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헌터증후군’ 효소대체요법 개발로 삶의 질 향상
[극복해요! 희귀질환] ‘헌터증후군’ 효소대체요법 개발로 삶의 질 향상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0.16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헌터증후군, 다양한 증상으로 정확한 진단 어려워
신생아선별검사로 조기치료 가능, 검사항목 확대돼야
2006년 효소대체요법(ERT) 개발로 일상적인 삶 가능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헌터증후군은 제2형 뮤코다당증(점액다당증)으로 유전자변이에 의해 뮤코다당의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가 분해되지 못해 동맥, 뼈, 눈, 관절, 피부, 귀, 치아 등 세포 내 리소좀에 축적되는 희귀질환이다(사진출처=클립아트코리아).
헌터증후군은 제2형 뮤코다당증(점액다당증)으로 유전자변이에 의해 뮤코다당의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이 분해되지 못해 동맥, 뼈, 눈, 관절, 피부, 귀, 치아 등 리소좀에 축적되는 희귀질환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저는 두 아들의 가장입니다. 첫째와 둘째 모두 헌터증후군을 진단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첫째는 신약이 개발되기 전에 헌터증후군을 진단받아 현재 거동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다행히 둘째는 신약이 개발된 후 헌터증후군을 진단받았기 때문에 뛰어다니며 활기찬 인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의 바람은 딱 한 가지입니다. 부디 우리 자식들이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고 밝은 미소로 저를 반겼으면 좋겠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이 질환과 싸우길 매일 기도합니다.<아버지의 기도문-헌터증후군 자녀를 둔 아버지의 익명 사연>

헌터증후군은 1917년 찰스A. 헌터(CharlesA. Hunter)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된 병이다. 헌터증후군은 털이 많고 키가 작으며 독특한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리소좀축적질환 중 하나인 헌터증후군은 제2형 뮤코다당증(점액다당증)이다. 헌터증후군은 유전자변이에 의해 뮤코다당의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이 분해되지 못해 동맥, 뼈, 눈, 관절, 피부, 귀, 치아 등의 신체부위의 리소좀에 축적되는 희귀질환이다. 문제는 글리코사미노글리칸 축적은 신체조직과 장기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헌터증후군은 증상에 따라 A형(MPS IIA)과 B형(MPS IIB)으로 구분된다. A형은 B형보다 증상이 더 심각한 형태로 지능이 심하게 낮고 병의 진행속도가 빠르다. 헌터증후군은▲얼굴변형 ▲늦은 성장 ▲비정상적인 뼈의 크기 ▲간·비장의 비대로 인한 복부팽만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의 증상이 관찰된다. 문제는 환자마다 발현되는 증상과 증상의 정도가 달라 조기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때 헌터증후군의 초기증상은 보통 2~4살에 발현되기 때문에 보호자의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헌터증후군은 치료시기가 빠를수록 좋다. 조기에 효소대체요법(ERT)을 시행하면 불필요한 시술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가령 편도선제거술은 물론 기관내 삽관이나 중이염 감염위험도 줄일 수 있다. 또 간과 비장의 비대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탈장 등 합병증 발생률도 감소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성윤 교수는 ”중이염, 비염, 편도선 및 아데노이드비대증 등 헌터증후군의 초기증상은 일반인에서도 흔히 발생되는 만큼 확진까지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헌터증후군을 조기에 치료하면 환자가 일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발현 전에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헌터증후군은▲얼굴변형 ▲늦은 성장 ▲비정상적인 뼈의 크기 ▲간·비장의 비대로 인한 복부팽만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의 증상이 관찰된다.
헌터증후군은▲얼굴변형 ▲늦은 성장 ▲비정상적인 뼈의 크기 ▲간·비장의 비대로 인한 복부팽만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의 증상이 관찰된다.

■‘헌터증후군’ 신생아선별검사로 조기치료 가능

헌터증후군은 전 세계에 2000여명의 환자밖에 없는 극희귀질환이다. 헌터증후군 유병률은 전 세계 인구 10만~15만명당 1명꼴이며 국내에는 70여명이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헌터증후군은 안타깝게도 수술이나 보청기 등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 가능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6년 환자들이 자체적으로 생성하지 못했던 효소들을 직접 주입하는 방식의 효소대체요법(ERT)이 등장하면서 치료가 가능해졌다. 문제는 헌터증후군에 관한 질환 인지도 낮아 다른 질환으로 오해돼 20대 이후에 진단받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헌터증후군은 평생 진행되는 질환이고 높은 치료효과를 보려면 반드시 조기치료를 시작해야한다. 

헌터증후군치료에서 효소대체요법은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을 분해하는 ‘이두로네이트2-설파타제’효소대체성분을 주 1회 정맥투여해 질환진행을 막고 합병증 발생위험을 줄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환자들의 효소대체요법은 해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에 이뤄진다. 이유는 미국, 대만 등 여러 해외국가에서는 신생아선별검사를 통해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효소대체요법을 사용하지만 국내에서는 신생아선별검사는 희귀진단의 정확한 판별을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임상유전과 오지영 교수는 “신생아선별검사는 질환을 조기발견해 치료함으로써 합병증 및 사망률감소에 크게 도움을 준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헌터증후군, 폼페병, 파브리병, 뮤코다당증 등 리소좀축적질환(LSD)은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만 증상발현 후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신생아선별검사를 통해 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헌터증후군치료제 현황

과거 헌터증후군과 같은 리소좀축적질환 치료제가 없어 치료가 불가능했던 희귀질환이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효소대체요법(ERT)이 도입돼 치료가 가능해졌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승인받은 것은 ‘재조합이두로네이트-2-설파타제(사노피-아벤티스 : 엘라프라제)’, ‘이두설파제-베타(GC녹십자 : 헌터라제)’ 등 총 2가지가 있다.

사노피-아벤티스의 재조합이두로네이트-2-설파타제는 최초의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2007년 유럽의약품평가기구(EMEA)의 승인을 받았다. 재조합이두로네이트-2-설파타제는 현재 전 세계 약 70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는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특히 재조합이두로네이트-2-설파타제는 유럽 헌터증후군 전문가협회에서는 재조합이두로네이트-2-설파타제의 효능을 인정, 헌터증후군 진단 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재조합이두로네이트-2-설파타제를 통한 헌터증후군 효소대체요법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이밖에도 GC녹십자의 이두설파제-베타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두설파제-베타는 전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된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탄생한 치료제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두설파제-베타는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며 9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허가를 받은 바 있다.

희귀질환은 그 자체로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질환이다. 하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과거 치료제가 없던 희귀질환치료제가 속속히 개발되고 있다. 다행히 헌터증후군은 효소대체요법이 개발돼 환자 삶의 질이 향상됐다. 하지만 신생아선별검사 대상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치료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신생아선별검사에 헌터증후군이 포함돼 이들의 삶을 유지시키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길 기대한다.

*다음 기획기사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입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간에서 LDL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수용체에 결함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희귀질환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