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유증 멕시코 교민, 고국서 새 삶 찾다
코로나19 후유증 멕시코 교민, 고국서 새 삶 찾다
  • 김보람 기자 (rambo502@k-health.com)
  • 승인 2020.12.08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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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폐이식수술로 새 삶 선물

“저희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폐이식이 꼭 필요합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8월 멕시코 교민 정재준(남, 34세) 씨는 서울아산병원에 메일을 보냈다. 자신의 어머니 김충영(여, 55세) 씨가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섬유증이 발생해 폐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내용이었다.

김충영 씨는 당시 폐섬유증으로 폐기능을 완전히 잃어 인공호흡기와 에크모에 의존해 실날 같은 생명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멕시코 현지에서는 폐이식수술을 받는 것이 불가능했다.

8월 8일 멕시코 몬테레이공항에서 한국으로 이송 중인 김충영 씨를 에어엠뷸런스 안에서 의료진이 살펴보고 있다. 김충영씨는 캐나다, 알래스카, 소련을 거쳐 24시간 가량을 비행한 끝에 9일 새벽 4시 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사진=플라잉닥터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곧바로 멕시코 의료진들과 상의해 폐이식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김충영 씨는 폐기능을 상실했음에도 에어엠뷸런스를 타고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

9월 11일 김충영 씨에게 적합한 뇌사자 기증 폐가 나왔고 오후 5시 폐이식수술이 이뤄졌다. 20여 명의 의료진이 10시간 넘는 대수술을 진행한 끝에 김충영 씨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후 김충영 씨는 재활치료를 통해 폐기능을 회복한 후 오늘 퇴원했다.

김충영 씨는 “멕시코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 완치 이후 폐렴과 패혈증, 폐섬유증까지 생겨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막막한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 폐의식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수술을 받고 다시 태어난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폐이식을 받은 환자 130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 5년 생존율 62%를 기록하며 국내 폐이식 생존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였다. 1년, 3년 생존율도 각각 78%, 67%로 그동안 간이나 심장 등 타 장기에 비해 생존율이 낮아 이식수술을 망설였던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팀은 지난 2017년 10월 국내 최초 생체 폐이식을 성공하면서 살아있는 사람의 폐도 이식받을 수 있게 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충영 씨가 서울아산병원에서 폐이식수술을 받고 회복한 뒤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와 입국 100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는 “멕시코에서 코로나19 후유증에 의한 폐섬유화로 에크모에 의존하며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재외국민을 고국에서 폐이식으로 살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구 반대편에서 온 메일 한 통이지만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의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과 가족들의 강한 의지가 만나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호흡기내과 홍상범 교수는 “김충영 씨는 이송 당시 워낙 위중한 상태였지만 폐이식수술 후 환자와 모든 의료진들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 “특히 폐이식 후 중환자실과 병동에서 모든 간호사들의 환자를 중심으로 한 팀워크가 있었기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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