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성도 스스로를 위해 HPV백신접종할 때”
“이제 남성도 스스로를 위해 HPV백신접종할 때”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10.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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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성 생식기사마귀 신고건수, 2015년 대비 1.8배 이상↑
김슬기 교수 “HPV감염, 남성난임도 일으킬 수 있어”
‘자궁경부암백신’→‘HPV백신’으로 불러야한다는 지적도

자궁경부암은 HPV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HPV백신접종률은 50~60%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게다가 여성용 백신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HPV는 성 접촉을 통한 감염으로 남성 역시 생식기사마귀, 음경암, 항문암 등에 걸릴 수 있어 백신접종이 필요합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HPV백신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남성의 백신접종필요성을 알리고자 합니다. 두 번째 순서로 남성들에게도 HPV백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편집자 주> 

얼마 전 드라마 ‘청춘기록’에서 주연배우 박보검의 자궁경부암백신접종 장면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큰 화제였다. 해당 장면에서 출연자들은 “여자들만 아니라 남자들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HPV백신은 과거 ‘여성을 위해, 여성만 맞아야한다’에서 ‘남성 자신을 위해서도 맞아야한다’로 그 인식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남성들 사이에서는 “자궁이 없는데 자궁경부암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나”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HPV에 의해 생기는 생식기사마귀는 점차 커지다가 심한 경우 항문으로 번질 수 있다. HPV를 콘돔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콘돔사용 전후에 불가피한 피부접촉이 일어날 수 밖에 없어 큰 소용이 없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HPV에 의해 생기는 생식기사마귀는 점차 커지다가 심한 경우 항문으로 번질 수 있다. HPV를 콘돔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콘돔사용 전후로 불가피한 피부접촉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 별 소용이 없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30 남성 생식기사마귀환자 점차 증가

자궁은 없지만 남성도 HPV에 감염되면 항문암, 음경암, 두경부암, 생식기사마귀가 나타날 수 있다. 이 중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은 생식기사마귀(콘딜로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감시연보에 따르면 연도별 국내 남녀생식기사마귀 신고건수는 2015년 3484건에서 2019년 5878건으로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이 중 남성은 2015년 대비 2019년 1.8배 이상(2042건→3743건) 늘었다. 

특히 젊은층에서 생식기사마귀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생식기사마귀로 병원을 찾은 남성환자 중 20~30대는 2015년 2만3423명에서 2019년 3만5225명이었다. 같은 연령층의 여성 생식기사마귀환자 증가수치보다 훨씬 큰 폭이다. (2015년 1만1127명에서 2019년 1만2849명으로 증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녀 모두 HPV백신을 접종할 수 있지만 여성에게 접종이 집중되면서 실제로 감염예방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생식기사마귀는 HPV 6·11형으로 생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3~6개월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난다. 초기에는 작은 사마귀모양을 하다가 닭벼슬모양을 띠고 이를 방치하면 콜리플라워 모양처럼 번질 수 있다. 생명에 위협은 없지만 전염성과 재발위험이 높고 이는 곧 삶의 질을 떨어뜨려 조기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생식기사마귀를 가진 상태로 성관계를 하면 파트너에게 옮길 수 있어 완전히 소멸되기 전까지는 성관계를 피해야한다.  

고대구로병원 비뇨의학과 문두건 교수는 “콘돔을 사용해 HPV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콘돔 사용 전후 피부접촉으로 이미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어 큰 의미가 없다”며 “HPV백신접종도 물론 중요하지만 건전한 성지식, 출산, 피임, 성병에 대한 지식전달 등 건강한 성교육이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30대 자궁경부암환자는 2015년 1만3447명에서 2019년 1만776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낮아지는 성관계연령 ▲성관계 파트너수 증가 ▲흡연 ▲5년 이상 장기간 피임약복용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30대 자궁경부암환자는 2015년 1만3447명에서 2019년 1만776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낮아지는 성관계연령 ▲성관계 파트너수 증가 ▲흡연 ▲5년 이상 장기간 피임약복용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핑퐁’되는 HPV감염으로부터 지키려면

전문가들은 HPV감염이 생식기사마귀나 암뿐 아니라 난임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남성이 HPV에 감염되면 정자형성과정에 영향을 받아 정자의 질, 운동성이 떨어지고 항정자항체수치가 증가하는데 이는 남성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HPV에 감염된 남성으로부터 여성이 감염되면 자궁염증, 나팔관염증을 일으키는 다른균과 공동감염가능성이 커진다. 더욱이 자궁내막증 빈도도 증가해 향후 임신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HPV양성인 여성에서 조기양막파수, 유산, 조산확률도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물론 성관계 전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고서는 남성과 여성 중 누가 HPV에 감염된 상태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둘 중 누구 하나라도 감염된 상태라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도 있고 전파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상대방은 물론 혹시 모르는 HPV감염자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남녀 모두 HPV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최근 남성의 두경부암발병률이 여성의 2~3배에 이를 정도로 늘고 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구강성교를 꼽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슬기 교수는 “구강성교를 통해 생식기와 입이 접촉하면 입속점막에 HPV가 감염되면서 암유발위험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HPV백신의 필요성이나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지만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HPV감염으로 인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어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HPV감염위험성을 알리고 ‘여성만 맞는 백신’이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HPV백신’으로 불러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출처=셔터스톡).
HPV감염위험성을 알리고 ‘여성만 맞는 백신’이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HPV백신’으로 불러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출처=셔터스톡).

■‘자궁경부암백신’ 이름부터 바뀌어야 

‘자궁경부암백신’은 자궁경부암 유병률이 타 암종에 비해 월등히 높고 여성암 사망률 2위라는 점을 고려해 백신의 이름을 병명으로 타겟팅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자궁이 없는데 백신을 맞아야하나”라는 남성들의 인식에는 이 ‘자궁경부암백신’ 명칭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질병관리청은 2016년 6월부터 사업홍보 및 안내 시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백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자궁경부암백신이 아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과학적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HPV가 여성에게만 책임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HPV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여성만의 문제로 축소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질병예방이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자궁경부암백신을 HPV백신으로 명칭으로 변경한 질병관리청의 결정에 공감을 표했다. 

이어 “HPV백신은 여성의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생식기사마귀 및 남성의 항문암, 생식기사마귀 등을 예방할 수 있어 남성에게도 HPV에 대해 올바르게 알려 이들의 알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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