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쯔가무시병 걸린 아이, 가와사키병으로 발전할 수도”
“쯔쯔가무시병 걸린 아이, 가와사키병으로 발전할 수도”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9.1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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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백병원 송민섭 교수팀, 국제학술지 첫 사례보고
쯔쯔가무시균, 이상 면역반응 일으켜 발병 추정
증상 비슷한 두 질환, 세심한 관찰 필요

# 4세 남자아이가 시골 할머니 집을 방문한 후 7일간 열이 나 병원을 찾았다. 입원 당시 39.4도까지 열이 오른 데다 목 임파선이 붓고 피부에 붉은 반점과 발진, 결막 충혈 증상도 보였다. 벌레에 물린 상처인 괴사딱지(가피)도 사타구니에서 발견됐다. 가피는 전형적인 쯔쯔가무시병 증상. 의료진은 면역 혈청 검사를 시행해 ‘쯔쯔가무시병’을 확진했다.

문제는 심장초음파 결과 ‘관상동맥 확장증’도 나타났다. 관상동맥 확장증은 가와사키병 합병증 중 하나다. 의료진은 쯔쯔가무시병 치료약 항생제와 가와사키병 치료약 면역글로불린주사를 병행해 사용했다. 투약 2일 후 증상이 개선됐다. 아이는 가와사키병 치료를 위해 8주간 약을 더 복용한 후 완쾌됐다.

송민섭 해운대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가을철 주의해야 할 열성감염병으로 잘 알려진 쯔쯔가무시병. 이 병은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유충에 물려 발생한다. 발열, 두통, 피부발진 등이 나타나고 진드기가 문 곳에 검은 딱지(가피)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위의 사례처럼 쯔쯔가무시병에 걸린 아이가 가와사키병도 함께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송민섭 교수팀이 위와 같은 환자 사례 2건을 정리해 국제학술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간 이번 사례와 유사한 증례 발표는 있었으나 쯔쯔가무시병에 걸린 아이가 가와사키병도 함께 확진된 경우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첫 사례 보고다.

가와사키병은 환자의 80% 이상이 5세 이하 영유아일 만큼 어린이환자의 비율이 높은 병이다. 갑자기 고열이 나면서 작은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데 특히 심장혈관에 이상을 일으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유전적 소인이 있는 어린이가 어떤 병원체에 감염됐을 때 일어나는 면역반응이 가와사키병을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례 역시 시골에서 진드기에 물려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아이가 그 균으로 인해 이상 면역반응이 발생, 가와사키병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쯔쯔가무시병은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괴사딱지(가피)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사진=해운대백병원).

송민섭 교수는 “쯔쯔가무시균이 염증반응의 방아쇠역할을 했다고 추측할 뿐 아직 확실한 연결고리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쯔쯔가무시병과 가와사키병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가와사키병은 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조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관상동맥 합병증이 발생, 심각한 소아 후천성 심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검사결과 쯔쯔가무시병이 진단됐다 하더라도 가와사키병 증상 유무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필요 시 심장 초음파검사 등도 추가로 시행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쯔쯔가무시병은 면역혈청검사라는 진단법이 있지만 가와사키병은 확실한 진단검사법이 없어 아래와 같은 임상증상으로 판단한다.

가와사키병의 전형적인 증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손가락 끝 낙설, 경부임파선염, BCG 접중부위 발적, 결막충혈(사진=해운대백병원).

보통 5일 이상 지속되는 발열과 함께 ▲전신 발진(영유아의 경우 BCG 접종 부위 붉게 변함) ▲양쪽 눈 결막 충혈 ▲구강 점막 변화(입술 및 구강 홍조, 딸기모양 혀) ▲목 주위(임파선) 부기 ▲손, 발 부종, 급성기를 지난 시기에 손, 발톱 주위의 막양 낙설(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현상) 중 4항목 이상이 나타나면 가와사키병으로 진단한다. 최근에는 3항목 이하로 나타나는 불완전 가와사키병도 늘고 있다.

쯔쯔가무시병은 백신이 없어 예방이 최선이다. 마크로라이드 계열이나 독시싸이클린 항생제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지만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쯔쯔가무시병을 예방하려면 야외활동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기피제나 긴 팔, 긴 반지 등을 착용해야하며 풀밭에 눕거나 바닥에 옷을 놓지 말아야한다. 야외활동 후 열이 나거나 피부 발진 등 증상이 생기면 신속하게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한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SCI 국제학술지 소아심장학(Cardiology in the Young)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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