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을 ‘준 범죄자’ 취급하는 대한민국
의료인을 ‘준 범죄자’ 취급하는 대한민국
  •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10.08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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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소지가 있다는 리베이트 쌍벌죄. 의약품은 공공재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리베이트 수수에 대해 엄격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라 한다. 이 법에 의해서 18명의 의사들이 처벌을 받게 됐다. 왜 의료계는 이 문제에 공분할까? 의료계는 리베이트 수수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일부 의료계 인사들이 리베이트 수수를 의약품 거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원인을 찾기도 하지만 이번에 리베이트 쌍벌죄로 처벌을 받게 된 의사들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억울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의료계는 이 법에 분노할까? 의료계도 당연히 리베이트 수수는 근절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사회 그 어느 누구도 적용되지 않는 쌍벌죄의 대상이 의사들이라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 안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과거 일본에서 일괄 수진자 조회라는 것을 시행한 적이 있는데 이 때 일본의 의사 가운데 몇 명은 자살을 했다고 한다.

일괄 수진자 조회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시행한 적이 있는데 말 그대로 환자들에게 어느 병원에 실제로 가서 진료 받은 적이 있느냐는 조사다. 왜 일본의 의사들자신들을 의심했다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해 자살한 것 같다. 환자 보기가 창피했다는 것이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의사들이 리베이트 쌍벌죄에 분노하는 이유는 비슷한 뉘앙스인데 이 법이 우리사회 그 어느 일원에게도 적용되지 않는 유독 의사들에게만 적용되는 아주 강력한 법이라는 것이다. 의사들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리를 한다. 대부분 평생 누구를 상대로 장사를 해 본 적도 없고 수련 과정이 끝나고 세상에 나오기 까지 전세 계약도 잘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경찰서다 법원이다 그러면 어린 아이 마냥 걱정이 늘어지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을 마치 준 범죄자 취급하는 듯한 이 법에 의사들은 좌절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인격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사가 우리 사회 그 어떤 부류보다도 더 엄격하게 다루어야만 하는 그렇게 나쁜 인간들일까? 법의 모양새가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처벌의 수준도 문제다. 벌금형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항상 행정 처분이 뒤 따른다는 것인데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몇 달간 진료를 쉬어야 한다는 것은 지역에 기반을 둔 의사에게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가혹하게 다루어야만 할 정도로 이 사회에서 의사들만 썩은 집단인가? 의사출신 국회의원이 있으면 무엇 하나? 이런 문제에 대해 단 한번 이라도 이 사회를 향해 이 법의 문제점을 진실 되게 설명한 적이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나오면 환호하는 평범하고 선량한 의사들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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