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백신 무료접종대상, 남아로 확대해야
HPV백신 무료접종대상, 남아로 확대해야
  • 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0.11.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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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입 37개국 中 20개국, HPV백신접종에 남아포함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HPV남성대상연구 필요해

자궁경부암은 HPV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HPV백신접종률은 50~60%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게다가 여성용 백신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HPV는 성 접촉을 통한 감염으로 남성 역시 생식기사마귀, 음경암, 항문암 등에 걸릴 수 있어 백신접종이 필요합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HPV백신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남성의 백신접종필요성을 알리고자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HPV백신접종대상에 남아를 포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이에 대한 사안을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完)

HPV백신접종률은 2016년 만 12세 미만 여아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되면서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발표한 ‘초·중학교 입학생 예방접종 확인사업 결과’에 따르면 처음 사업을 시행한 해(2016년)의 HPV백신접종률은 50.1%였지만 2019년에는 81.7%까지 증가했다.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17종 비교(출처=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17종 비교(출처=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그런데 문제는 접종대상이다. 현재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해당하는 17종 백신 중 HPV백신접종만 유일하게 남아가 포함돼있지 않다. 이에 HPV백신접종대상에 만 12세 미만 남아도 포함시켜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남성HPV에 대한 인식

논의배경에는 과거와 달라진 남성HPV에 대한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성 접촉으로 감염되는 HPV가 일으키는 질환이 여성에게만 발생한다는 인식에서 남성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바뀐 것이다. 또 HPV접종백신필요성에 대한 보도가 많아지면서 HPV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특히 과거 HPV는 여성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발표들에 따르면 남녀 모두 감염될 뿐 아니라 실제 남성도 바이러스전파에 중요한 매개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성들의 HPV감염사례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그 상승폭도 여성에 비해 더 크다. 게다가 전반적인 자궁경부암유병률과 사망률은 줄었지만 20~30대 자궁경부암환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10월 21일자 ‘이제 남성도 스스로를 위해 HPV백신접종할 때’ 기사 참고). 이에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남녀 모두 HPV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이대목동병원 부인종양센터 김윤환 교수(산부인과)는 “젊은 여성자궁경부암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성문화개방에 따라 첫 성경험연령이 낮아지고 교제하는 파트너수 증가 등으로 HPV에 감염될 기회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수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HPV백신접종비용, 실제접종비율, HPV감염유병률 등 우리나라도 현 실정에 맞는 남성대상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혜영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도 HPV감염예방 및 백신접종대상확대를 위해 관련 전문가, 학계와 토론회·간담회를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HPV감염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여러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HPV백신접종에 대한 인식과 그 대상을 확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HPV백신접종대상 확대하는 선진국들

해외는 이미 여러 관련 연구를 통해 HPV백신접종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OECD 가입 국가(37개국) 중 HPV백신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남아를 포함한 확대한 곳은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 20개국이다. 그리스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남아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HPV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남성대상연구는 매우 적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재정적비용과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순 없지만 우리나라도 현 실정에 맞는 연구를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8월 의미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화여대 약학대학 손경복 교수연구팀은 대한부인종양학회 학술대회에서 ‘만 12세 남녀대상 HPV백신접종’이 여아에게만 시행하는 현행 국가예방접종사업과 미접종군(남녀모두 접종하지 않았을 때) 대비 비용효과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미접종군 대비 HPV감염 관련 암을 남녀 모두에서 감소(30%)시키고 생식기사마귀도 여성과 남성 각각 72%, 69%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정원 교수는 “정책수립에 있어서는 HPV백신접종비용, 실제접종비율, HPV감염유병률 등을 보여주는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며 “이번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 발표한 자료는 국내 남성이 HPV전파와 관련질환발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국회 차원에선 어디까지 논의됐나

국회 차원에서 HPV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었다. 2015년과 2019년에는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17년에는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자궁경부암 퇴치, 남성 HPV백신접종필요 등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최혜영 의원이 ▲자궁경부암 1인당 진료비 증가 ▲10~30대 자궁경부암환자 증가 ▲남성HPV관련질환 등을 근거로 HPV백신 국가예방접종대상에 남아를 포함시켜야한다는 논의를 제기했다. 

최혜영 의원은 “성관계 이전에 HPV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학교보건교육, 성교육을 통해 HPV백신예방접종 필요성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이 이뤄져야한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HPV감염예방 및 백신접종대상확대를 위해 관련 전문가, 학계와 토론회·간담회를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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