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은 질병입니다”
“도박중독은 질병입니다”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08.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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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부족 아닌 뇌기능장애
주변환경 조성…가족역할 중요
도박중독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고칠 수 없는 질병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계획을 세워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도박중독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고칠 수 없는 질병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계획을 세워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어렸을 때 인형뽑기 한번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온라인게임 확률아이템, 판치기게임 등 사행성게임에 쉽게 노출돼있다. 전문가들은 도박에 쉽게 빠지는 이유를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2019년 도박중독으로 센터를 찾은 4974명 중 20대 1563명(31%), 30대 1702명(34%)로 20~30대 비중이 가장 높았다. 10대도 458명(9.3%)이었다. 

도박을 접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도박중독자 대다수는 청소년기에 사행성게임을 접하다가 금전적 여유가 생기는 성인이 되면서 중독에 빠진다.  

도박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빠지는 과정은 연령과 계층별로 차이가 있다. 친구를 대신해 베팅했다가 성과가 좋아 도박을 시작한 고등학생, 내무반에서 불법도박을 하는 동료를 보고 시작한 군장병, 대학등록금을 환불받아 잃은 돈을 회수하고자 베팅한 대학생, 취업 후 월급과 대출금으로 도박하는 사회초년생까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자제할 수 없는 도박중독에 빠져 겪는 문제는 모두가 같다.   

도박중독자 대다수는 자신의 중독을 인정하지 않고 설령 인정한다 해도 자기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박중독은 의지만으로는 고칠 수 없는 ‘질병’으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홈페이지에서 도박중독여부 자가진단을 위한 도박문제선별검사를 할 수 있다(출처=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홈페이지에서 도박중독여부 자가진단을 위한 도박문제선별검사를 할 수 있다(출처=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치료 필요한 질병, 도박중독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도박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925명에서 2019년 1491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2019년 전체환자의 약 70%(1043명)가 20~30대였다. 

도박중독은 의지부족 때문이 아니라 생물학적 조절능력을 잃은 ‘뇌기능장애’로 나타나는 병이다. 도박에 중독되면 내성과 금단증상이 생기고 ▲우울증 ▲대인기피증 ▲자해 ▲대인관계문제 등으로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도박중독판단기준으로 도박중독진단도구(DSM-5)가 있다. 내성, 금단, 조절실패, 집착 등 9가지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해당되는 사항에 따라 경도(4~5개), 중등도(6~7개), 고도(8~9개)로 구분한다. 병원에서는 약물치료(우울증치료제, 갈망해소제 등)와 인지행동치료를 하고 익명도박중독자모임(GA)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는 “병원에서는 약물치료뿐 아니라 집단치료, 동기강화훈련, 가족교육 등 다양한 치료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며 “도박중독치료의 첫 단계는 도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삶을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중독자들은 본전만 찾으면 그만두겠다는 ‘보상심리’와 다음에는 딸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쉽게 도박을 끊지 못한다. 특히 대부분은 “나는 저 정도는 아니다”라거나 “조절할 수 있다”고 합리화한다. 또 ‘도박중독자=패배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숨기기도 한다. 

도박중독에 완치란 없다. 하지만 평생 관리한다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어 치료와 관리에 적극 나서야한다. 병원을 통해 약물치료를 받거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통해 상담, 재활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지역 익명도박중독자모임도 도움이 된다. 이 중 본인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특히 도박중독은 재발이 쉽다. 주변에서 돈 땄다는 소리를 듣거나 용돈부족으로 돈을 벌겠다는 등 본인만의 유혹상황이 있다. 상담을 통해 대처방법을 고민해야한다. 회복 후에도 꾸준한 관리는 필수다. 

무엇보다 가족역할이 중요하다. 도박중독자 입장을 대변하거나 돈을 대신 갚는 것은 문제해결이 아니라 다시 도박에 빠지게 하는 행위다. 즉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게 하고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켜봐야한다. 또 유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변환경을 바꿔줘야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치유팀 최혜정 주임은 “사회에서 도박중독을 극단적으로만 다루다보니 도박중독을 더 감추거나 쉽게 절망감을 느낀다”며 “예방활동이나 미디어를 통해 도박중독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 적극치료에 나설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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