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고개드는 독감…“조기치료 중요성도 간과하지 말아야”
코로나19 속 고개드는 독감…“조기치료 중요성도 간과하지 말아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9.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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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독감은 적정시기 백신접종을 통한 예방은 물론, 조기 진단·치료도 매우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설상가상 독감 유행시기가 왔다. 의료계와 국민 모두 긴장상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독감의 경우 이미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때 독감백신을 접종하고 걸렸을 때 빨리 치료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에게 코로나19와 독감 동시유행에 대비, 의료계와 국민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물었다.

-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현실화되면 의료현장에 어떤 문제가 예상되나.

코로나19 유행 후 국민안심병원(호흡기증상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 동선 구분)으로 지정받은 병원에서는 호흡기증상이 없는 환자도 안심하고 일반 외래진료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독감환자까지 크게 늘어날 때다. 코로나19환자와 독감환자를 제대로 분류하지 못한 상황에서 호흡기증상을 보이는 모든 환자들에게 병원을 개방할 수 없게 되면서 진료 전반에 정체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더군다나 독감은 30분 안에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빨라야 당일 저녁 또는 다음 날이 돼서야 결과가 나온다.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모두가 혼란하고 불안한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올해 초처럼 독감환자가 크게 늘지 않고 유행이 빨리 종료되면 다행이겠지만 현 추세라면 올겨울 의료현장의 혼선은 분명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 그렇다면 의료현장의 혼선에 대비해 별도의 정책 마련도 필요할 것 같다.  

일단 독감백신 접종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 현재도 얘기들이 많은데 국민 모두가 접종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만성질환자나 암환자 등 최소한 감염에 취약한 독감 고위험군에라도 무료접종을 확대해야한다고 본다. 

또 하나는 호흡기질환 진료시스템을 보다 탄탄히 구비해놓는 것이다. 사실 정부는 봄부터 현재와 같은 상황을 대비해 ‘호흡기전담클리닉’을 500개 이상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는데 아직까지 가시화된 게 없다. 이렇게 호흡기질환 진료시스템이 허술하면 고혈압, 당뇨병 등 제때 병원에 와서 치료받아야하는 환자들마저 병원에 못 와 사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코로나19환자를 위해서는 물론, 이와 상관없는 환자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호흡기질환 환자를 분류할 수 있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은 꼭 필요하다.

정기석 교수는 “올겨울은 독감백신을 꼭 접종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도 “100% 예방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독감에 걸렸을 때 초기에 적극 치료할 것”을 당부했다.

- 국민의 대처도 중요한데. 코로나19와 독감, 참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방역 당국은 현재 열이 나고 호흡기증상이 있으면 일단 병원에 가지 말고 하루 이틀 집에서 쉬라고 권고한다. 단순 감기라면 이렇게 휴식 후 나을 수 있지만 문제는 독감이나 코로나19인 경우다.

특히 독감은 고열, 근육통 등의 증상이 갑자기, 그리고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집에서 쉬어선 절대 안 된다. 대다수가 독감은 그저 감기보다 심한 병이라고 생각하지만 독감은 빨리 진단·치료하지 못하면 사망할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코로나19와 독감의 특징을 국민 스스로 잘 알아두고 증상 발생 시 일단 1339나 보건소로 전화해 방역당국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

독감과 코로나19 증상 비교

- 그래도 독감은 예방백신이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된다.

적어도 올해는 무료접종대상이 아닌 사람도 꼭 독감백신을 접종할 것을 당부한다. 무료접종대상이라면 접종일정을 확인하고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한다.

단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모두에게 예방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독감은 신속하게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제(항바이러스제)가 있다. 특히 영유아, 노인, 만성질환자는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위험이 높기 때문에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한다. 독감 대처에는 예방과 더불어 조기 치료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조플루자의 빠른 증상개선 및 바이러스 수치 감소 관련 임상연구결과

- 독감의 조기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독감치료제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간 독감에 널리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는 아침저녁으로 5일간 복용해야해서 중간에 약 복용을 놓치는 환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항바이러스제(조플루자)는 단 1번의 복용만으로 증상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또 기존 치료제와 달리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가 복제되기도 전에 바이러스를 차단한다. 즉 바이러스가 몸 밖으로 배출될 기회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더욱이 관련 임상시험 자료를 보면 바이러스 배출량도 굉장히 빨리 줄어든다. 바이러스 배출량이 빠르게 줄면 증상도 그만큼 빨리 없어질 수 있다. 기전부터 효과까지 상당히 획기적인 치료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독감이 전염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효과들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사회를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코로나19에 독감까지 염려해야하는 현 상황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치료제로 독감이라도 빨리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일상에선 어떻게 생활하면서 현 상황에 대처하면 좋을지 꿀팁을 알려달라.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호흡기질환 예방법은 찬 공기가 코로 직접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찬 공기가 코로 들어가면 기도 점막이 마르는데 그럼 기도 가장 끝에서 바이러스를 내치는 섬모가 제 역할을 못 한다. 마스크는 코까지 밀착해 올바르게 착용하고 밤에는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창문을 닫고 잔다. 또 물을 충분히 섭취해 기관지를 촉촉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과 함께 생활 속에서 놓치기 쉬운 이러한 수칙들까지 습관화하면 지금 시기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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