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폭탄’ 사후피임약, 신중하고 바른 선택 필요
‘호르몬 폭탄’ 사후피임약, 신중하고 바른 선택 필요
  •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 승인 2013.10.01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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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1: 몇 달 전에 통경제를 먹었거든요? 그래서 월경도 나왔는데 자꾸 배가 나오는 거 같아요.
약사: 통경제 먹고 하혈했다고 낙태가 되는 게 아니에요.
여자1: 약국에서 약 먹으면 낙태된다고 해서 약을 먹었는데요.
약사: 약사님이 그렇게 얘기하진 않으셨겠죠. 통경제 달라고 하셨지요?
여자1: 예, 월경 나오는 약 달라고 했어요.
약사: 그 봐요. 약사님은 월경 나오는 약을 드렸지 낙태약을 드린 게 아니죠.
여자1: 월경이 나오면 애가 지워지는 거 아닌가요?
약사: 아니죠. 유산하면 하혈하겠지만 하혈한다고 다 유산하는 건 아니지요.

예전에 약국에서 하혈하게 하는 ‘통경제’를 판매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약을 먹고 하혈만 하면 유산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다른 사례다.

여자2: 월경 예정일이 지났는데 월경을 안 해요. 사후 피임약 먹으면 되나요?
약사: 아니죠. 사후 피임약은 관계 후 바로 먹어야 해요.

사후 피임약은 아무 때나 먹어도 되는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하면 임신이 시작된다. 착상된 수정란이 태아로까지 잘 발전하려면 자궁벽이 두꺼워야 한다.
정일영 대전십자약국 약사
여성호르몬 중 에스트로겐은 월경 주기의 첫 단계부터 나와 미리 자궁내막을 두껍게 만들어 수정란의 착상을 준비한다. 프로게스테론은 배란 후에 나와 자궁내막을 두껍게 만드는데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면 프로게스테론이 계속 나와 자궁내막을 계속 두껍게 한다. 하지만 수정란이 착상하지 않으면 프로게스테론이 적어져 두꺼웠던 자궁내막이 떨어져 하혈(월경)한다.

수정란 착상 전에 프로게스테론을 억제하면 자궁내막이 얇아져 수정란이 착상하지 못할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사후 피임약(응급 피임약)이다.

일반 피임약에는 프로게스테론 역할을 하는 ‘레보노르게스트렐, 게스토덴, 데소게스트렐’ 중 하나가 0.075~0.15mg 들어있다. 이에 비해 사후 피임약엔 레보노르게스트렐이 피임약의 10~20배인 1.5mg 들어있다. 그야말로 호르몬 폭탄을 몸에 투여하는 셈이다. 그래서 사후 피임약은 출산만큼 큰 충격을 몸에 준다.

수정란은 수정 후 72시간 이내에 자궁에 착상한다. 따라서 착상을 막으려면 적어도 성관계 뒤 72시간 이내에 약을 먹어야 한다. 성관계 뒤 일찍 먹을수록 성공확률도 높다. 성공확률은 24시간 이내에는 95%, 48시간 이내는 85%, 72시간 이내에는 58%이다.

또 이 약은 거듭 먹을수록 효과가 떨어진다. 한 월경 주기 안에는 두 번 먹어도 안 된다. 약의 부작용으로는 어지럼증, 두통, 복통, 월경주기 변화, 구역, 출혈 과다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약은 임신을 피하려고 일상적으로 먹는 피임약이 아니라 비상상황에만 먹을 약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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