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저혈당’도 위험…당뇨약, 어떻게 복용해야 안전할까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저혈당’도 위험…당뇨약, 어떻게 복용해야 안전할까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0.0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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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김경남(가명) 님 약 나왔습니다. 지난번 약이 좀 남아 있으셨어요? 약들이 조금씩 남았나 봐요. 아마릴엠만 덜 나왔어요?”

“당뇨약이 너무 세서 그런지 저혈당이 2번이나 발생했지 뭐예요. 그래서 병원에 이야기했더니 핑크색 콩 모양 약을 빼라는 거예요. 문제는 당화혈색소가 7이 넘어 버렸어요. 의사 선생님은 ‘복용하는 것이 좋은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드시기로 하신 거예요?”

“그렇죠. 당이 높아지면 안 되니까요.”

김경남 님은 약을 다시 드시기로 했지만 저혈당이 또 올까 봐 고민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김경남 님 평소 운동은 많이 하시죠?”

“그럼요. 당(당뇨병)하고 콜레스테롤(고지혈증) 때문에 매일 헬스장을 다니고 있어요.”

“아마릴엠은 식전 30분에 잘 챙겨 드셨어요?”

“그거 먹는 약이 많아서 식후에 같이 먹는데요?”

“아침은 잘 챙겨 드시죠?”

“뭐 미숫가루랑 우유랑 섞어서 간단하게 먹고 있어요. 밥은 영 못 먹겠더라고요.”

“저녁에 운동도 많이 하시는데 아침에 당 섭취가 매우 적으니 저혈당 위험성이 높아지겠어요. 더군다나 식후에 아마릴엠을 드시면 더욱 그렇게 될 수 있답니다.”

“그래요?”

당뇨병은 혈관 속에 존재하는 당을 사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대사성질환 중 하나입니다. 당뇨병이라는 명칭은 소변에서 단내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인데 사실 이 정도 되면 아주 중증에 속합니다.

문제는 소변에 당분이 검출되지 않은 당뇨병이 훨씬 더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뇨병검사는 반드시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해야합니다.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매우 중요한 이유기도 합니다.

국내 당뇨병유병률은 2016년 기준 14.4%입니다. 2010년 12.4%에서 당뇨병유병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당뇨병유병률은 30대 이상 성인의 경우 14.4%지만 65세 이상 성인은 30%까지 증가합니다. 즉 당뇨병은 노화와도 연관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뇨병은 크게 ▲제1형 ▲제2형 ▲임신성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중 2형 당뇨병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1형 당뇨병이나 임신성당뇨병은 진행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2형 당뇨병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길게는 30년까지 걸려요) 조기발견이 매우 어렵습니다. 2형 당뇨병은 보통 건강검진 등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급격하게 나타나지 않아 당뇨병으로 진단받고도 치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2형 당뇨병에 걸리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감소해 핏속에 당이 많은 상태가 유지됩니다. 이것도 문제지만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당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것을 ‘인슐린저항성’이라고 부릅니다. 때문에 경구용 혈당강하제(이하 당뇨병약)들은 췌장에서 인슐린분비를 촉진하고 핏속에 있는 당분배출을 늘리며 세포가 당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효능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혈당을 낮추다 보면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약물로 인한 ‘저혈당’ 유발입니다. 저혈당은 핏속에 당을 너무 많이 줄여서 실제 사용할 당분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보통은 인슐린주사제를 사용할 때 나타나지만 경구용 당뇨약에서도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꼭 기억해야합니다.

저혈당을 유발하는 당뇨약은 바로 글리메피리드(아마릴), 글리피지드(다이그린) 등 설포닐유레아계 약물들입니다. 이 약물들은 췌장을 직접 자극해 인슐린분비를 촉진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특히 당화혈색소를 1.5~2% 감소시키며 공복혈당을 60~70mg/dl 줄일 만큼 뛰어난 효과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 사용돼온 약물입니다.

하지만 이런 뛰어난 효능이 오히려 저혈당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설포닐유레아계 약물의 사용량은 갈수록 줄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 하지만 2016년 기준으로 보면 아직까지 메트포르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 당뇨병약입니다.

설포닐유레아계 약물의 대표 성분인 글리메피리드(아마릴정 등)은 식후 혈당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약 복용 후 2~3시간에 가장 강한 효과가 나타나며 24시간 지속됩니다. 식후 2시간이 지나면 혈당이 가장 높이 올라가기 때문에 글리메피리드는 식전 30분에 복용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공복에 약을 먹거나 심한 운동 후 복용한다면 혈당이 심하게 저하됨으로써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식후 복용 시 효능이 강하게 나타나는 시간과 혈당이 가장 높은 시간이 맞지 않아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혈당은 혈당수치가 약50mg/dl 이하로 내려간 상태로 생각보다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뇌는 에너지원으로 당만 사용하는데 저혈당이 유발되면 에너지원이 부족해져 가볍게는 피로감, 졸음, 어지럼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해지면 혼수, 경련, 기억상실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경우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물론 경구당뇨약으로 아주 심각한 증상까지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가볍게 생각하면 절대 안 됩니다.

또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 혈당을 상승시키기 위해 교감신경이 강하게 흥분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두근거림, 손 떨림 불안 등의 증상이 생기죠. 인슐린의 지나친 분비는 부교감신경을 흥분시키기 때문에 식은땀, 배고픔, 감각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저혈당의 초기 단계인 배고픔, 불안, 기운 없음 등의 증상은 누구에게나 흔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뇨병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두통, 졸음, 시력이상, 심한 피로감 등 2단계까지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합니다. 혈당이 20mg/dl 이하로 내려가면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합니다.

그렇다면 당뇨환자에게 저혈당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요?

먼저 지금 나타나는 증상이 진짜 저혈당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혈당이 낮다면 운동 등 외부활동을 하지 말고 당분을 섭취해야합니다. 약 20분 이후 다시 혈당을 측정해서 70mg/dl 이상으로 회복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당분을 복용합니다. 증상이 잘 회복되지 않으면서 피로감, 졸음 등이 나타난다면 신속하게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혈당을 측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바로 응급실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저혈당을 예방하려면 위험요소를 제거하면서 혈당을 자주 측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당뇨약을 복용 중이라면 굶으면 안 됩니다. 특히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식이조절하는 경우 조심해야합니다. 규칙적인 음식섭취는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생활요법입니다. 약 복용법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주세요. 또 알코올은 저혈당을 유발하는 매우 큰 위험요소이니 금주·금연도 실천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외출할 때는 사탕 등을 꼭 챙겨나가야 합니다. 단 초콜릿은 지방 등이 함유돼 있어 생각보다 혈당을 올리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한국 당뇨병환자 1.5형이 12.8%” 메디칼업저버 2006년 11월 8일 기사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8> 대한당뇨학회

<약사에게 필요한 질환별 약료지식Ⅰ> 키무라다케시 신일서적(2019)

<약물학 제12판> 한국약학대학협의회 약물학분과회 신일북스(2012)

<인체생리학 제9판> Lauralee Sherwood 라이프사이언스(2016)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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