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균돼지 이용한 이종장기이식 본격 시도
무균돼지 이용한 이종장기이식 본격 시도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0.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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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가천대길병원
식약처에 임상시험 신청
세계최초 국제기준 적용
이종장기이식은 장기부전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종장기이식은 장기부전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국제기준을 준수한 이종장기이식임상시험이 이뤄진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과 제넨바이오, 가천대길병원은 국제기준을 적용한 돼지각막과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서(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게 접수 완료했다.

식약처 허가를 통과하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돼지췌도 및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이식 임상시험이 진행된다. 이종장기이식은 고령화로 인해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하는 장기부전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이종장기이식은 현대의학이 발달하기 시작한 20세기 초부터 시도됐다. 하지만 장기이식기술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대부분 실패했다. 이종장기이식으로는 영장류(원숭이, 침팬지)보다 돼지의 장기가 주로 사용된다. 실제로 1978년 피부조직, 2000년 파킨슨병과 헌팅턴병환자에게 돼지의 신경세포를 이식했고 2006년에는 돼지의 랑게르한스섬 섬세포(Islet Cell)를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 이식한 사례가 있다.

돼지장기가 주로 사용되는 이유는 돼지의 장기크기 및 생리현상이 사람과 가장 유사하고 원숭이와 달리 가축화가 가능해서다. 또 돼지는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어 대량공급을 할 수 있고 기술적으로 무균화가 가능해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는 “장기이식대기자가 늘고 있는 반면 기증자는 증가하지 않았다”며 “바이오장기는 기증장기를 확보할 때까지 환자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장기이식 ‘면역거부반응’을 잡아라

이종장기이식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면역거부반응’이다.

본래 우리 몸은 외래물질이 침입하면 면역시스템이 작동돼 몸을 보호한다. 하지만 장기처럼 큰 물질이 이식되면 체내면역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어 심각한 손상이 발생한다. 특히 이종장기이식은 면역체계가 서로 다른 만큼 면역거부반응이 더욱 심하다.

면역거부반응은 이식 후 수 분에서 수 시간 사이에 일어나는데 면역체계가 돼지장기표면에 있는 ‘알파갈(α-Gal)’이란 단백질을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알파갈은 영장류에는 없는 단백질이다. 다행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효과적인 면역억제제가 개발돼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전환돼지가 탄생하면서 이종장기이식 연구에 속도가 붙었다.

실제로 2016년 국립축산과학원은 국내 최초로 면역거부반응 없는 형질전환돼지 ‘사랑이’를 탄생시켰으며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이종이식학회(IXA) 기준에 부합한 이종장기이식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다.

앞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에서 돼지각막과 췌도를 인체에 이식하는 임상이 진행됐지만 국제기준에 따른 임상은 아니다. 이번 임상시험이 승인되면 국제기준에 따른 세계 첫 이종장기이식 임상으로 기록된다.

임상은 제1형 당뇨환자 2명을 대상으로 무균돼지의 췌도를 이식한 후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할 예정이며 이식 후 2년간 추적 관찰할 계획이다. 이번 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장기이식이 어려운 제1형 당뇨병환자들에게는 한 줄기 빛이 될 전망이다.

제넨바이오 김성주 대표는 ”현재 제1형 당뇨병치료에 사용되는 인슐린요법은 저혈당쇼크와 합병증 우려가 있어 췌도이식이 근본치료법이지만 기증장기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며 ”이번 임상은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이종이식제품 개발국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만큼 임상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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