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고 어려운 피임? “처음부터 전문가 손 잡으면 안전합니다”
두렵고 어려운 피임? “처음부터 전문가 손 잡으면 안전합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1.13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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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성훈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학술위원장)
피임을 결심했다면 부정확한 온라인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이 분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산부인과 의료진과 처음부터 상담하고 자신의 건강상태에 적합한 피임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성이면 누구나 고민해볼 법한 ‘피임’. 요즘은 결혼유무를 떠나 자기 삶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면서 장기피임을 결심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피임법 선택 시 자신의 건강상태까지 면밀하게 고려하는 여성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첫 성경험 연령은 빨라지고 의학발달로 피임방법은 다양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하는 시기에 건강하게 임신에 성공하려면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내 몸에 가장 적합한 피임법을 선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성들의 안전하고 올바른 피임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김성훈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학술위원장)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 많은 여성이 피임을 하면서도 이 방법이 맞는지, 정말 효과가 있는지 긴가민가해한다.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바는 어떠한가.  

과거보다야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여성들에게 산부인과 문턱은 높은 것 같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2014년)에 따르면 국내 성인 미혼여성 1314명 중 10명 가운데 5~6명은 생식기계질환을 갖고 있었지만 산부인과를 통해 전문상담 및 진료를 받은 경우는 전체 유병자의 38.9%에 불과했다. 이렇게 질병이 있어도 10명 중 3~4명만이 산부인과를 찾는 상황인데 질병 없이 피임 상담만을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여성은 더욱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피임을 실천하고 있는 만큼 올바른 방법에 대한 인식 형성이 시급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에 따르면 평소 피임을 실천한다고 응답한 국내 15~44세 여성비율은 63.3%로 높았지만 대다수가 피임방법으로 월경주기법과 질외사정법을 사용했으며 경구피임약을 사용하는 여성은 18.9%에 불과했다. 많은 가임기여성이 산부인과 상담을 통해 성공률이 높은 피임법을 추천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이러한 상황에서도 피임방법은 발전을 거듭했다. 팔이나 자궁 안에 피임기구를 삽입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피임은 원하는 기간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만일 1년 내 임신계획이 있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피임약을 복용할 수 있다면 절대금기증에 해당되는 사항이 있는지 의료진 검토 후 경구피임약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향후 3년 이상 장기간 임신계획이 없는 여성들은 자궁에 피임기구를 삽입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특히 레보노르게스트렐호르몬이 함유된 자궁 내 시스템(Intrauterine System, 이하 IUS)은 한 번 삽입하면 5년간 장기피임이 가능하다. 매일 소량의 호르몬이 자궁내막에만 국소적으로 분비돼 자궁내막증식을 억제하고 자궁내막을 끈적하게 변화시켜 정자가 통과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더욱이 IUS는 월경량과 월경통을 1/5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어 평소 생리량이 많거나 생리통이 심한 여성은 이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혜택도 얻을 수 있다.

팔에도 피임기구를 삽입할 수 있는데 한 번 삽입 시 약 2~3년의 피임효과를 내며 주사제의 경우 3개월에 한 번씩 산부인과에서 피하주사를 맞으면 약을 매일 먹지 않아도 피임효과가 지속된다.

김성훈 교수는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피임에 성공할 수 있다”며 “또 경구피임약과 IUS로는 피임효과와 더불어 월경통과 월경량 감소 등 부가적인 이점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IUS는 아무래도 자궁 안에 직접 장치를 삽입하는 시술이다 보니 여러모로 우려의 시각도 많다.

장치를 삽입·제거하는 과정에서 자궁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현재로선 부정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다. 가임력 역시 장치를 제거하면 원래대로 회복된다.

또 IUS는 시술 전 골반 내 감염 병력이 있는지, 과거 IUS시술 후 이상반응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자궁내막에 혹이 있거나 기저병변이 있는지 등 환자의 건강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다음 최종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 우리가 가장 쉽게 시도할 수 있는 피임법은 먹는 약(경구피임약)인데 35세 이상 흡연여성은 복용을 금기시한다. 쉽게만 생각했던 경구피임약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하나.

