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세계 첫 바늘 없는 주사기…JSK바이오메드 ‘미라젯’
[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세계 첫 바늘 없는 주사기…JSK바이오메드 ‘미라젯’
  •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desk@k-health.com)
  • 승인 2020.08.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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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흔히 피부구조를 가장 알기 쉽게 설명할 때 벽돌과 회반죽의 모델을 든다. 가지런하게 놓인 벽돌(피부세포)을 서로 견고하게 이어주기 위해 사이사이에 회반죽(지질;피지)을 채워 놓은 담벼락모습이 피부구조를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로 인해 친지질성 물질에 비해 입자가 큰 친수성 물질은 좀처럼 피부를 통과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이라도 인체에 들어와야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특히 경피약물전달법(피부를 통한 약 투여방법)은 전신부작용을 줄이고 소화장애가 적다. 또 대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효과를 볼 수 있어 간이나 신장문제가 있어도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경피약물전달법은 각종 피부질환치료, 백신, 유전자나 세포외소체(엑소좀) 전달, 화장품 침투 등에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특수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는 친수성인 약이 친지질성인 피부를 통해 흡수되기란 어렵다.

가장 흔한 경피약물전달법은 파스나 니코틴패치처럼 농도차이에 따라 전달하는 것이지만 물리적 변형, 전기적 차이, 압력 등을 이용한 방법이 나오고 있다.

먼저 물리적 변형을 이용한 방법은 피부에 작은 흠집(손상)을 만들고 여기에 약을 침투시키는 방법으로 ‘마이크로니들’이라고 알려졌다. 쇠침이 주로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녹는 바늘을 이용해 바늘자체에 약을 같이 넣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전기적 방법으로는 전기영동이 많이 사용되는데 액체성분인 약의 전기적 극성을 이용해 같은 극끼리 서로 밀치는 원리로 피부에 침투시키는 방법이다. 피부과에서는 기미치료에 비타민C 흡수를 촉진시키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된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압력이용방법은 순간적으로 압력을 증가시켜 공기총처럼 약을 쏘는 방법이다. 가스나 공기압이 많이 사용되지만 미세한 압력조절이 쉽지 않아 약이 비교적 많이 주입되고 일률적이지 않다. 게다가 통증도 심하고 주입속도가 1~2초에 1회 정도로 빠르지도 않다.

미라젯의 기술. 노즐의 윗방에 초점이 맞춰져서 레이저가 폭발하게 되면 그 압력으로 가운데의 판막이 밀려나고 아래방에 있는 약물이 주입되는 기술이다.
미라젯의 기술. 노즐의 윗방에 초점이 맞춰져서 레이저가 폭발하게 되면 그 압력으로 가운데의 판막이 밀려나고 아래방에 있는 약물이 주입되는 기술이다.

통증 없이 미세하게 양을 조절하면서 빠른 속도로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세상에 없던 신기술을 이용한 ‘미라젯’이라는 의료기기가 개발돼 화제다. 필자는 개발초기 이 기술을 접하면서 함께 연구에 참여하는 한편 201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세계 최초로 라이브시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JSK바이오메드 미라젯은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세계 최초로 개발된 치료용 기기이다 보니 품목분류부터 허가에 이르기까지 꽤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와 유럽 CE인증을 받았다. 곧 미국 FDA에도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미라젯의 원리는 압력을 이용해 약을 주입하는 방식은 같지만 기압이 아닌 레이저를 조사해 압력을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 따라서 한층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쬐는 순간마다 압력이 발생해 훨씬 빠르게 반복적으로 주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미라젯노즐 내부는 2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고 레이저가 물이 든 윗방에 초점을 맞춰 폭발하면 이때 발생된 압력으로 가운데 가로지르는 판막을 아래로 밀어 아랫방의 약물을 주입하는 원리다.(사진)

기존레이저에 노즐만 추가 장착해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미라젯은 초당 10~40회의 빠른 속도로 마이크로리터 단위의 정밀한 양을 주입하기 때문에 통증이 거의 없어 ‘바늘 없는 주사기’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실제로 필자의 유럽 시연 시 마취 없이 시술받은 유수의 제약회사 임원들 역시 통증이 없다는 사실에 무척 놀랬던 것이 기억난다.

돼지피부에 잉크로 한 실험에서 정상적으로 피부에 침투된다는 것과 젤라틴 연속주사실험을 통해 일정한 간격과 깊이로 주입됨을 확인했다. 필자는 시제품이 만들어진 후 실제로 잘 작동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미간에 보툴리눔톡신을 주입해봤는데 주사기로 주입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났다. 앞으로 새로운 과학기술을 이용한 경피약물전달법이 더욱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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