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열 이용한 전기수술기, 피부과 기초기기가 되다
[허창훈 교수의 피부의료기기 이야기] 열 이용한 전기수술기, 피부과 기초기기가 되다
  •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0.10.28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전기는 문명생활을 누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에너지 가운데 하나로 의료현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부치료분야에서 전기는 의료기기를 작동시키는 에너지이자 직접적으로 조직변화를 주는 치료도구로도 사용되고 있다.

피부의료기기가 치료에 이용되는 원리를 살펴보면 결국 원하는 조직에 열을 발생시켜 그 조직의 변성이나 파괴를 유도해 치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제모레이저는 검은색을 띤 멜라닌에 많이 흡수되는 레이저광선을 조사해 검은색 모발만 선택적으로 열을 손상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며 혈관레이저는 붉은색을 띠는 헤모글로빈에 많이 흡수되는 레이저광선을 조사, 혈관만 선택적으로 열을 발생시켜 파괴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피부의료기기 개발과 발전의 역사는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조직에 선택적으로 열을 발생시켜 파괴하면서도 주변조직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가 피부에 직접적인 치료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열 발생에 의한 조직파괴 또는 변성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전기는 레이저와 달리 조직선택성이 거의 없다. 한마디로 전기는 전극이 닿은 부위라면 조직의 종류와 상관없이(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부 파괴된다는 점이 레이저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전기소작기로 치료된 혈관에 발생한 다발성종양(왼쪽 : 치료 전, 오른쪽 : 치료 2개월 후).
전기소작기로 치료된 혈관에 발생한 다발성종양(왼쪽 : 치료 전, 오른쪽 : 치료 2개월 후).

고대 이집트(BC 3000)시대 이후 열을 발생시킬 만한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때도 뜨겁게 달군 돌이나 쇠를 이용해 지혈하거나 종양을 치료했으며 이는 현대에도 소작술(지짐술, cautery)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열을 발생시키는 에너지원으로 전기가 본격적으로 이용된 것은 19세기 후반 일련의 과학자들이 고주파교류전류를 인체에 흘렸을 때 열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후였으며 1926년 미국에서 결정적으로 도약의 전기를 맞게 된다.

하버드대학의 물리학자 윌리엄 보비는 전압과 전류출력을 조절하고 전류진동폭을 줄이는 전기수술기를 고안했고 이에 관심을 가진 신경외과의사 하비 쿠싱이 1926년 10월 1일 혈관분포가 너무 많아 수술이 불가능했던 64세 환자의 종양을 이 기기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제거함으로써 현대적 전기외과수술의 서막을 올렸다.

이후 이 의료기기가 상품화되면서 개발자인 윌리엄 보비를 기려 그의 이름인 ‘보비(bovie)라는 단어가 ’전기수술기‘를 뜻하는 일반명사 또는 ’전기수술을 하다‘라는 동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전기수술은 대부분 수술실에서 지혈 등의 목적이나 내시경처럼 작은 부위를 확대 관찰하면서 직접 조직을 파괴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앞서 말했듯이 전기는 조직선택성이 없어 닿는 부위의 모든 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관찰하지 않고는 사용할 수 없는데 피부과의 특성상 대부분의 문제부위를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어 피부과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시술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됐다. 훨씬 뒤에 개발된 레이저가 보편화된 지금 이 순간에도 전기수술기는 계속 발전하고 개량돼 피부종양제거는 물론 미용치료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기기로 사용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