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5번 이상 경험한 여성, 치매발병률 높아”
“출산 5번 이상 경험한 여성, 치매발병률 높아”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09.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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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국 약 1만5000명(60세 이상 여성) 대상 코호트연구 진행
출산 경험 5번 이상 여성, 치매예방 위해 정기적 검진 필요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 교수, 김기웅 교수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 교수, 김기웅 교수

분당서울대병원은 9일 본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 김기웅 교수 연구팀이 ‘5번 이상 출산 경험이 있는 경우 한 번 출산한 여성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치매환자의 2/3이 여성일 정도로 남성에 비해 여성이 치매 및 알츠하이머병 유병률이 높다. 또 병의 진행속도 역시 빠르다. 이 차이는 생활습관 등 다양한 환경적요인이 작용할 수 있지만 여성 출산 후 호르몬변화가 치매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간 출산이 치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드물었다. 또 기존 연구들은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 혼선이 있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한국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브라질 등 총 11개국 3대륙 60세 이상 여성 1만4792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출산이 치매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코호트연구(연구 주제의 원인과 결과, 영향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하는 방법)를 진행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치매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이 ▲교육수준 ▲고혈압 ▲당뇨 등의 인자를 보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출산을 5번 이상 경험한 여성은 한 번만 출산한 여성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출산경험이 없거나 2~4회 출산한 여성은 1회만 출산한 여성과 비교해 치매위험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림. 출산 및 유산 경험에 따른 알츠하이머병 위험(11개국 코호트 결과)
그림. 출산 및 유산 경험에 따른 알츠하이머병 위험(11개국 코호트 결과)

하지만 유럽, 남미와 달리 아시아에서만 예외적으로 ‘출산경험이 없는 여성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시아 지역 60세 이상 여성이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 자의적인 비출산보다 불임이나 반복적유산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불임유발 호르몬질환은 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고 반복적인 유산 역시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 교수는 “5번 이상 출산한 여성은 기본적으로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 등 치매위험을 높이는 질환이 동반될 확률이 높다”며 “출산에 따른 ▲회백질 크기 감소 ▲뇌미세교세포 수와 밀도 감소 ▲여성호르몬 감소도 치매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여성들은 치매고위험군에 해당돼 정기적검진을 받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는 “11개 국가 코호트연구를 통해 ‘여성의 높은 치매유병률과 출산이 관련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는데 성공했다”며 “향후 이번 연구에 포함되지 않은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연구와 ‘아이를 많이 출산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전을 통해 치매위험을 높이는지에 관해서도 후속연구를 진행해 치매조기진단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메드 센트럴의학(BMC Medicine)’ 최신 호에 게재됐다. 또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연구 일환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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