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거칠거칠 ‘견과류 속껍질’…벗겨 버릴까, 그냥 먹을까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거칠거칠 ‘견과류 속껍질’…벗겨 버릴까, 그냥 먹을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2.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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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날씨가 추워져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견과류 같은 간식거리를 챙겨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요즘이야 견과류는 철없이 접할 수 있지만 특히 추워지는 날에 본능적으로 더 챙겨 먹게 된다. 마치 다람쥐가 도토리를 주워 모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견과류를 먹다 보면 얇은 속껍질이 식감을 방해한다. 이 속껍질을 벗겨 버려야 할까 아니면 그냥 먹는 게 좋을까.

견과류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단단한 과피에 싸여 있는 열매라고 돼 있다. 한자어도 단단한 과일이라는 의미로 ‘견과(堅果)’다. 영어로는 ‘nut’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견과류로는 호두, 아몬드, 밤, 은행, 도토리, 잣 등이 있다. 얼핏 땅콩도 견과류로 알고 있지만 땅콩은 견과류가 아니라 콩류에 속한다. 땅콩의 영어이름(peanut)에 견과류를 의미하는 ‘nut’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견과류는 아니다.

보통 견과류는 안쪽에 얇은 피막이 하나 더 있다. 보통 속껍질이라고 한다. 견과류 속껍질은 우리말로 ‘보늬’라고 한다.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토지> 같은 문학서적에 간간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과거에는 흔히들 사용했던 것 같다.

그런데 흔히 견과류를 먹을 때는 단단한 껍질과 함께 안쪽의 얇은 속껍질도 모두 벗겨내고 먹는다. 식감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견과류의 속껍질에는 그냥 버리기 너무나 아까운 건강에 좋은 성분들이 포함돼 있다.

견과류의 겉껍질은 견과류 과육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외부의 물리적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겉껍질의 성분은 대부분 목질부의 성분과 비슷하고 영양성분은 특별하게 없다. 하지만 속껍질에는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이 포함돼 있어 과육을 화학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익는 과정에서 썩지 않게 하고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먼저 밤에 대해 살펴보자. 밤을 까다 보면 안쪽에 털이 달린 속껍질이 있다. 그런데 이 속껍질은 맛이 떫어서 거의 모든 사람이 벗겨내고 먹는다. 제사 때 올리는 밤도 껍질 까는 게 일이었다.

그런데 사실 밤은 과거부터 속껍질까지 약으로 사용해왔다. 밤이 들어간 처방을 보면 ‘生栗(혹 乾栗) 留外皮’라고 기록돼 있다. ‘생밤(혹 말린밤)을 넣을 때 외피(속껍질)를 벗겨내지 말라’는 의미다. 밤의 속껍질은 탄닌성분이 많기 때문에 떫은맛이 나는데 탄닌은 밤의 과육이 썩거나 벌레 먹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밤의 속껍질 속 탄닌은 기관지 점막을 보호해서 기침을 멎게 하고 장점막을 강화시켜 설사를 멈추는 효과가 있다. 또 속껍질만 모아서 곱게 가루를 낸 후 팩을 하면 피부를 팽팽하게 하면서 잔주름을 없애는 효과도 있어서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된다.

흔히들 먹는 호두도 얇은 속껍질까지 먹으면 좋다. 호두의 속껍질에도 탄닌성분이 포함돼 있어 밤의 속껍질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의서에 보면 호두를 약으로 사용할 때 ‘정천지해(定喘止咳, 숨참을 진정시키고 기침을 멎게 함)에는 속껍질째 사용하고, 윤장통변(潤腸通便. 장을 윤택하게 하고 변비를 통하게 함)에는 속껍질을 벗기고 사용’하도록 했다. 단 호두는 설사할 때 섭취하면 그 자체로 설사가 심해진다. 만일 호두육을 조금만 먹어도 설사하는 사람은 호두의 속껍질까지 함께 먹어보자. 어느 정도 설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잣도 속껍질이 있다. 잣솔에서 잣을 털어내면 단단한 겉껍질에 쌓여 있는데 이것을 깨면 갈색 얇은 피막으로 잣이 쌓여 있다. 이 상태를 황잣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속껍질을 벗겨내면 우리가 흔히 보는 흰색인 백잣이다. 황잣의 속껍질에도 항산화성분이 풍부해서 잣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해준다. 역시 함께 먹어도 좋다. 황잣의 속껍질 때문에 그 자체로 잣솔향이 난다.

단 은행은 예외다. 은행은 아미그달린 함량이 높아 생으로 먹으면 안 되고 반드시 익혀 먹어야한다. 아미그달린은 휘발성이 강해서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또 은행은 얇은 속껍질까지 벗겨내고 먹어야 안전하다. 여기에는 징코톡신이라는 독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는데 징코톡신은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콩도 콩깍지를 벗겨내고 나면 얇은 껍질로 쌓여 있다. 대두콩, 완두콩, 팥, 검은콩(서리태, 서목태), 커피콩 등 대부분의 콩과 껍질에는 다양한 항산화물질과 생리활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팥처럼 껍질이 벗겨지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고 대두콩처럼 물에 불리면 잘 벗겨지는 경우라도 일부로 버릴 필요가 없다.

콩과인 땅콩도 코르크 같은 껍질을 벗겨 낸 후 속껍질을 먹는 것이 좋다. 땅콩의 속껍질은 한자어로 ‘화생의(花生衣)’라고 하는데 역시 떫은맛이 있지만 지혈작용이 있어서 자반증이나 자궁출혈 등 출혈성질환에 도움이 된다. 별다른 이유 없이 코피가 날 때 지혈이 잘되지 않는 경우 도움이 된다. 땅콩을 쪄서 먹으면 속껍질까지 한결 편하게 먹을 수 있다.

견과류 속껍질은 종류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먹는 편이 건강에 이롭다. 만일 견과류를 맛으로 먹겠다면 버려도 좋겠지만 건강을 위해서 먹는다면 속껍질도 챙겨보자.

“견과류의 보늬를 먹어 보니 몸이 건강해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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