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환자에 백혈구제거혈액 사용우선권 보장해야”
“간이식환자에 백혈구제거혈액 사용우선권 보장해야”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09.24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 10년간 간이식환자 추적관찰결과 발표
간이식환자에 백혈구제거혈액 수혈 시 간암재발률 낮출 수 있어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권지혜·한상빈 교수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권지혜·한상빈 교수

삼성서울병원은 24일 본원 장기이식센터 마취통증의학과 권지혜·한상빈 교수 연구팀이 간이식 수술 시 일반 혈액제제 대신 ‘백혈구제거혈액제제’를 수혈하면 간암재발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간이식 후 간암재발률은 ‘일반혈액’ 수혈 시 1년 후 15.6%, 2년 후 21.6%, 5년 후 33.7%였다. 반면 ‘백혈구제거혈액’ 수혈 시 1년 후 9.6%, 2년 후 15.6%, 5년 후 18.1%로 2배 가까이 줄었고 사망률도 전반적으로 더 낮았다. 특히 5년 후 사망률은 백혈구제거혈액 수혈 시 16.7%, 일반혈액수혈 시 28.9% 였다.

연구팀은 2008년 3월부터 2016년 3월 사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간세포암치료를 위해 간이식수술을 받은 환자 중 연구요건을 충족하는 166명을 최대 5년간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타인의 백혈구가 다량 포함된 일반혈액제제가 백혈구에서 분비되는 면역조절물질이 간암재발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혈액이 헌혈 후 수혈되기 전까지 냉장보관되는 동안 면역조절물질들이 백혈구에서 빠져나가 혈액제제내부에 축적된다. 수혈 시 혈액과 함께 환자에게 주입된 면역조절물질들은 면역력을 떨어뜨려 암세포에 대한 저항력을 낮추는 동시에 혈관 내 순환중인 암세포들이 이식된 간을 포함한 폐, 뼈 등 인체 다양한 부위에 붙어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백혈구제거혈액의 경우 ‘혈액원’에서 혈액제제가 만들어질 때 이미 백혈구가 대부분 제거돼 냉장보관 동안 혈액제제 내부에 면역조절물질이 쌓이지 않는다. 반면 일반혈액제제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수혈 직전 백혈구를 제거하기도 하지만 백혈구만 제거될 뿐 이미 분비된 면역조절물질은 혈액 내부에 그대로 남게 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단순히 백혈구제거 여부가 아닌 ‘백혈구제거시점’의 중요함을 밝혀낸 부분에서 이 연구가 임상적으로 의미가 크다. 

현재 ‘냉장보관 전 백혈구제거’는 혈액원의 시설·인력·비용 등 문제로 전체 적혈구제제의 15%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때문에 백혈구제거혈액제제는 면역저하가 극심한 혈액암환자와 항암치료환자 등에게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지금까지 간이식환자에서 백혈구제거혈액제제의 효과에 대해서 전 세계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어 우선권 보장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로 간이식환자도 우선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연구팀은 “이식 당일 및 이식 후 며칠 사이에 환자 몸 속에 남아 있는 암세포들은 빠르게 전이가 진행돼 이 시기 환자관리는 경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일반혈액 대신 백혈구제거혈액을 사용하면 간암재발위험을 낮출 수 있어 간이식환자에게 백혈구제거혈액 사용우선권을 부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가수혈없이는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백혈구제거혈액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술 중 출혈된 환자 본인 피를 회수해 다시 수혈하는 ‘자가수혈기법’ 역시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연구는 국가기반 백혈구제거혈액제제의 전면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혈액사업 중장기 발전계획(2018~2022)을 통해 전체 적혈구제제의 15%에 머무르고 있는 ‘보관 전 백혈구제거’ 비율을 2022년까지 전면 확대하기로 확정한 바 있어 향후 백혈구제거혈액에 대한 접근성은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이식외과, 진단검사의학과, 혈액은행 및 마취통증의학과가 긴밀한 협조 하에 모든 성인 간이식환자에게 자가수혈기법을 적용하고 ‘냉장보관 전 백혈구제거 적혈구 제제’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Transplantation> (IF 4.743/2018년 기준) 최근호에 게재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