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항암치료는 정말 힘들기만 할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항암치료는 정말 힘들기만 할까?
  •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l 정리·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12.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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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반려동물의 사망원인 1위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암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항암치료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항암에 대해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보호자는 매우 고통스럽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이에 반려동물에게 암이 진단돼도 항암치료를 결정하는 경우가 매우 적다. 보통 암으로 고통받는 것보다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 더욱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또 완치가 되지 않는다는 말에 보호자들은 그러면 왜 항암치료를 해야하냐고 반문하고는 한다.

대부분의 항암제는 사람에게 쓰는 약과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맞다. 대부분의 항암제는 비선택적으로 작용하고 빠르게 분화하는 세포를 공격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신체에서 가장 빠르게 분화하는 곳은 매일 피를 만들어내는 골수, 털이 자라는 모근, 그리고 장상피세포가 대표적이다. 그러므로 항암치료를 했을 때 골수억압(빈혈, 백혈구·혈소판 감소), 탈모, 소화기 증상이 나타난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면 골수억압은 항암치료의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각 혈구의 수명은 다음과 같다. 백혈구는 4~8시간, 혈소판은 4~6일, 적혈구는 120일 정도다. 이 같은 이유로 항암치료를 하면 백혈구 감소증이 먼저 나타난다. 백혈구는 몸의 면역을 담당하므로 면역력이 저하된다. 적혈구의 수명은 매우 길어서 항암치료 부작용에 의한 빈혈은 매우 드물며 나타나더라도 항암치료 후 3~4개월 후 나타날 수 있다.

소화기증상은 생각보다 심한 경우가 드물어 대증처치로 치료될 때가 많다. 탈모는 사람과는 다르게 털이 빠지는 것보다는 털 성장지연이 자주 나타나는 편이다. 물론 털이 많이 빠지는 경우도 흔치 않다.

위의 경우와 다르게 흔하지는 않지만 ▲과민증 ▲피부독성 ▲췌장 ▲심장·폐·간·신장독성도 나타날 수 있다. 또 항암제의 효과가 매우 좋을 때도 오히려 종양세포가 매우 빠르게 죽으면서 갑작스러운 대사적 이상을 불러일으켜 침울, 구토, 설사 등을 보일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항암치료가 많은 부작용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실제로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사람보다는 확연하게 부작용이 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일한 약/조합으로 치료한 사람에 비해 개와 고양이의 부작용 비율은 훨씬 낮다고 알려져 있다(사람의 부작용 비율: 75%~100%, 개·고양이 부작용 비율 5~40%). 또 다른 논문에서도 총 123마리의 개 중 64마리(53.3%)는 항암치료로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한다. 부작용으로 삶의 질이 감소한 경우는 20%인 24마리였다. 또 보호자의 73.2%는 다시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면 하겠다고 했다.

강아지, 고양이의 수명은 사람보다 훨씬 짧다. 그만큼 질병, 종양세포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항암치료를 통한 수명연장도 사람보다 훨씬 짧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의학의 항암치료 목적은 사람과 조금 다를 수 있다. 반려동물에게 항암치료는 종양세포가 완전히 제거되지 못하더라도 종양의 성장을 지연시키고 잠시만이라도 멈추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은 종양의 성장이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삶의 질을 상당히 증진될 수 있다.

항암치료로 고통 없이 정상생활을 조금이라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의 질을 위해 필요하다. 물론 항암치료라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다. 다만 현재 환자의 상태와 예후에 대해 정확히 평가한 후 막연한 두려움에 포기하는 것보다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호자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상태로 행복한 삶을 이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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