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주사, 멋모르고 맞으면 큰코다친다
영양주사, 멋모르고 맞으면 큰코다친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0.1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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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주사 등이 여전히 관심을 받고 있지만 영양주사의 미용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으며 이름 역시 미용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속칭일 뿐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요새 피부도 꺼칠하고 몸도 피곤하다면서 ○○아줌마는 신데렐라주사인가? 그거 한 대 맞고 왔다더라. 그게 그렇게 효과가 있나 보지?”

TV 보시던 어머니가 툭 던진 한마디에 순간 아차 싶었다. 여전히 영양주사가 본래의 효능·효과를 벗어나 몸이 피곤할 때나 피부미백 등 미용을 위해 언제든 맞을 수 있는 주사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 아닌가. 잘못 알고 맞으면 득보다 실이 많은 영양주사.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영양주사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점을 짚어봤다.

■효과 일시적…장기적 건강관리엔 도움 X

흔히 기운이 떨어지거나 피곤하다고 호소하면 “병원에서 영양주사나 한 대 맞아야겠다”라는 말이 나온다. 정말 영양주사가 피로감 해소에 도움이 될까.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배우경 교수는 “만성탈수나 급격한 영양 저하로 피로가 악화된 사람의 경우 영양주사가 빠른 속도로 상태를 개선시켜 피로해소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그것도 길어야 2~3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즉 정말 필요해서 맞는 영양주사도 일시적인 효과를 보일 뿐이다. 배우경 교수는 “몸이 피곤하거나 기운이 떨어질 때마다 영양주사를 맞기보다는 평소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물을 자주 마시며 충분한 휴식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한층 현명한 건강관리법”이라고 조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영양주사 5종 안전사용매뉴얼(2018)

■피부미백 등 미용효과 전혀 없어

영양주사가 백옥주사나 신데렐라주사 등으로 알려지면서 예뻐지기 위해 영양주사를 맞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의료기관에서 처방할 수 있는 영양주사에는 기본적으로 미용효과가 없을뿐더러 이름 역시 속칭일 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영양주사제 5종 안전사용매뉴얼에 따르면 영양주사의 정확한 이름은 ▲백옥주사의 경우 글루타치온 ▲신데렐라주사는 티옥트산 ▲감초주사는 글리시리진 ▲마늘주사는 푸르설티아민 ▲태반주사는 자하거추출물 및 자하거가수분해물이다. 즉 해당 영양주사에 든 주성분으로 불러야 정확한 것이다. 또 식약처가 허가한 효능·효과에 피부미백 같은 미용효과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박찬미 교수는 “이미 영양주사에는 미용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여러 논문을 통해 밝혀졌으며 남용 시의 부작용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며 “특히 구역, 설사 같은 소화기관부작용과 피부발진, 어지러움,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특히 시중에는 여러 가지 물질을 섞은 소위 칵테일주사가 남용되고 있는데 이처럼 정맥에 여러 가지 물질을 한꺼번에 주사하면 체내전해질 균형이 깨지면서 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양주사를 오남용하면 오히려 건강을 잃을 수 있다.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 이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며 정부는 올바른 영양주사 사용을 이끌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 번에 여러 종류 맞으면 더 큰 일

한 번에 여러 종류의 영양주사를 맞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실손보험이 있는 의료소비자에게 더 많은 영양주사를 권유한다. 영양주사는 비급여로 건강보험 적용이 불가하지만 실손보험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영양주사 처방이 타당하다는 의사소견서만 있으면 보험회사에 실비청구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영양주사 과잉처방 역시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배우경 교수는 “여러 종류의 영양주사를 한꺼번에 맞을 경우 중복성분이 과다투여될 위험성이 있다”며 “특히 비타민B·C 같은 수용성비타민은 소변으로 바로 배출돼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비타민A·D 같은 지용성비타민과 일부 미네랄성분은 장기간 몸에 고농도로 축적돼 건강에 해롭다”고 강조했다.

■병원·환자 모두 변해야…강력한 제재수단 필요

일단 전문가들은 필요하다면 영양주사를 맞아도 되지만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박찬미 교수는 “만성피로환자도 주사제에 과민반응을 보일 수 있어 주 1~2회 정도 맞은 후 상태가 호전되면 접종기간과 용량을 줄이면서 경과를 관찰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배우경 교수는 “심장질환이 있거나 고혈압 등 혈관질환자는 어떤 영양주사를 맞든 다량의 수분이 혈관으로 급격히 보충될 경우 혈압상승과 심장부담 증가로 기저질환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소비자의 얕은 지식을 이용해 영양주사를 남용하거나 과잉처방하는 일부 의료기관 역시 반성이 필요하다. 식약처는 2018년 의약품 안전사용매뉴얼을 개정하고 각 의료기관에 영양주사의 정확한 성분명을 사용할 것, 올바른 효능·효과에 따라 처방할 것을 당부했지만 여전히 포털사이트에는 ‘신데렐라주사’ 등으로 광고하는 의료기관이 넘쳐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매뉴얼개정 같은 단순히 이론적이고 식상한 대책이 아니라 영양주사 남용 및 과잉처방을 제재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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