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유명무실 ‘위험분담제’ 문턱부터 낮춰야
[극복해요! 희귀질환] 유명무실 ‘위험분담제’ 문턱부터 낮춰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8.27 0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종진단 받기까지
막대한 병원비·시간소요
비싼 약값에 치료도 난항
정부는 2013년 희귀질환자의 의약품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위험분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희귀질환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는 2013년 희귀질환자의 의약품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위험분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희귀질환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에서 희귀질환은 환자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질환을 말한다. 문제는 희귀질환자가 매우 소수인데다 대부분이 유전성질환인 만큼 진단하기까지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발간한 ‘국내 희귀질환현황 분석 및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희귀질환자의 16.4%가 최종진단을 받기까지 4개 이상의 병원에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진단까지 10년 이상 걸린 환자도 6.1%에 달했으며 환자의 45%는 증상발생에서 진단까지 1000만원 이상의 의료비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사 병명진단을 받았다고 해도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에 난항을 겪는다.

국회는 2015년 희귀질환을 공공부문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영역으로 판단, ‘희귀질환관리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법령제정 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제공급문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희귀질환치료제 5%에 불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의 희귀질환은 약 7000종에 달하지만 이 중 5% 남짓한 질환만 치료제가 개발됐다. 문제는 치료제가 있더라도 경직된 제도로 인해 식약처 허가나 보건복지부 급여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즉 희귀질환자들에게 치료제는 아직도 ‘그림의 떡’인 셈이다.

또 희귀질환의 80%는 유전성·선천성이기 때문에 가족 전체가 희귀질환 때문에 막대한 의료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희귀질환자는 사보험 가입도 어려워 정부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희귀질환자의 의약품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위험분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희귀질환의 특수성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년간 위험분담제로 급여를 신청한 희귀질환치료제 14개 중 급여등재에 성공한 것은 ▲솔라리스 ▲니글라자임 ▲피레스파 등 3개에 불과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원은 "우리나라 희귀의약품 관련 정책은 의약품을 기준으로 급여를 꾸준히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왔다"며 "향후 정책의 방향은 환자 중심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고 희귀의약품 사용의 적정성과 재정투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나긴 실제 환자급여과정

호주는 세계적으로 환자에 대한 희귀의약품 급여과정이 잘 이뤄진 국가다. 호주에서는 보험급여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팩스로 전달하면 짧으면 하루, 길면 3일 이내에 심사결과에 관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심사위원회에서 환자조건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급여거절판정을 받아도 추가검사결과 등 자료를 첨부해 재신청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호주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긴 시간이 소요된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의 신약허가기간에 대한 조사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에 대한 희귀의약품 급여허가기간은 2014년 152일에서 2017년 242일로 늘어났다.

게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행하는 사전승인회의는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만 개최된다. 이로 인해 진행성질환인 척수성근위축증처럼 치료가 늦어질수록 급격한 증상악화와 사망위험이 있는 희귀질환자조차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문종민 회장은 "긴급도입이 필요한 미충족 의학적 요구가 높은 의약품에 대한 별도절차 없이 선입선출원칙에 의해서만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미충족 의학적 요구가 높은 질환자들의 신약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허가절차와 구분되는 우선심사제 활성화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