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탈모약이 원인?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탈모약이 원인?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09.1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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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여기 처방전이요. 그리고 마이녹실*도 하나 주세요.”

김남성(가명) 님은 최근 갑자기 진행된 탈모로 고민이 많습니다. 약국에서 이런 저런 상담을 받은 뒤 피부과에 방문하셨는데 두 달째 병원 처방과 함께 바르는 탈모치료제도 병용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프로페시아** 처방받으셨네요. 좀 어떤 거 같아요?”

“모르겠어요. 이거 효과가 있긴 한 건지?”

“탈모치료제는 바로 효과가 나타나진 않아요. 꾸준히 복용하다 보면 좋아지실 겁니다. 그나저나 불편한 점은 없으셨어요?”

“특별한 것은 없었고요. 약간 끈적거리는 거 말고는 없네요. 아차 혹시 이거 바르고 나면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나요? 잠깐 그런 느낌이 있던데……”

“그러셨어요? 그건 가능성 있어요. 만약 증상이 심하면 함량을 좀 낮은 것을 쓰거나 바르는 양을 줄여 보세요.”

“네 그렇게 해 볼게요.”

탈모 인구가 어느 정도나 될까요? 국민건강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국내에서 탈모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22만4688명입니다. 2014년 20만8688명보다 약 7% 증가했는데 사실 이 수치는 15세 이상 성인 인구의 0.5% 정도로 아주 적은 숫자예요.

그런데 글을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 주변에는 탈모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물론 탈모를 막기 위해 약을 복용하거나 사용하는 사람도 제법 있고요. 뭔가 오류가 아닐까 싶었는데 대한탈모치료학회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니 조금 이해됐습니다.

국민건강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환자수는 질병으로 탈모치료를 받은 경우에만 해당할 뿐이라는 것이죠. 질병이라고 볼 수 없지만 탈모 고민에 빠진 사람을 ‘잠재적 탈모인구’라고 하는데 이는 약 100만명1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인 4명 중 1명은 탈모 고민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잠재적 탈모인구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 탈모치료제 시장의 크기가 무려 4조원이라고 해요. 문제는 허위, 과장 광고도 넘쳐난다는 것입니다.

2018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587개 샴푸가 허위·과장광고로 적발됐다고 합니다.2 여기에는 대기업 제품들도 포함돼 있었는데요. 정말 엄청난 양이네요. 효과도 없는 제품을 효과가 있다고 비싸게 팔아먹는 악덕 기업들에 탈모환자들은 웁니다.

모발 성장 주기는 크게 4단계로 구분됩니다.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성장기(2~8년) ▲성장을 어느 정도 멈추고 유지하는 퇴행기(4~6주) ▲모낭이 수축되고 오래된 머리카락은 떨어지는 휴지기(2~3개월) ▲이 단계와 함께 새로운 머리카락이 자라는 발생기입니다. 머리를 감거나 빗질할 때 머리카락이 쉽게 빠지는 시기는 바로 휴지기예요. 일반적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개수가 100개 이상이면 탈모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3

탈모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안드로겐성탈모입니다. 흔히 유전형탈모, 남성형탈모 등으로 불리죠. 안드로겐성탈모의 경우 모낭이 점차 작아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성장기는 짧아지고 휴지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많이 빠지게 돼요.

이밖에도 탈모의 원인은 자가면역질환, 중금속 중독, 스트레스, 대사호르몬장애, 진균성질환 등 다양하다는 것을 기억해둬야 합니다. 만일 탈모가 의심된다면 무조건 약을 사용하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미FDA에 탈모약으로 승인된 전문의약품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계)와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계), 일반의약품 마이녹실(미녹시딜)은 모두 안드로겐성 탈모에만 효능이 입증돼 있습니다.4 일반의약품인 마이녹실은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안전하기 때문에 안드로겐성 탈모증상이 있다면 다른 제제보다 가장 먼저 선택해 볼 수 있지요.

마이녹실의 성분인 미녹시딜은 1950년대 개발됐습니다. 처음에는 위궤양을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됐는데 큰 효과가 없었어요. 오히려 혈관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1979년 미 FDA에 혈압치료제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연구 도중 약물을 복용한 실험자에게서 털이 자라나는 것이 보고됐고 대머리 환자에게서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것이 관찰됐습니다.5 혈압약이였던 미녹시딜이 탈모약으로 변모하는 순간이었죠. 원래 복용하는 약으로 개발됐지만 탈모가 있는 부위에 발라도 털이 자라는 것으로 확인돼 외용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외용제로 쓰면서 전신 흡수되는 양이 매우 적어져 부작용도 줄어들게 됐죠. 이 때문에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거예요.

