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나를 괴롭히는 ‘구내염’ 현명하게 다스리기
[이상민의 건치로 지키는 백세건강] 나를 괴롭히는 ‘구내염’ 현명하게 다스리기
  •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0.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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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이상민 굿라이프치과병원 원장

피곤하거나 조금 무리했다 싶을 때 찾아오는 입안의 불편함. 바로 구강 내 궤양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소위 혓바늘이라고도 표현하는 구강 내 궤양, 즉 ‘구내염’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필자와 결혼한 아내도 매우 심한 구내염환자다. 거의 매일같이 구내염치료제를 개발하라고 필자를 겁박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내염에 대한 뾰족한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적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최소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구내염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물리적인 상처가 난 경우다.

단단한 음식물, 예를 들어 생선 가시에 찔려서 또는 과자먹다가 까져서 생길 수도 있다. 치아 교정 중이라면 철사나 브라켓 등에 찔리는 경우도 있다. 또 치과진료를 받다가 찔리기도 하며 사랑니가 나오면서 잇몸을 찌르는 경우도 생각보다 매우 많다. 틀니를 새로 맞춘 경우라면 당연히 물리적 상처가 많이 나게 된다. 양치질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하다가 실수로 상처를 낼 수도 있다.

이처럼 물리적 이유로 인한 구내염은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원인이 사라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둘째,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경우다.

구강 내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감염 중에 가장 흔한 녀석이 헤르페스 바이러스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신경절이라는 곳에 잠복해있다가 평생 사람을 힘들게 하는 대상포진의 원인이기도 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구강 내에서 물집(수포) 같은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물집이 터지면 구내염으로 보인다.

슬프게도 바이러스성 물집, 바이러스성 구내염은 (대상포진과 마찬가지로) 평생 함께 지내야한다. 특히 바이러스성 구내염으로 진단 시 꼭 명심해야하는 사항이 있다. 바이러스성 구내염은 수포가 생겨서 터지는 순간 많은 바이러스가 터져 나오는데 이때 주변 사람에게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수포가 터져서 구내염처럼 보이게 된 이후에는 통증관리만 잘하면 천천히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피곤하거나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돌아가면서 수포가 생성될 수 있다.

셋째, 생소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내 몸의 면역반응에 의해서도 구내염이 발생할 수 있다.

면역은 쉽게 이야기하면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과 나쁜 이물질을 찾아서 파괴해 내 몸을 지키는 과정이다. 이때 면역에 관여하는 세포들을 면역세포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정상세포와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을 구별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피아식별 과정을 거친 정상적인 면역세포들은 내 몸은 공격하지 않고 나쁜 세균만 공격한다.

그런데 만일 적과 나를 구분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면역세포가 만들어진다면 이 불량 면역세포는 나의 몸을 마치 외부의 세균인 것처럼 공격하게 된다. 이때 이러한 공격에 가장 취약한 세포 중 하나가 점막세포로 구강 내, 성기, 항문 등의 연약한 곳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바이러스 감염같이 뚜렷한 원인이라도 있으면 차라리 덜 억울할 것 같은데 내 몸을 지키라고 만든 세포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더 억울하다.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대부분 피곤해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구내염은 마음 편히 푹 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구내염이 생겼다고 할 때 치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알보칠®이라는 약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그 심한 고통을 잘 알 것이다. 알보칠®은 강한 화학성분을 통해 상처를 태우는 원리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뒤에야 조금 편안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많이 아프거나 부을 수 있다. 또 정확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환자와 치과의사도 별로 없으며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제한적이다.

다른 방법도 있다. 바로 스테로이드성분의 연고를 바르거나 가글을 하는 방법이다. 가장 유명한 스테로이드성분의 연고는 오라메디®와 페리덱스®등이다.

스테로이드성분은 부기와 통증을 빠르게 완화시킬 수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지만 호르몬성분이 전신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 긍정적이지 않다. 더욱이 환자가 임신 중이거나 전신질환이 있다면 사용이 제한적이다. 또 감염환자의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사용이 오히려 감염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최대 약점은 침에 의해 자꾸 씻겨나가서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가글제제들이 개발됐다.

방송인 신동엽 씨가 광고해서 유명해진 아프니벤큐액®의 경우는 진통소염제계통(NSAIDS)인 디클로페낙 성분이 들어 있어서 진통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진통소염제는 스테로이드보다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또 약재와 상처가 만나고 있는 시간이 매우 길어야 그나마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구강 가글이라는 한계 때문에 큰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오히려 일반적인 진통소염제를 먹어서 얻을 수 있는 진통효과보다도 떨어진다.

벤제토늄염화물 등과 같은 표면살균제를 사용한 이바네®라는 가글제품도 있다. 비록 피부를 뚫고 흡수되지는 않는다고 보고됐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식품첨가물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있다. 2019년 4월에는 미국 FDA에서 손소독제에 이 성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구강점막은 다른 피부에 비해 각질층이 얇고 혈관이 풍부하기 때문에 여러 성분이 흡수되기 쉽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

구내염은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현재로선 원인에 알맞은 치료방법을 시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도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으니 언젠가는 구내염의 매우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나와서 환자들의 불편이 해소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런 날이 온다면 필자도 아내에게 조금 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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