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의 발달, 생활수준 및 공중보건위생의 향상은 인류의 평균수명을 크게 늘렸다. 반려동물 또한 평균수명이 매우 늘어 노령견과 노령묘의 비중이 과거보다 커졌다. 이에 노령성퇴행성질환에 대한 문의도 많이 늘고 있다.
이전에는 가족이 들어오는 발자국소리나 간식소리만 들려도 금세 반응을 보이던 강아지가 나이가 들더니 반응도 잘 안 하고, 움직임이 많이 감소했다거나, 밤만 되면 자지도 않고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고 하울링을 한다면서 바뀐 행동에 대해 걱정하는 보호자가 많다.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노화가 진행함에 따라 신체와 각종 장기기능이 떨어진다.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도 그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반려동물도 치매와 같은 인지기능저하증상이 나타난다.
흔히 치매로 알려진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은 뇌의 퇴행성변화로 발생한다. 사람의 알츠하이머치매와 발병기전이 비슷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8살 이상 개의 3마리 중 1마리가 인지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며 15살이 되면 그 비율이 2배로 늘어난다. 고양이 역시 11~14살일 땐 3마리 중의 1마리가, 15살 이상이 되면 절반이 인지기능에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의 치매(인지기능장애증후군)는 초기에는 가볍게 증상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악화한다. 개와 고양이의 가장 흔한 인지장애 징후는 ▲분리불안증 ▲공간인지능이 떨어지면서 방향감각의 상실 ▲배뇨 및 배변실수 ▲집 안의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과의 상호작용 변화 ▲수면주기의 변화 ▲활동력의 변화 등이다. 방향감각의 상실로 벽이나 바닥을 멍하니 보거나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상호작용의 변화는 보호자를 반기던 행동이 없어지거나 공격성이 높아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수면주기의 변화로 잠이 많아지거나 낮밤이 바뀌고, 잠을 안자고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행동이 나타난다. 또 이유 없이 짓거나 하울링을 하고 자극에 대한 반응과 활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여러분의 반려동물에게 해당하는 내용이 있다면 늦기 전에 동물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미 손상된 뇌신경은 되돌릴 수 없어 인지장애증후군에 대한 완치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초기에 발견할 땐 다양한 내과적치료와 생활관리를 통해 질병의 진행을 늦춰 영향을 받은 개와 고양이의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제 투여가 뇌신경에 아밀로이드플라크 축적과 뇌세포 사멸을 억제해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셀레늄, 비타민C, 비타민E, 베타카로틴 등이 대표적인 항산화성분이다. 오메가3, 카르니틴과 같은 영양물질 섭취도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런 항산화성분 등이 잘 배합된 영양보조제와 중쇄지방산의 기능을 극대화해 제품화한 뇌신경케어사료들도 이미 시판되고 있다. 또 기존의 치매치료약물뿐만 아니라 치매치료신약물질이 알츠하이머 치매와 반려견 치매에 대한 다중표적 약물로 개발되고 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양학적·약물적치료요법 이외에 생활습관의 변화 또한 치료에 아주 중요하다. 긍정적인 강화훈련, 규칙적인 운동과 산책, 여러 가지 감각기관과 행동학적 자극을 줄 수 있는 놀이는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좋다.
다수의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치매증상을 단순히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여기고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가벼운 증세를 방치할 땐 점점 심한 행동학적인 변화가 반려동물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의 질도 심하게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조기에 이상을 발견하고 적절한 관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