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와 이사할 때 이것 명심하세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와 이사할 때 이것 명심하세요!
  • 김보람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11.02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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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른 대구동물병원(동물메디컬센터) 죽전 내과원장

많은 사람이 그렇듯 나도 자주 이사를 했다. 짧게는 1년 혹은 2년, 길게는 6년 간 다양한 장소로 옮겨다녔는데 그럴 때마다 반려묘들도 함께였다. 고양이는 환경의 변화를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반려묘는 주인의 결정에 따라야했다.

동물병원에 근무하다 보면 이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고양이를 종종 만난다. 상부호흡기증상, 방광염 등 고양이는 이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다양한 질병으로 표현한다.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환경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궁리해볼 필요가 있다.

이사를 앞두고 첫 번째로 준비해야 할 것은 이동장에 대한 적응이다. 이동장은 고양이가 늘 지내던 집에서 벗어나 외출할 일이 있을 때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또 낯선 환경에서 그나마 익숙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많은 고양이가 동물병원에 오기 전에는 이동장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다가도 막상 동물병원에 도착하면 이동장에 들어가려고 한다. 이사를 하기 전 이동장을 꺼내 늘 보이는 곳에 두고 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간식을 먹거나 놀 수 있도록 한다. 그러면 고양이가 이동장을 편한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다. 또 이동거리가 길 경우 멀미를 따로 대비하는 것이 좋다.

이사할 집도 고양이가 적응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양이가 늘 사용하던 방석과 물품들을 미리 놓는 것이다. 화장실 모래는 기존에 사용하던 모래의 일부를 가져와 새로운 화장실에 섞어두는 것도 좋다.

이사 당일에는 고양이를 이동장에 넣어 가장 먼저 이동하거나 아니면 마지막에 옮기는 것이 좋다. 두 가지 모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이사 과정에서 고양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한다. 이사 도중 고양이를 풀어놓으면 절대로 안 된다. 문이 열려있고 많은 사람이 오가는 중에 고양이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간혹 당황한 고양이가 이삿짐 박스에 숨기 때문이다. 이사하는 동안 고양이를 따로 관리하기 힘들다면 고양이 호텔에 맡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이사 후 고양이가 숨어서 나오지 않거나 재채기, 눈 깜빡임 등 가벼운 감기 증세를 보인다면 3~4일 정도는 지켜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식욕이 떨어지거나 배뇨에 문제가 생긴다면 곧바로 가까운 동물병원에 오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고양이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이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이사하는 것’ 그 자체다. 쉽지는 않더라도 필자는 애초에 반려묘를 우선으로 해서 집을 구하는 편이다. 그 점이 이 글을 쓰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겠지만 동물병원에서 접하는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유기할 때 가장 먼저, 공통적으로 대는 핑계는 ‘이사’다. 애초에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곳으로 이사를 해서는 안 된다. 근래에도 이사를 한다는 이유로 어떤 보호자가 반려묘 4마리를 한 번에, 다른 보호자는 반려묘 2마리를 한 번에 동물병원에 유기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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