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기침과 재채기 사이, 그 멈출 수 없는 괴로움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기침과 재채기 사이, 그 멈출 수 없는 괴로움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09.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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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갑자기 재채기와 기침이라도 하면 여간 눈치 보이는 게 아니다. ‘기침에 재채기’라는 속담처럼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에 독감까지 걱정해야하는 계절이 왔다. 재채기와 기침은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하면 일시적으로나마 진정시킬 수 있을까.

재채기는 우리말이다. 재채기는 한의서에 분체(噴嚔; 뿜을 분, 재채기 체)라고 했다. 한글 ‘채’와 한자 ‘체’가 비슷한 발음이다. 그래서인지 ‘재채기도 한자인 재체기(再嚔氣)에서 생긴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도 해본다. 한 번 재채기를 하면 끊이지 않고 연속해서 해대기 때문이다.

기침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15~16세기경 한글로 쓰인 문헌을 보면 ‘기춤’ ‘기츰’ 등 다양한 우리말로 기록돼 있다. 기침은 한자어로 해수(咳嗽)라고 한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보면 보통 ‘해소기침’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해수라는 한자어와 기침이 합쳐진 것이다.

재채기와 기침은 다른 이름이 있는 것처럼 엄연히 차이가 있다.

우선 발생부위가 다르다. 재채기는 코가 자극받거나 이물질이나 먼지가 들어올 때, 강한 향을 맡았을 때 유발된다. 코점막의 감각세포들이 이물질의 자극을 받으면 민감하게 반응을 해서 재채기로 다시 내보내려고 한다. 재채기를 유발하는 코점막은 이물질의 차단을 막는 1차 방어선 역할을 한다.

반면 기침은 기관지에서 유발된다. 기침은 기관지가 경련을 일으키듯이 폐기관지 아래에서부터 올라온다. 기침을 유발하는 자극은 단순하게는 인후부인 상기도와 하부기도의 점막을 대상으로 하지만 다양한 자극에 의해서도 기침이 생긴다. 기침이 유발되는 부위나 폐질환의 종류에 따라 기침소리가 달라진다.

가벼운 기침은 단지 콜록콜록한다면 심한 기침은 컹컹거리기도 하고 몸부림을 치면서 흉곽의 호흡근까지 쥐어 짜내듯이 토하듯 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기침 때문에 갈비뼈에 금이 갔다거나 디스크가 파열됐다는 사람도 있는데 허튼소리가 아니다. 기침은 폐를 지켜내기 위해 살고자 하는 아우성이다.

우리 몸에는 여러 곳에 기침 수용체가 있다. 폐기관지와 관련된 비강점막, 후두부, 기관지가 나눠지는 기관분기부, 횡격막, 흉막 등에 기침 수용체가 위치해 이곳에 신경자극이 전해지면 기침이 난다. 이물질에 의해 자극을 받거나 염증반응에 의해서도 기침 수용체가 활성화된다.

심지어 귀 안의 고막을 자극해도 기침이 생기기도 하고 식도와 위가 연결된 식도위접합부(분문)의 신경이 자극받아도 기침이 난다. 실제로 귀를 후비다 보면 목 안이 간질거리면서 기침이 난다는 사람들도 있다. 역류성식도염환자들은 역류한 위산이 식도위접합부를 자극하거나 입까지 역류하는 경우 후부두를 자극해서 기침이 생긴다. 심지어 혈압약 같은 약물의 부작용으로도 기침이 생긴다.

재채기는 급만성비염, 알레르기성비염, 부비동염(축농증) 등에서 유발된다. 급성비염은 보통 코감기를 일컫는다. 반면 기침은 단순 감기에서부터 독감, 천식, 폐렴, 기관지염, COPD 등 거의 모든 호흡기질환의 가장 기본적인 증상이다. 또 기침은 폐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유일한 단일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에 무심코 넘겨서는 안 된다.

재채기가 나려고 할 때 응급조치의 하나로 특정 부위를 지압하면 멈추게 할 수 있다. 우선 콧잔등(비익혈) 양옆이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서 콧잔등을 양쪽에서 꾸욱 누르면 재채기가 일시적으로 멈춘다. 비익혈을 지압하는 것은 코점막의 충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어서 코막힘에도 좋다.

또 위아래의 치아를 이용해서 윗입술을 아프게 깨물어도 재채기가 멎는다. 윗입술 자극은 주변 신경을 간접적으로 자극해 결과적으로 비강 내 민감도를 낮추는 효과를 나타낸다. 필자 또한 생방송 중에 재채기가 나려고 할 때 간혹 활용하는 방법이다.

기침이 날 때는 천돌혈을 눌러주면 좋다. 천돌혈은 가슴 가운데 있는 흉골 가장 위쪽에 움푹 파인 곳이다. 천돌혈은 기관지와 가장 가까운 부위로 간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부위다. 이곳을 검지손가락으로 흉골 뒤쪽을 파고 들어가듯이 자극을 주면 연신 해대는 기침을 일시적으로나마 줄이거나 멈추게 할 수 있다.

또 공최혈도 효과적이다. 공최혈은 엄지 쪽 손목과 팔꿈치 안쪽을 연결했을 때 정 중간부위에서 팔꿈치 쪽으로 손가락 너비만큼 정도 떨어진 곳이다.

단 위의 방법은 부득이한 상황에서 갑자기 재채기나 기침이 날 때 일시적으로나마 진정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만성적인 경우나 심각한 질환에 의한 경우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경우라면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재채기나 감기는 일종의 폐기관지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작용으로 가벼운 경우나 일시적인 경우라면 크게 걱정할 것 없다. 몸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어쩌면 고마운 증상이다. 쌀쌀해지는 환절기, ‘기침에 재채기’가 생기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로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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