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고지혈증약 복용하면 당뇨병 생길 수 있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고지혈증약 복용하면 당뇨병 생길 수 있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8.28 2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김미진(가명) 님은 밝은미소약국에 자주 방문하는 환자입니다. 처방 조제뿐 아니라 평소 궁금한 점이 있을 때도 방문하시죠.

“네, 말씀하세요.”

“다름 아니라 지난 정기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수치가 높게 나왔는데요. 병원에 갔더니 고지혈증약을 먹으라는 거예요. 그런데 얼마 전 뉴스에서 고지혈증약을 먹으면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 먹어도 되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지난해 고지혈증약 ‘스타틴계 약물’을 복용하면 당뇨병위험이 높아진다는 뉴스1가 있어 논란이 된 적이 있었죠.

“네, 그런 뉴스가 있긴 했는데요. 그게 모든 사람에서 나타난 것은 아니고 당뇨병위험 상태에 대한 기초조사 없이 통계적 내용으로 나온 거라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네요. 최근에 나온 기사를 보면 일부 성분은 당뇨병 유발과는 크게 상관없다2고도 하거든요. 콜레스테롤수치가 높으면 운동·식이요법에 중점을 둬야하지만 약까지 필요하신 정도라면 처방받는 것이 건강에는 더 유익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요? 일단, 알겠습니다.”

김미진 님은 뉴스에 나왔던 소식이 계속 마음에 걸렸는지 편치 않은 표정으로 약국 밖으로 나섰습니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안에 총콜레스테롤(주로 LDL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증가된 상태를 말하거나 HDL콜레스테롤이 감소한 상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고지혈증(혈중 지질성분이 높은 상태)이나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상지질혈증’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심혈관계질환 발병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하면서 LDL콜레스테롤을 저하하는 약을 복용해야합니다.

고콜레스테롤혈증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은 ‘스타틴계’입니다. 제품명은 리피토, 조코 등 다양하지만 성분으로는 ‘OOO스타틴’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알아보기 쉽답니다.

스타틴계 약물은 간에 있는 효소에 작용해 콜레스테롤 합성을 막습니다. 콜레스테롤은 먹는 음식에서도 공급되지만 간에서 더 많이 만들어집니다.

콜레스테롤이 혈액 내에 많아지면 식이조절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습니다. 넘쳐나는 LDL콜레스테롤은 산화되기 쉽고 산화된 LDL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늘러 붙으면 염증을 유발합니다. 염증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혈관 벽이 단단해지고 부풀게 되는데 이것이 심해지면 혈관을 막습니다. 물론 혈전도 쉽게 생깁니다.

이처럼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혈관건강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어 콜레스레롤 합성을 막는 스타틴계 약물을 복용해 심혈관계질환 발생위험을 낮추는 것입니다.

그런데 스타틴계 약물은 이전부터 부작용 논란이 계속 돼왔습니다.  특히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당뇨병 유발 가능성은 2008년 처음 문제제기가 시작된 이후 꾸준하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2012년 미 FDA는 스타틴계 약물들의 설명서에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를 늘릴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추가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사실상 당뇨병 유발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죠. 이후 많은 연구에서도 스타틴계 약물을 복용하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345

그럼 스타틴계 약물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직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만 하버드 의과대학 Om P. Ganda 박사는 《Statin-induced diabetes: incidence, mechanisms, and implications[version 1; referees:2 approved]》6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스타틴계 약물은 인슐린 감수성을 저하시켜 당 사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세포에 인슐린이 작용하면 혈액에 있는 당분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여 사용합니다. 인슐린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인슐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라고도 부르지요.

인슐린 저항성은 혈액에는 당이 넘쳐나지만 세포는 정작 당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당뇨병의 대표적인 발생원인인 이유입니다. 사용되지 못한 당은 지방조직에 쌓여 버립니다.

둘째,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면 콜레스테롤뿐 아니라 생존에 꼭 필요한 다른 물질의 합성도 막게 됩니다.

돌리콜, Co-Q10, 비타민D 등도 콜레스테롤 합성 과정에서 생성되지요. 이런 성분들의 부족은 췌장 세포의 손상 및 기능 저하를 일으켜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만일 콜레스테롤 합성 저해제를 드신다면 추가로 Co-Q10, 비타민D 등은 보충하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이는 체내 합성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스타틴계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체중 증가율이 높았다고 합니다. 스타틴계 약물이 살을 찌운 것이 아니라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식이조절이나 운동을 덜 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칼로리 과다섭취와 운동 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당뇨병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됐습니다. 아무래도 약을 먹으니 안전하다는 생각에 좀 더 무분별한 생활을 한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그렇다면 정말 스타틴계 약물을 복용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전문가에 따라 의견이 나뉩니다만 스타틴계 약물이 항염작용과 혈관질환 예방 등을 통해 심혈관질환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김대중 아주 의대 교수는 의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타틴이 혈당을 직접 낮추지는 않지만 고지혈을 완화하거나 콜레스테롤수치를 내리고 염증을 억제하면서 당뇨병 발병률을 높인다는 부정적인 영향과는 상관없이 합병증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초기부터 스타틴을 적극적으로 처방해야하며 특히 한국은 처방율이 낮기 때문에 처방을 늘려야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7

또 최근에는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스타틴계 약물 중에서 피타바스타틴의 경우 3년을 복용하더라도 3% 정도로 당뇨병 유발율이 낮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8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처방 중 하나인 아토르바스타틴 유발률이 8.4%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정도의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으면서 당뇨병 고위험군이라면 피타바스타틴을 1차적으로 선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어떤 약이라도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어 가능한 수준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죠. 스타틴계 약을 복용하고 생기는 혈당 상승 요인은 현대의학적으로 제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대부분의 의견입니다.

오히려 약을 복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혈관질환이 생명에는 더 큰 위협요소가 될 수 있어요.

정보가 많아지고 또 얻기도 쉬운 시대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단편적인 정보를 보고 약에 대한 거부감을 먼저 갖기보다는 전문가와 상의해 종합적인 판단을 해보는 열린 자세가 더욱 필요하겠습니다.

1) “고지혈증약 스타틴, 당뇨병 위험 2배↑” 연합뉴스 2019년 6월 26일 기사

2) “고용량 스타틴 ‘리바로’, 당뇨병 부작용 없이 고지혈증 치료” donga.com 2019년 10월 30일 기사

3) Effect of statins on fasting glucose in non-diabetic individuals: nationwide population-based health examination in Korea(2018)

4) Statin induced diabetes and its clinical implications(2014)

5) Is Atorvastatin Associated with New Onset Diabetes or Deterioration of Glycemic Control? Systematic Review Using Data from 1.9 Million Patients(2018)

6) Statin-induced diabetes : incidence, mechanisms, and implications[version 1;referees:2 approved](2016)

7) “스타틴 당뇨합병증 낮춰… 초기부터 적극처방” 의협신문 2014년 9월 12일 기사

8) Effect of pitavastatin compared with atorvastatin and rosuvastatin on new-onset diabetes mellitus in patients with acute myocardial infarction(201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