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농사 ‘이중고’ 신음하는 여성농민
가사+농사 ‘이중고’ 신음하는 여성농민
  • 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10.30 0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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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의 날 기획] 여성농민 건강실태

근골격계질환 유병률
男농민보다 15% ↑
일반女 의료비 3.8배
특수검진도입 시급
우리나라 농민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농민은 농업·농촌사회의 주요구성원이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농가인구의 51%가 여성이었습니다. 여성농민 수는 2000년대부터 남성농민을 앞지르며 농업의 주요성장동력이 됐지만 아직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처우도 열악합니다. 특히 여성농민은 남성농민·비농민에 비해 건강상태가 매우 취약합니다. 헬스경향은 ‘농민의 날’(11월 11일)을 앞두고 여성농민의 건강실태와 정부지원정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편집자주>

“한 어깨에 열 지게를 지고 있다.” 광주전남여성농민연합 정영이 정책부회장은 국내 여성농민의 현실을 이렇게 말했다. 여성농민은 농사와 가사를 병행하고 생계를 위해 농외소득활동에도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노동부담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여성농민의 높은 유병률로 나타난다.

■여성농민 의료비, 일반여성의 3.8배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여성농민의 근골격계질환 유병률은 70.7%로 남성농민(55.1%)과 비농업인(52.2%)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 소화기계질환 70.7%, 호흡기계질환 67.7%로 남성농민(각각 63%, 57.4%)과 일반여성(각각 61%, 58.3%)보다 높았다. 여성농민의 의료비용은 일반여성의 무려 3.8배에 달한다.

여성농민이 주로 밭농사에 종사한다는 점도 유병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남성농민이 기계화율이 높은 벼농사를 한다면 여성농민은 채소, 과수 등 밭농사를 담당한다. 밭농사는 쪼그려 앉거나 숙이는 동작이 많고 무거운 작물을 드는 등 몸에 많은 무리가 간다.

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철갑 교수(전남농업안전보건센터장)는 “여성농민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근력이 약하고 노화에 따른 호르몬변화로 전반적인 몸 상태도 좋지 않아 유병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농촌의 의료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8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 이용 시 불편함을 ‘멀거나 교통불편’으로 꼽은 비율이 33.2%로 가장 많았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좌초위기’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준비 중이다. 여성농민의 높은 유병률과 의료비용부담을 개선, 삶의 질 향상을 돕겠다는 취지다. 근골격계질환 등 여성농민의 취약질환 검사항목을 추가해 건강검진을 진행하며 비용은 국가가 100% 부담한다.

이는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2019~2020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2년 전국 시행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 현재 좌초위기에 놓였다. 농식품부가 내년 시범사업을 위한 예산 32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철갑 교수는 “코로나19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농업은 국가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며 농민건강이 그 기반”이라며 “특수검진사업은 단순한 건강검진차원을 넘어 어떤 농작업이 질병을 유발하는지, 어떤 예방이 필요한지 등 데이터베이스를 쌓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데이터를 확보하면 추후 남성에까지 확대해 농업종사자 전반의 안전을 지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영이 정책부회장은 “농촌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노동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농민에 대한 육성과 지원은 매우 절실하다”며 “20년간을 요구해 어렵게 만들어낸 제도인데 좌초위기에 처해 매우 갑갑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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