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평소 TV광고를 유심히 보는 편이다. 좋아하는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다가 멈춰서 끝까지 볼 정도다. 하지만 치과의사로서 쉽사리 넘길 수 없는 광고가 있으니 바로 ‘잇몸약’광고다.
우리는 TV뿐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먹는 잇몸약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어떤 잇몸약은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는 광고를 하기도 한다. 문제는 잇몸약이 잇몸건강의 필수품이자, 치과치료를 대신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모순적이게도 6개월마다 하는 스케일링 5만원은 아깝고 매월 3만5000원씩 내야하는 잇못약은 불티나게 팔린다는 점이다. 이에 이번 칼럼에는 화제 속의 명약, 바로 잇몸약에 관해 알아보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잇몸약도 논문으로 검증됐거나 제대로 된 효능을 가진 것은 없다. 이런 이유로 이미 2016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모든 잇몸치료제로 등록돼 있는 약을 잇몸 보조치료제로 변경한 바 있다. 즉 반드시 치과에서 잇몸치료를 한 후 잇몸약을 복용해야 효과가 있는 것이지 잇몸약 자체가 잇몸치료를 대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잇몸약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옥수수나 아보카도, 후박 등의 생약추출물로 만들어진 것과 다른 하나는 리소짐복합체, 토코페롤(비타민E), 아스코르브산(비타민C) 등의 복합체다.
옥수수, 후박 등의 생약추출물로 만들어진 잇몸약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인사돌®’과 ‘인사돌플러스®’이다. 1978년에서 처음 시판된 인사돌®과 그 후속모델인 인사돌플러스®은 오랫동안 최고의 배우들로 광고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사돌®의 성분은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B-시토스테롤)’이다. 즉 옥수수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그 핵심성분이 B-시토스테롤이라는 뜻이다. 이 성분은 국내에서 의약품성분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 또 미국에서는 콜레스테롤과 유사한 구조로 전립선비대증이나 고지혈증 정도에 효과가 있다고 사용되며 그 외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 특히 구강과 관련된 어떠한 용법도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고려대학교 임상치의학연구소와 메이요클리닉은 2015년 인사돌Ⓡ의 주성분인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에 관한 논문(경구용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 치료제(인사돌)의 임상적 유효성 데이터의 통계적 타당성에 대한 연구)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논문에서는 흥미로운 몇 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 1978년 국내에 사용되기 시작한 인사돌은 1994년까지 몇 번의 임상시험이 있었으나 기존의 논문을 분석해보니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이 잇몸건강에 미치는 작용기전이 불분명하다고 보고됐다. 또 인사돌® 제조사의 홈페이지에 수록되지 않은 다른 나라의 임상연구 데이터를 살펴보면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이 치유효과 면에서 아무런 차이도 없거나 오히려 잇몸의 치유를 방해한다는 연구가 있다.
두 번째, 작용기전이 불명확한 것뿐 아니라 기존의 모든 임상연구들의 자료분석 및 통계적 적합성 측면에서도 검토해보니 모든 연구가 그 과정이 공정치 못했다. 즉 잘못된 통계분석방법이 사용되거나 어떤 것이 더 좋다는 근거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만든 인사돌®이 잇몸건강에 좋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고 근거로 사용하던 논문들도 다 잘못된 분석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2014년 8월 인사돌®을 만드는 회사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후속제품 인사돌플러스®라는 ‘잇몸약’은 제조사의 홈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이 성분을 고시하고 있다.
인사돌®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성분에 후박75% 에탄올연조엑스라는 성분이 추가로 들어갔다. 그런데 인사돌플러스®에 관한 제조사의 홈페이지를 잘 살펴보면 ‘국내 임상시험결과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단일제와 후박75% 에탄올 연조엑스를 함유한 복합체 간의 유의성 있는 유효성 차이는 없었습니다’라는 흥미로운 문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단일제, 즉 인사돌®과 인사돌플러스®는 임상시험결과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2002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과 후박추출물의 1:2 혼합물이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과 유사한 효과를 갖는다는 성분비교 논문까지는 있지만 이 성분들이 직접적으로 잇몸건강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다. 결국 인사돌플러스®는 인사돌®과 효과가 같다는 뜻이다.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 대중매체를 통해 광고를 접한다. 연일 쏟아지는 광고 속에서 소비와 유행은 계속되고 있지만 범람하는 정보에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좀 더 영리해질 필요가 있다. 상업광고에서 광고내용을 미화하고 과장해 소비자를 유혹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건강은 한 번 잃으면 돌이킬 수 없다. 이번 칼럼이 소비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