 역류를 막아 심장으로 잘 흘러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상동 교수는 “하지만 만일 혈관 탄력이 줄어 정맥이 넓어지고 판막도 약해지면 혈액 역류가 일어나고 그 결과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피가 역류에 다리에 고이게 된다”며 “피의 양이 증가하면서 혈관이 늘어나고 정맥압력도 함께 상승해 다리의 무거움, 쥐, 부종이 발생하고 심하면 혈관이 밖으로 돌출되는데 이것이 바로 하지정맥류”라고 설명했다.

심장을 향해 올라가야 할 피가 다리에 고이면 혈액 양이 증가해 혈관이 늘어나고 심하면 혈관이 밖으로 툭 튀어나온다. 하지만 모든 하지정맥류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리 무거움, 저림, 부종 등 다른 하지정맥류의 증상에도 경각심을 갖는 것이 좋다.

■혈관돌출 경험, 실제론 절반 이하

하지만 모든 하지정맥류환자가 다 똑같은 증상을 겪는 건 아니다. 특히 대표적인 하지정맥류 증상으로 알려진 혈관돌출이 그렇다.

대한혈관외과학회와 대한정맥학회가 일반인 900명과 환자 124명 등 총 102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혈관돌출을 경험한 하지정맥류환자는 전체의 절반 이하에 그쳤다.

하지정맥은 크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심부정맥과 피부 가까운 곳에 위치한 표재정맥이 있으며 이 둘을 이어주는 관통정맥으로 이뤄져있는데 이 관통정맥의 판막에 이상이 있으면 혈관이 튀어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또 피부 가까운 곳에 위치한 표재정맥이라도 판막기능에만 문제가 있으면 혈관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미용문제라 여기고 병원방문도 미뤄

하지정맥류를 단순히 미용문제라고 여기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혈관돌출이 발생한 경우 다리에 튀어나온 혈관이 보기 흉하다고 생각해 이를 없애려는 미용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병원방문조차 안 하는 경우다. 혈관돌출처럼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안 나타나는 하지정맥류환자들은 밤에 다리가 무겁고 쥐가 나는 등의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겉으로 티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 방문을 미루고 있었다.

실제로 대한혈관외과학회와 대한정맥학회의 설문조사결과 하지정맥류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응답자의 41%는 처음 불편함을 느낀 후 병원을 방문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이상의 비율도 20%에 달했는데 초반에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이유로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57%) ▲일시적인 증상이라서(32%)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32%) 등을 꼽았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윤상섭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지속적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진행성질환이라 방치할 경우 수면방해 등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혈전, 색소침착, 피부경화증 등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불편한 증상을 느꼈을 때 재빨리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 진단·치료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정맥류는 임신과 여성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보통 여성에서 2~3배 더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 스키니진, 레깅스, 하이힐 등이 다리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면서 하지정맥류가 발생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확한 진단 후 알맞은 치료 받아야

하지정맥류는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으면 얼마든 자신에게 알맞은 치료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부산대병원 외과 정혁재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혈관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신속하게 질환 유무를 진단할 수 있다”며 “이후 약물치료, 수술 등 환자 상태에 적합한 방법으로 치료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로 해결할 수 있지만 심한 경우 수술을 고려해야한다. 수술적 치료방법에는 원인정맥 내에 뜨거운 열을 가해 치료하는 레이저 정맥폐쇄술과 고주파정맥폐쇄술 또는 피부를 절개해 원인 정맥을 제거하는 발거술 등이 있다. 최근에는 신경손상, 멍, 통증 등 열 치료의 단점을 보완한 비열치료법도 등장해 치료 폭이 넓어졌다.

부산대병원 외과 정혁재 교수는 “무엇보다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하지정맥류를 미용상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태도”라며 “하지정맥류환자는 물론 일반인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지정맥류는 오래 서 있는 직업군에서 발생위험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직업에 종사한다면 특히 다리 꼬는 자세나 굽이 높은 신발, 스키니진이나 레깅스처럼 조이는 옷을 피하는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취침 시 발아래 베개를 받쳐 심장보다 다리를 높게 올리고 수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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