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열에 약하다는 ‘비타민C’…가장 현명한 조리·보관법은?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열에 약하다는 ‘비타민C’…가장 현명한 조리·보관법은?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0.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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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채소나 과일 같은 식품에는 다양한 영양소들이 포함돼 있다. 그중 비타민C는 대표적인 영양소로 신선한 상태로 먹어야만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타민C는 열에 약하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조리방법 중 과연 어느 정도 열을 가해야 비타민C가 파괴될까.

비타민C는 아스코르빅 산(ascorbic acid)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일종의 산이다. 따라서 신맛이 난다. 아스코르빅이라는 이름은 ‘항괴혈병’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과거 장시간 항해를 하는 선원들의 괴혈병을 바로 비타민C로 치료했기 때문이다.

사실 당시 비타민C의 존재는 알 수 없었고 18세기 영국의 쿡과 블래인이 긴 항해 동안 선원들에게 괴혈병을 예방하기 위해 오렌지나 레몬을 럼주에 섞어서 제공했다. 향후 괴혈병 예방효과를 냈던 성분이 바로 이들 과일에 들어있던 비타민C라는 것이 증명됐다.

비타민C는 콜라겐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데 콜라겐이 부족하면 피부와 혈관이 약화되면서 출혈이 쉽게 일어난다. 따라서 과거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먹지 못했던 선원들에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성 질환이 많았고 이것을 괴혈병(壞血病)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합성 비타민C를 노란색으로 만드는 이유는 선원들에게 오렌지나 레몬을 먹인 것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비타민C의 색은 무색이다. 합성 비타민C를 섭취하면 소변이 유독 노란색을 띠는데 사실 이것은 비타민C가 아니라 노란색 색소일 뿐이다. 비타민C는 의외로 고추(풋고추부터 홍고추까지), 딸기, 브로콜리, 케일, 키위 등에 더 많다. 노란색이나 주황색은 비타민C와 전혀 관련이 없다.

비타민C의 가장 잘 알려진 사실은 수용성이면서 동시에 열에 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비타민C가 풍부한 음식은 가열하면 활성을 잃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요리방법에 따라 어느 정도 비타민C가 손실될까.

많은 연구논문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비타민C가 풍부한 그 어떤 재료라도 끓이거나 오랫동안 삶아서 먹게 되면 효능은 기대하기 힘들다. 끓이는 경우 거의 대부분의 비타민C가 손실된다. 더군다나 중요한 것은 비타민C는 열에도 약하지만 수용성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비타민C가 빠져나온다. 빠져나온 국물 속의 비타민C는 열에 의해 산화되면서 활성을 잃게 된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는 경우도 끓이는 것보다는 약하지만 많은 양의 비타민C 손실을 가져온다. 데치는 경우도 열에 의한 손실은 크지 않을지라도 수분이 접촉되면서 데치는 물에 많은 양이 녹아나 손실량이 큰 편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자레인지를 이용해서 요리하는 경우는 비타민C 함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리 전후를 비교해봤을 때 손실량은 20~30% 정도에 그친다. 찜을 하는 경우에는 대략 10% 정도 손실을 보인다. 특히 볶기나 오븐에 굽는 것은 열에 노출되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면 비타민C 손실이 가장 적은 요리방법이다.

신선한 채소나 말린 채소를 어떤 목적에 의해 상온의 물에 장시간 담가두는 경우 비타민C가 용출된다. 이때 독성 제거가 아닌 부드럽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그 물은 다시 재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알코올에 담가도 쉽게 추출된다. 앞서 말한 장기간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오렌지나 레몬을 뜨거운 차가 아닌 럼주에 섞어서 마시게 한 것도 아주 현명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위의 내용을 총 정리해보면 일단 수분이 있는 상태에서 가열되면 비타민C의 손실량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끓이거나 삶기 등의 요리는 비타민C의 손실을 증가시킨다. 비타민C는 열에 약하면서도 동시에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에 쉽게 녹아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자레인지 활용, 볶기, 찜, 오븐에 굽기 등은 비교적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요리방법이다.

비타민C는 열뿐 아니라 햇빛에 노출돼도 쉽게 산화된다. 예컨대 생과일 오렌지주스를 투명한 용기에 따라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비타민C는 점차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산화의 원인이 된다. 알칼리성 환경에서도 영향을 받는데 비타민C는 산이기 때문에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로 채소를 너무 장시간 씻는 경우 비타민C의 활성을 잃을 수 있다. 비타민C는 어두운 밀폐 차단 용기에 넣어 건조한 실온에서 보관하는 경우가 가장 안전하다.

우리가 꼭 비타민C만 섭취하기 위해 채소나 과일을 먹는 것은 아니다. 채소나 과일에는 비타민K, 비타민E 같은 지용성비타민과 함께 베타카로틴, 라이코펜 등 열에 안정성이 높은 영양소들도 많다. 하지만 다양한 영양소의 추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요리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열이 가해진다고 비타민C가 모두 파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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