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세 살배기 아이가 중환자실에 있습니다”…감염에 취약한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
[극복해요! 희귀질환] “세 살배기 아이가 중환자실에 있습니다”…감염에 취약한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1.06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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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D, X성염색체 돌연변이와 ADA효소 결핍이 원인
백혈구면역세포 T림프구, B림프구 선천적으로 결핍
조기치료 중요한 SCID 신생아선별검사에 포함돼야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SCID는 면역세포인 T·B림프구가 선천적으로 결핍된 만큼 건강한 사람에게는 심한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 미생물일지라도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SCID는 면역세포인 T·B림프구가 선천적으로 결핍된 질환이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에게는 심한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 미생물이지만 SCID환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기회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아픕니다. 과연 다른 아이들처럼 웃고 뛰어다닐 수는 있을지… 너무나 힘이 듭니다. 태어난 지 6년이 되지도 않은 우리 아이는 현재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을 앓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치료시기를 놓쳐 현재 18가지의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목과 배에 구멍을 뚫어 호흡과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힘든 생활을 하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금 저를 보며 방긋 웃는 저 표정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웃음이 저의 원동력 입니다>

과거 남편을 여읜 여성을 ‘과부’라 표현했으며 부인을 여읜 남성을 ‘홀아비’, 부모 잃은 자식을 ‘고아’라 칭했다. 하지만 자식 잃은 부모를 표현하는 단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아마 자식 잃은 부모의 고통을 담을 수 있는 단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안타깝게도 ‘중증복합면역결핍증(Severe combined immunodeficiency, 이하 SCID)’이란 희귀질환으로 자식을 여읜 부모가 존재한다. 1971년 미국 텍사스에서 ‘데이비드 베터’라는 한 아이가 태어났다. 축복 속에 태어난 아이가 처음으로 본 것은 따뜻한 엄마 품이 아닌 버블이라는 공간이었다. 데이비드가 풍선 모양의 멸균실에 있었던 이유는 SCID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SCID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인 희귀질환이다. 감기는 물론 모든 종류의 감염에 취약해 감염체들로부터 격리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데이비드는 평생 멸균실에서 살아야했다. 데이비드는 1983년 골수이식을 통해 치료된 듯했지만 골수 속 바이러스 감염으로 만 1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면역결핍질환인 SCID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가장 흔한 형태는 X성염색체의 돌연변이며 주로 남자아이에게 발생한다. 또 다른 유형은 ‘아데노신 디아미나아제(ADA)’효소의 결핍이다. 아데노신 디아미나아제는 백혈구의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효소가 부족하면 세포 내 독성물질이 쌓여 백혈구를 죽이게 된다. 즉 SCID 환자는 감염에 대항하기 위한 백혈구면역세포인 T림프구와 B림프구가 선천적으로 결핍돼 있다는 뜻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예진 교수는 “SCID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심한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 미생물일지라도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감염’을 유발한다”며 “SCID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감염증으로는 진균감염, 전신성종두증, 수두, 홍역, 거대세포바이러스, 생균백신 등의 감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빠른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의 삶 개선 가능해

SCID는 X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부모에게 대물림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유전자 이상은 부모로부터 물려받기보다는 자연적인 돌연변이가 더 많기 때문이다.

SCID는 신생아에게 주로 발병하고 치료받지 않으면 생후 1~2년 사이 대부분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SCID에 걸린 대부분의 영아는 일반적으로 생후 6개월경에 폐렴, 지속적인 바이러스감염, 아구창, 설사 등의 증상이 관찰된다. 그 결과 영아는 성장부진과 흉선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는다.

SCID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예방’이다. 따라서 면역글로불린이 부족한 환자의 경우 정기적 보충요법과 항생제 예방요법을 통해 감염을 예방한다. 만약 감염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감염원인에 따라 항진균제, 항생제 등의 치료와 함께 감염부작용과 합병증을 조절하고 완화하는 지지요법을 진행한다.

SCID에서 가장 좋은 치료법은 ‘조혈모세포이식’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은 HLA-적합 공여자나 일배수 동종부모에게서 채취한 골수포를 정맥을 통해 환자에게 투여한다. 하지만 T세포는 이식돼도 B세포는 이식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면역글로불린 주사가 필요하다.

김예진 교수는 “SCID는 면역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져 있어 각종 균으로 심한 감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영유아기에 타인의 면역세포를 포함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야한다”며 “만약 아이의 몸무게가 잘 늘지 않고 발달이 느리거나 만 1년 동안 1주 이상 입원치료가 필요했던 심한 폐렴을 2번 이상 앓았다면 SCID를 의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SCID 의심증상 (사진=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예진 교수)
SCID 의심증상 (사진=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예진 교수)

■SCID, 신생아선별검사로 조기진단 가능해

SCID는 조기발견해 치료에 들어갈수록 완치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신생아선별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SCID는 신생아선별검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신생아선별검사는 1985년 처음 도입됐으며 1997년 페닐케톤뇨증과 선천성갑상선기능저하증을 검사항목에 추가했다. 2006년에는 ▲페닐케톤뇨증 ▲갑상선기능저하증 ▲갈락토스혈증 ▲호모시스틴뇨증 ▲단풍당뇨증 ▲선천성부신과형성증 등 6종을, 2018년에는 50여종의 선천성대사이상질환으로 무료검사대상을 확대했다. 이밖에도 희귀질환진단사업을 통해 87개 극(極)희귀질환의 신생아선별검사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신생아선별검사는 선천성대사이상질환에 국한돼 있다. 따라서 ▲중증복합면역결핍증 ▲척수성근위축증(SMA) ▲폼페병 ▲고셔병 ▲헌터증후군 ▲부신백질이형성증 등 치료시기가 중요한 희귀질환을 검사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7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는 SCID자녀를 둔 이인재 씨(60세)가 나와 고통을 토로한 적이 있다. 이인재 씨는 6년 전 생후 5개월 차에 아들이 SCID질환에 걸렸다. 아들은 늦은 시기에 SICD를 진단받아 골수이식을 2번 받았다. 문제는 증상이 심각해 목과 배에 구멍을 뚫어 호흡과 식사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 이 씨의 병원비는 1억4000만원. 이와 별개로 집에서 의료소모품비로 매달 170만~250만원을 쓰고 있다. 만약 이 씨의 아들이 신생아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치료를 받았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김예진 교수는 “SCID는 조기진단을 통해 바로 치료에 들어가면 치료비와 감염증 위험 역시 최소화할 수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며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신생아선별검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환자가 있는 만큼 하루빨리 검사항목에 포함돼 그들이 다른 사람처럼 웃고 행복한 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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