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해요! 희귀질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대물림 50%… 급여기준 변해야 할 때
[극복해요! 희귀질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대물림 50%… 급여기준 변해야 할 때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1.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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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인경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이사(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희귀질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인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희귀질환자들의 고통분담을 위해 1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발표했지만 아직도 실질적인 지원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헬스경향은 희귀질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극복해요! 희귀질환’이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희귀질환인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치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인경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이사(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편집자 주>

정인경 교수는 “FH환자가 건강보험으로 PCSK9억제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변이가 확인되거나, 건황색종이 있어야한다”며 “하지만 밝혀지지 않은 관련 유전자로 인해 새로운 종류의 유전자이상이 있는 경우 기존 진단키트로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인경 교수는 “FH환자가 건강보험으로 PCSK9억제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변이가 확인되거나, 건황색종이 있어야한다”며 “하지만 밝혀지지 않은 관련 유전자로 인해 새로운 종류의 유전자이상이 있는 경우 기존 진단키트로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연관 있다 들었다.

우리 몸에는 두 가지 종류의 콜레스테롤이 있다.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하는 ‘LDL콜레스테롤’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LDL콜레스테롤이 지나치면 혈관에 침착해 동맥경화증을 유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때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하 FH)은 LDL콜레스테롤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문제가 있어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를 말한다.

- FH와 일반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차이는.

FH는 LDL콜레스테롤 대사에 관련된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FH의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일반인보다 2~3배 이상 높다. 단 FH는 유전자돌연변이가 많기 때문에 유전자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없다. 실제로 평소 채식을 하는 마른 여성임에도 LDL콜레스테롤이 250mg/dL로 나온 경우가 있다. 이는 잘못된 식생활이나 생활습관 등이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LDL콜레스테롤 대사에 관련된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LDL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기능을 약하게 타고난 것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단기준에 따르면 16세 미만의 경우 총콜레스테롤이 260mg/dL을 초과, LDL콜레스테롤이 155mg/dL을 초과할 때 FH를 의심한다. 반면 16세 이상의 경우 총콜레스테롤이 290mg/dL을 초과하거나 혹은 LDL 콜레스테롤이 190mg/dL을 초과하면서 고콜레스테롤혈증 가족력 또는 조기 관상동맥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FH를 의심해야한다.

- FH는 콜레스테롤 수치외 또 다른 의심증후가 있는지.

‘건황색종’이 대표적이다. 건황색종은 인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생기는 볼록한 혹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위는 아킬레스건이며 무릎 앞쪽이나 팔꿈치 관절에서도 발생한다. 또 눈에는 검은 눈동자 안쪽 테두리를 따라 하얀 링 형태로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각막환’이라는 증상이 관찰된다.

하지만 FH가 있다고 해서 건황색종이나 각막환이 무조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환자 중 LDL콜레스테롤이 250mg/dL 등 높아도 건황색종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만약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문진을 통해 건황색종이나 각막환이 있는지 가족 중 젊은 나이(남성 55세, 여성 65세 이전)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는지 확인해야한다.

- FH환자는 어느 정도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하는가.

FH는 향후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을 100mg/dL 미만 또는 기저치의 50%로 낮추도록 권고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 FH환자가 심근경색을 경험했다면 혈관이 많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재발방지를 위해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70mg/dL 미만으로 조절해야한다. 최근 유럽학회나 미국학회에서는 55mg/dL 미만으로 더 낮춰야한다는 지침이 발표되기도 했다.

- FH는 약물치료가 주를 이룬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약물을 사용하는지.

일차적으로 지질저하제인 스타틴을 사용한다.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해 LDL콜레스테롤 제거를 촉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문제는 FH환자의 경우 유전자이상으로 비정상적인 LDL수용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스타틴으로 LDL콜레스테롤 제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고콜레스테롤혈증환자가 10~20mg의 스타틴으로 조절된다면 FH환자는 고용량 40~80mg까지 써도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다행히 최근에는 효과적인 PCSK9억제제가 나왔다. LDL수용체는 주기적으로 파기되고 다시 생산되는데 이때 PCSK9이 LDL수용체를 주기적으로 파괴한다. 따라서 에볼로쿠맙과 같은 PCSK9억제제는 LDL수용체가 파기되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FH에서 PCSK9억제제 에볼로쿠맙 사용에 급여제한이 엄격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PCSK9억제제 사용제한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FH환자가 건강보험으로 PCSK9억제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변이가 확인되거나, 건황색종이 있어야한다. 하지만 FH는 밝혀지지 않은 관련 유전자로 인해 새로운 종류의 유전자이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기존 진단키트로 확인이 어렵다. 실제로 가족력이 강하게 의심됐지만 유전자변이가 확인되지 않아 PCSK9억제제 사용이 어려운 적이 있었다. 해당 환자의 형님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자녀들 모두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250mg/dL을 넘어 확실한 가족력이 있었다.

현재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는 ‘유전자검사 음성으로 나온 경우라도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 임상적으로 FH으로 진단해야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즉 유전자변이가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가족력이 확실하면서 스타틴, 에제티미브로 LDL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아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경우에 PCSK9억제제가 투여될 수 있도록 급여가 확대돼야 환자의 치료가 가능해진다.

- 유전자검사의 정확도가 낮은 이유는.

현재 유전자검사에서는 세 가지를 본다. 먼저 LDL수용체 돌연변이를 보고 이상이 밝혀지지 않으면 다음은 Apo B-100 유전적 결함, 다음으로는 PCSK9 돌연변이를 확인한다. 문제는 이 세 가지를 다 합쳐도 유전자변이가 확인되는 환자는 3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유전자 이상만 해도 100가지가 넘고 새로운 유전자 변이도 계속해서 발견되기 때문에 유전자 이상만으로 FH를 진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로 인해서 해외에서는 유전자 이상으로만 FH를 진단하지 않는다.

- 학회차원에서 급여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등록사업을 기반으로 FH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를 통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를 분석하고 있다. 또 기존 약제에 의한 LDL콜레스테롤의 감소 정도를 분석하고 있다. 또 에볼로쿠맙 등 PCSK9억제제를 쓰기 전후의 경과도 추가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이는 급여개선을위한 근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FH조기발견 및 치료를 위해 한 말씀 부탁한다.

FH는 유병률이 높지 않아 모든 청소년에게 선별검사를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FH는 부모 중 한쪽만 병이 있더라도 자식의 50%가 물려받는다. 따라서 가족 중 FH환자가 있거나 젊은 나이에 심근경색을 경험한 가족이 있는 경우 또는 비정상적으로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콜레스테롤혈증인 환자의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해야한다.

※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인경 교수는?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장이자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이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당뇨, 고콜레스테롤혈증,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내분비질환 치료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한내과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등 여러 학회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정인경 교수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환자의 치료접근성을 확대하고자 등록사업을 기반으로 FH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를 통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를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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