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피부 고민은 무엇일까? 수년간에 걸쳐 시행한 각종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잡티, 색소’가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도 “피부가 희면 일곱 가지 흉이 가려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니 티 없이 맑은 피부는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인 것 같다.
이에 필자의 병원에도 점을 제거하러 오는 환자들이 꾸준히 있다. 그런데 막상 진찰해보면 점이 아닌 경우가 많다.
지난 칼럼에 이어 이번에는 얼굴이나 몸에 보이는 비슷한 듯 다른 몇 가지 색소병변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간단히’ 라고 표현한 이유는 점처럼 보이는 색소 중에서도 미용목적이 아니라 조직검사를 하고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악성병변(피부암)도 있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 설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점, 잡티라고 부르는 진한 색소는 의학용어로 ‘과색소성 피부질환(Hyperpigmentation)’이라고 하며 대표적으로 점, 흑자, 주근깨, 기미 등이 있다.
■점이란?
다른 말로 모반(Nevus)이라고 부른다. 점을 이루는 ‘모반세포가 증식’해서 생긴 병변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평균 10개 내지 40개 정도 갖고 있을 만큼 흔하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선천성모반, 유아기에서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후천성모반으로 구분되며 후자의 경우 자외선 노출과 관련돼 있다.
또 후천성 모반은 발생위치에 따라 세분화되는데 ▲피부의 가장 바깥인 표피에서 발생한 ‘경계모반’ ▲표피와 진피 사이에서 발생한 ‘복합모반’ ▲진피층 안쪽에서 깊숙이 발생한 ‘진피내 모반’으로 나뉘며 육안으로 보면 위 그림과 같다. 치료는 탄산가스레이저나 어븀야그레이저 같이 점을 태워내는 레이저로 비교적 쉽게 제거된다.
■흑자란?
피부 표피부터 진피를 향해 손가락처럼 뻗어 있는 표피능선이라는 곳에 ‘멜라닌세포가 증식’해 생긴 병변이다. ▲어릴 때 발생해 자외선과 관련 없이 신체 어느 부위나 생길 수 있는 ‘단순흑자’와 ▲중년층에서 장기간 자외선 노출로 인해 주로 손, 얼굴에 발생하는 ‘일광흑자’로 구분된다.
이 중 단순흑자는 앞서 언급한 경계모반과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병변을 확대해보면 가장자리로 갈수록 경계가 서서히 흐려지는 경계모반과는 달리 단순흑자는 주변 정상피부와 경계가 분명하다는 차이가 있다(위 그림 참고).
치료에는 큐스위치레이저 같은 색소레이저나 탄산가스레이저, 어븀야그레이저가 사용된다. 단 일광흑자는 단순흑자에 비해 표피능선이 진피층으로 더 깊숙이 뻗어 있기 때문에 레이저 치료 후 재발이 잘되는 경향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주근깨란?
주근깨는 앞서 언급한 흑자처럼 멜라닌세포의 숫자가 증가된 병변이 아니라 자외선에 의해 자극받은 멜라닌세포에서 ‘멜라닌 소체’를 많이 만들어내 황갈색의 색소반점을 만든 것이다.
주근깨는 유아기, 청소년기에 발생하며 특히 ‘MC1R’이라는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자외선이 강한 여름에 진해지며 나이가 들면서 점차 없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치료를 원한다면 색소레이저인 큐스위치 엔디야그 레이저로 비교적 쉽게 제거할 수 있다.
■기미란?
기미는 주로 30~40대 가임기 여성에서 뺨과 코 주변 양쪽으로 대칭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색소들과는 비교적 구분이 쉽다. 임신 시 호르몬에 의해 악화되는 경향이 있어 서양에서는 ‘Mask of pregnancy(임신마스크)’라고도 부른다.
기미는 멜라닌 세포뿐 아니라 멜라닌 색소를 형성하는 효소 또한 증가된 상태다. 유전되는 경향이 있으며 자외선이 심한 여름에 진해지고 겨울에 연해진다.
레이저치료나 하이드로퀴논 크림도포, 비타민C의 침투요법 등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워낙 좋아졌다 나빠졌다 해서 다른 색소에 비해 치료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기미 예방을 위해 평소 미백화장품,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위 모든 내용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의 색소를 천천히 살펴보자. 훨씬 빠르고 쉽게 이해될 뿐 아니라 최소한 단순 점으로 오인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