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약과 주사약의 차이
먹는 약과 주사약의 차이
  • 정일영 대전 십자약국 약사
  • 승인 2013.10.08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약분업 전 병원에서도 약을 조제해줄 때 이렇게 불평하는 사람이 있었다.

환자1 : (투덜대며) 내가 주사 맞으러 병원에 갔지, 약만 받을 것 같으면 약국에 가지 뭐 하러 병원에 가?

이런 말은 의약분업이 된 지금도 들을 수 있다.

환자2 : 병원에 갔더니 주사도 안 놔주고 종이 하나 주면서 돈을 받네? 이건 경우가 아니지.

병원에 가면 으레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 큰 주사를 여러 대 맞았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고 의사에게 독한 주사를 놔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과연 주사가 질병치료의 필수조건일까?
정일영 대전십자약국 약사
배고플 때 음식을 먹으면 기운이 나는 것은 음식으로부터 얻어진 포도당이 피를 타고 세포조직으로 가 세포에서 ATP로 바뀌고 여기서 나온 열량으로 세포가 힘을 얻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식을 섭취하면 대사과정을 거쳐 온몸에 기운이 생긴다. 그러려면 음식물에서 만들어진 포도당이 온몸의 세포로 옮겨가야 한다.

입으로 먹은 약은 뱃속으로 갔는데 어떻게 두통이 낫고 기침이 가라앉을까? 약을 먹고 병이 낫는 것도 음식을 먹고 기운이 나는 것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우리가 먹은 약은 소화기관과 간을 거치면서 약효성분으로 바뀐다. 이 성분이 세포조직, 특히 병이 난 조직으로 가야 그곳에서 약효를 발휘해 증상이 가라앉게 된다.

입으로 먹은 밥이 배로 갔는데 팔다리에 힘이 생기고 배로 들어간 약이 두통과 기침을 가라앉히는 것은 영양분과 약 성분이 피를 타고 몸 전체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약 성분이 피를 타고 병이 생긴 세포조직으로 가려면 먼저 핏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약이 핏속으로 빨리 갈수록 약효도 빠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약 성분을 바로 핏속으로 넣어주는 주사약, 그 중 정맥주사의 효과가 가장 빠르다. 단 효과가 빠른 만큼 약효가 오래가지 못하고 바로 사라질 수 있다.

주사약은 다음의 문제점도 있다.
- 맞을 때 아프다.
- 부작용이 빠르고 심각할 수 있다.
- 피부나 혈관의 파편, 주사용기의 유리파편, 고무파편 등으로 혈관이 막힐 수 있다.
- 주사 부위가 딱딱해지거나 조직이 죽을 수 있다.
- 먹는 약에 섞인 병균 등은 몸에서 제거할 수 있지만 주사약은 그럴 수 없어 위험이 고스란히 몸에 미칠 수 있다. 주사약을 만들 때 더 엄격하고 깨끗한 조건에서 만들어야 한다.

반면 주사약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 환자가 아무것도 삼키지 못할 때
- 급히 약효를 봐야 할 응급상황일 때
- 먹어서는 효과가 없는 약일 때
- 위장장애가 매우 심한 약일 때

주사약은 환자상태나 병에 따라 전문인이 판단해 결정할 투약방법일 뿐 치료의 필수조건이 아니다. 먹는 약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거나 응급상황에만 사용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