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혈액 중 42.3% 제약사에 판매…5년간 477억 손해”
“헌혈 혈액 중 42.3% 제약사에 판매…5년간 477억 손해”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10.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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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에서 추출한 분획용혈장, 원가도 안나오는 적자 판매 여전
김원이 의원 “국가차원 혈액공급 및 관리 기관 설치 필요해”

대한적십자사가 제약사들에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헐값으로 국민의 혈액을 판매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헌혈로 취득한 혈액을 적십자사가 제약사에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한적십자사 제출자료(최근 5년간 혈액공급)를 분석한 결과 적십자사의 손해액은 최근 5년간 4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헌혈 혈액의 44.6%인 243만5022리터를 의약품원료를 만들기 위한 분획용혈액으로 사용했다.

표1. 최근 5년간 혈액공급량
표1. 최근 5년간 혈액공급량

특히 의약품원료용으로 판매하는 분획용혈장판매를 포함해 최근 5년 동안 적십자가가 혈액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총 2조9360억원에 달하며 5년간 잉여금(순수익)은 188억원으로 조사됐다.

표2. 최근 5년간 혈액사업 수익 현황
표2. 최근 5년간 혈액사업 수익 현황

적십자사의 공급단가와 ‘원료혈장 표준원가’를 비교하면 적십자사는 재료비·인건비·관리비가 포함된 원가의 65~77% 수준으로 제약사에 분획용혈장을 공급하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김원이 의원실 분석결과 적십자사는 혈장 1리터 판매 시 ▲동결혈장 6만846원 ▲신선동결혈장 4만9980원 ▲성분채혈혈장 3만8382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3. 2020년 원료혈장 표준원가 대비 공급단가 (원가대비 공급가 차이)
표3. 2020년 원료혈장 표준원가 대비 공급단가 (원가대비 공급가 차이)

김원이 의원실에 따르면 적십자사가 분획용혈장 표준원가를 산출한 것은 1994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21년이 지난 2015년이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당시 원가산출은 “국개혈액사업 중장기 발전계획수립을 위해 추진한 연구용역의 일환”이라며 “원가산출을 위한 연구용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적십자사가 원가산출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정확한 원가개념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표4. 최근 5년간 분획용 원료혈장 공급 현황
표4. 최근 5년간 분획용 원료혈장 공급 현황

2015년 이후 적십자사가 제약업체에 분획용으로 원료혈장을 공급한 현황을 보면 녹십자와 SK플라즈마에 판매된 ▲동결혈장 10만1053리터 ▲신선동결혈장 35만6024리터 ▲성분채혈혈장은 57만5871리터로 나타났다. 공급단가기준으로 약 1261억원의 수입이 발생했지만 적십자사가 제출한 원가산출자료에 대입하면 적십자사에 477억4387만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표5. 원료혈장 공급단가
표5. 원료혈장 공급단가

한편 성분채혈혈장 공급가격은 최근 5년간 2017년 단 한 차례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십자사가 분획용혈장을 원가에 비해 저렴하게 제약사에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2017년 국정감사부터 제기된 사안이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제기됐는데 적십자사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해 “(원가에 못 미치는 분획용 혈장 관련 보도는) 2015년 연구용역에서 산출한 원가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것으로 실제 발생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추산한 것이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국회에 제출한 원가산출자료는) 국가혈액사업 발전계획수립을 위해 추진한 외부연구용역의 일환으로 원가산출을 위한 연구용역은 아니었다”고 하면서 “2019년도에 보건복지부에서 주체가 돼 발주추진한 원료혈장원가에 대한 용역은 2019년 11월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적십자사가 제약사에 공급하는 분획용혈장의 불합리한 가격이 형성된 것은 원가개념도 없이 혈장을 공급한 적십자사의 무지와 민간제약사의 가격협상 거부로 귀결된다. 현행 혈액관리법 제11조(혈액제제의 수가)에 따르면 혈액제제를 수혈용으로 공급하는 가격의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게 돼 있지만 분획용혈장가격에 대해서는 법적근거가 없어 적십자사-제약사 간 가격협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원이 의원이 입수한 각 제약사별 공급단가 조정 관련 공문에 의하면 제약사들은 경영악화, 건강보험 등을 핑계로 분획용혈장 가격인상을 반대하고 있었다. SK플라즈마는 “혈장제제의 원재료인 원료혈장 가격이 아닌 원재료비, 물가상승 등 다른 원인을 이유로 경영성과가 악화돼 가격협상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녹십자사는 “보험약가가 인상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성분혈장 및 혈장유래제품의 가격인상이 어렵다”고 말하며 보험약가인상이 선행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표6. 혈액 공급량 (수혈용/분획용 구분)
표6. 혈액 공급량 (수혈용/분획용 구분)

한편 적십자사의 분획용혈장 헐값판매는 코로나19 사태에도 그 비율이 줄지 않았다. 김원이 의원이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혈액공급량(수혈용 및 분획용 구분, 분획용은 혈장원료로 쓰임)에 따르면 2016년 전체헌혈량 중 44.2%를 차지하던 분획용혈장은 2017년 46%, 2018년 45.6%, 2019년 43.7%의 비율을 보였으며 코로나19 여파로 헌혈량이 줄어든 2020년 8월 현재도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여전히 42.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원이 의원은 10월 15일, 대한적십자사 국정감사를 통해 적십자의 분획용혈장 헐값판매를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김원이 의원은 “적십자사 해명 보도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제약사에 분획용혈장을 판매해 왔으면서도 2015년까지 원가개념도 없이 제약사와의 가격협상에 임해 왔음을 알 수 있다”면서 “소중하고 귀한 마음으로 응한 헌혈이 적십자사와 제약사의 이익사업에 함부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가 직접 나서 혈액관리원 등 국가기관을 통해 혈액공급 및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신선동결혈장 : 혈액을 채취한 후 6시간 이내에 혈장성분을 분리해 동결시킨 것
- 동결혈장 : 혈액을 채취한 후 6시간 이후에 혈장성분을 분리해 동결시킨 것
- 성분채혈혈장 : 혈액을 채취한 후 혈장성분을 분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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