미녹시딜은 어떻게 해서 머리가 나게 할까요? 미녹시딜을 국소적으로 적용하면 해당 부위의 혈관 확장 효과를 통해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휴지기 모낭을 자극해서 크기를 증가시키고 휴지기 모낭을 성장기 모낭으로 활성화시켜 줍니다. 또 성장기를 연장시키는 효능도 있어요.6 앞서 안드로겐성 탈모가 모낭이 작아지며 휴지기가 길어지는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했는데요. 미녹시딜은 이런 효과로 탈모를 막고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게 도와줍니다.

그렇다면 미녹시딜을 어느 정도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날까요?

한 연구에 의하면 미녹시딜 5%를 사용했을 때 6~8주 정도에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하며 12~16주 사이에 최고 효과를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런 효과는 사용하는 내내 유지됐는데요. 문제는 약을 중단하자 바로 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7 즉 미녹시딜을 사용할 때 효과를 어느 정도 느끼려면 3개월 정도는 꾸준히 사용해야한다는 것이죠. 며칠 또는 한두 달 사용하고 나서 효과 없다고 다른 방법을 찾지 말라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사용해야하는 만큼 정확한 사용방법을 잘 알아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녹시딜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적절한 양을 국소부위에만 적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미녹시딜 외용제를 사용할 때 주의사항입니다.

1. 남성은 3, 5%, 여성은 2, 3% 제제를 사용합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미녹시딜 약효가 더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성별에 따라 함량을 달리 써야합니다.

2. 표시 용량을 잘 확인해서 사용하며 1일 2회 사용합니다. 그 이상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용을 잊었다 하더라도 2배 용량을 한꺼번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3. 약이 두피를 통과할 때까지 2~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전에 물을 묻히거나 잠자리에 들지 않습니다.

4. 18세 미만, 임부, 수유부, 심혈관계 질환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5. 초기 사용시 휴지기 모발이 빠져나오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보다 많은 탈모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미녹시딜을 사용해야합니다.

미녹시딜 외용제는 국소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용량에 맞춰 사용한다면 크게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피부 가려움증과 홍반이며 이마나 뺨 부위에 털이 나는 부작용도 흔히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보다 주의 깊게 봐야하는 것은 바로 심혈관계 부작용입니다. 소량이라도 약물이 흡수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죠. 일반적으로 가슴통증이 일어날 수 있으며 흔하지 않지만 가슴 두근거림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8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혹시 미녹시딜 제제를 과량으로 쓰고 있는지 꼭 확인해 주세요. 만약 용량을 조절했는데도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의사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키우는 분이라면 미녹시딜 사용 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2004년 한 보고서에 의하면 피부에 미녹시딜 외용제가 노출된 고양이가 중독증세로 죽었는데 그 사인이 폐와 심장 손상이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미녹시딜이 고양이에서 치명적인 심장 독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라고 언급하고 있어요.9 먹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약을 보관할 때 매우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의약품은 허가기준이 엄격합니다. 만일 효능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출시 자체가 안 돼요.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미 FDA가 의약품으로 허가를 내 준 성분이라면 해당증상에 효과가 입증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만일 안드로겐성 탈모로 고민 중이라면 해당 증상에 허가된 의약품을 먼저 사용하면서 다른 보조제를 병용하시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 ** 해당 상품명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표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특정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과 상품명은 전혀 상관없습니다.

1) “탈모인 1000만 시대… 급성장하는 탈모치료제 시장-프로페시아 독주… 먹고 바르고 4조원 시장” 매일경제 2019년 2월 9일 기사

2) “[탈모라는 원죄②] 4조원대 탈모시장 성장의 두 얼굴… 탈모 산업은 방긋, 탈모인은 울상” 투데이신문 2018년 11월 8일 기사

3) 탈모, 똑똑하게 대처하는 방법! 식품의약품안전처 열린마루(2012)

4) “Andrugenetic Alopecia Treatment & Management” Medscape 2020년 3월 5일 기사

5) Journal of clinical research best practices “Can you handle the truth?(2006)

6) 비처방약 핸드북2 17판 1416~1423page 조윤커뮤니케이션

7) Minoxidil: mechanisms of action on hair growth(2004)

8) “minoxidil side effect” www.drugs.com

9) Suspected toxicosis after topical administration of minoxidil in 2 cats(2004)

10) 추가 참고 : 맞춤 OTC 선택 가이드 2판(약학정보원, 조윤커뮤니케이션)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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