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예방캠페인] 전염병의 역사와 우리의 대응
[감염예방캠페인] 전염병의 역사와 우리의 대응
  •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 (desk@k-health.com)
  • 승인 2020.08.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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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

전염병의 역사는 문명의 탄생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은 농업혁명으로 시작된 문명시대에 들어서면서 일정한 곳에 정착해 무리를 이루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은 전염병 창궐에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전염병은 염소나 양,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들이 가진 병원균이 사람에게 옮겨지면서 발생하는데 일정한 곳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그 무리의 모든 사람이 같은 병에 걸릴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 도시의 발달이 문명을 주도했고 교역로를 따라 형성되기 시작한 도시들을 근간으로 국가를 넘어 제국이 만들어졌다. 이는 물품 교환뿐 아니라 병원균 전파에도 아주 좋은 여건이 됐고 아무리 강성한 국가나 제국도 전염병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예를 들어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문명을 이끌었던 그리스와 로마 모두 전염병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세력이 약화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의학기술이 발달하지 못했을뿐더러 사람들이 균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대처방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14세기 페스트의 대유행을 겪었던 유럽에서는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면서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전염병이 시작됐다. 콜레라와 발진티푸스 등의 전염병은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유럽을 다시 죽음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영국의 에드윈 채드윅은 도시 지역에는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의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역설했고 이에 영국 의회는 1848년 공중 보건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곧 영국의 급수 및 하수 처리 성과로 이어졌다.

1855년에는 존 스노우의 콜레라 연구보고서가 발간되면서 콜레라가 오염된 물에 의해 전염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생활환경과 질병의 상관성이 비로소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연구는 위생과 건강의 상관성을 증명했고 질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생환경을 조성해야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코로나19 발병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의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2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 불길한 전망도 있다.

백신이 여러 나라에서 개발되고 있어 결국 종식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백신으로 인한 항체 생성은 지속적이지 못해 유행이 종식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는 전략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일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효과가 있다고 해도 현재는 방역체계와 치료체계를 잘 갖춰 최소의 발생과 최소의 건강피해를 목표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전염병의 유행, 그리고 기후변화나 대기오염 같은 환경적 재난 등이 일상화해도 이를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의료체계와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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