경구피임약에 함유된 에스트로겐은 피를 잘 굳게 만들어 핏덩어리, 즉 혈전을 잘 생기게 한다. 혈전은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어느 혈관이든 막을 수 있는데 만일 폐나 뇌혈관을 막으면 생명에 매우 치명적이다. 이를 혈전증이라고 한다. 혈전증은 나이와 흡연량에 비례해 위험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35세 이상 흡연여성은 복용을 금기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경구피임약에 의한 혈전증 발생률이 낮다고 보고됐지만 그래도 하루 15개비 이상 등 과다흡연하는 여성은 위험할 수 있으니 경구피임약 복용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경구피임약 복용이 어려운 여성은 의료진과 상담 후 IUS와 같은 다른 피임방법을 고려하면 된다.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가 개발, 배포한 전문의료인을 위한 피임상담 안내서(출처=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홈페이지)

- 피임방법을 최종 선택하기까지 고려할 사항이 참 많은 것 같다. 이에 학회에서는 전문의료인을 위한 ‘피임상담안내서’를 개발했다고 들었다.  
 
피임상담안내서는 얼마나 피임을 원하는지부터 주사형 또는 시술형을 원하는지, 경구피임약 절대금기증에 해당하는 사항이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으로 구성돼있다. 이 질문들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그야말로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가장 적합한 피임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피임상담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는 여성들은 아직 많지 않아서 이를 보다 널리 알리려면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회 차원에서는 첫 성경험연령이 빨라진 점을 고려, 코로나19 상황이 좀 나아지면 학교 방문 또는 보건교사 초청교육 등을 통해 교육현장에 기본적인 피임지식과 올바른 피임방법을 알리는 홍보활동을 계획 중이다.   

- 성급하게 피임하는 것도 문제지만 피임 자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도 많다. 이들을 위해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일단 현재 의료현장에서 시행하고 있는 피임방법은 의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것들이다. 또 경구피임약과 관련해 가장 심각한 이상반응으로 꼽히는 혈전증은 동양인 여성에선 발병률이 낮다. IUS는 삽입과정에서 아주 드물게 자궁천공이 발생할 수 있지만 숙련된 의료진이 시술하면 마취 없이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 정 시술에 대한 부담이 크면 주사제나 팔에 삽입하는 피하이식제 등을 고려하면 된다.

무엇보다 피임방법은 각각 일장일단이 있으며 피임기간은 물론, 자신의 몸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본 후 최종선택해야한다. 따라서 피임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면 산부인과 의료진과 처음부터 함께 할 것을 권장한다. 이렇게 하면 피임은 결코 두렵고 위험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 충실하면서 향후 건강하게 임신을 준비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TIP. 올바른 피임, 이것만은 꼭!

1. 피임 계획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산부인과 방문해 전문 상담 받기
(인터넷에 의존하거나 의료진과 상의 없이 경구피임약 구매 후 복용하지 않기)

2. 경구피임약 복용 고려하고 있다면 절대금기증 해당사항 있는지 확인하기
(경구피임약 절대금기증 : 35세이상 흡연자(하루 15개비 이상), 심부정맥혈전증/폐색전증, 장기간 활동제한이 있는 대수술환자, 분만 후 3주이내, 산욕기심장병증, 현재 유방암 병력, 중증 간경변, 간종양, 수축기 160-이완기 100 이상의 고혈압/혈관질환, 허혈성 심장질환, 죽상경화 심장병의 다인자 보유군, 심장판막질환, 뇌경색 과거력, 합병증을 동반한 당뇨병, 전조증상이 있는 편두통, 혈전유발 돌연변이, 고형장기이식, 전신홍반성루프스(APA양성))

3. IUS시술 후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산부인과 진료 받기(1년에 1번 산부인과 정기검진 시 함께 점검)

4. 피임 시도 후 이상증상 있으면 바로 산부인과 방문해 의료진과 재상담 후 적절한 대안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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