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현장에서 느낀 원형탈모환아와 가족들의 고통
[특별기고] 현장에서 느낀 원형탈모환아와 가족들의 고통
  • 유박린 대한모발학회 교육이사(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2.16 10: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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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의 유형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원형탈모는 아이들에게도 흔히 발생합니다. 하지만 성인보다 임상시험이 미진해 치료제 승인까지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더욱이 가발은 현재 의료보장구로 인정받지 못해 급여권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여러 치료에도 발모효과를 못 본 원형탈모환아들은 그야말로 경제적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헬스경향은 대한모발학회 소속 의료진의 기고글을 통해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소아원형탈모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현장에서 느낀 원형탈모환아와 가족들의 고통’입니다. <편집자 주> 

유박린 대한모발학회 교육이사(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

■소아에서도 흔한 원형탈모
 
원형탈모는 잘 알려졌다시피 둥근 탈모반이 두발에 여러 개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흔히 탈모반이 한두 개 생기면 환자들은 ‘나 요즘 피곤했지’ ‘스트레스가 좀 있었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들 넘긴다. 사실 이 경우 저절로 회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원형탈모가 심하게 오면 두발 전체가 빠지고(전두탈모), 전신의 털이 한 올도 남김없이 빠지기도(전신탈모)한다. 이런 경우는 치료가 매우 어려워서 회복까지 오래 걸리고 재발도 흔하다.

그런데 이러한 원형탈모의 발생연령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흔히 대머리라고 하는 안드로겐성탈모는 대개 성인기에 시작해 노화가 진행되면서 심해진다. 하지만 원형탈모는 소아와 젊은 성인에 호발하며 특히 소아에서 가장 흔한 탈모질환이다.

■국내 원형탈모환아 현황

그동안의 연구를 보면 전체 원형탈모환아의 약 20%가 12세 이하의 소아라고 보면 된다. 필자의 병원 연구팀이 소아원형탈모에 관심을 갖고 조사해본 결과, 지난 12년간 필자의 병원에 내원한 원형탈모환자는 총 4868명인데 이 중 만 10세 이하가 427명으로 8.8%에 해당했다. 이 원형탈모환아들의 평균연령은 4.4세였다.

이렇게 어린 소아들은 작은 탈모반으로도 창피하고 견디기 힘들다. 두발이 다 빠진 전두탈모인 경우가 49%였고 두발의 50%이상이 빠진 심한 경우는 73%에 해당했다. 원형탈모가 잘 낫지 않고 계속 재발해 지속적으로 치료하고 있는 기간이 평균 1년이 훌쩍 넘었으며 여러 치료에도 전혀 반응이 없는 경우가 34%에 달했다(아래 그래프 참고).

이 연구를 통해 소아원형탈모가 얼마나 많은지 또 성인과 달리 증상이 훨씬 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내용은 필자가 국내·국외 학회에서도 수차례 발표했고 현재 논문도 작성 중에 있다.

■어릴 때부터 감당하기 힘든 고통 떠안아

상상해보자. 어른들이 어느 날 갑자기 두발이 50% 이상 빠져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황에서 출근을 하고 직장에서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업무건 사적이건 대화를 나누고 남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할까? 가능은 하겠지만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야말로 원형탈모는 사회활동을 어렵게 하고 대인관계 형성에 제한을 초래한다.

그런데 이러한 원형탈모가 어린 아이들에게 발생하면 어떨 것인가? 이제 막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서 첫 친구를 사귀고 대인관계 및 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아이가 맨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조심스러워하고 있을 것은 익히 짐작이 된다. 어린 아이들이니 위로해주기보다는 놀리기 바쁠 것이고 이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 추후 학교에서 위축되고 자기 뜻을 펼치지 못하고 내성적으로 행동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치료과정 역시 힘든 일이다. 탈모반이 작고 개수가 적은 경우 국소도포제를 바르면 큰 불편은 없겠지만 범위가 넓은 경우 면역치료를 받아야해서 매주 병원을 방문해야한다. 두피가 가렵고 각질이 일어나는 등 여러 불편한 증상도 뒤따른다.  환아를 데리고 매주 병원을 다녀야하는 부모도 요즘 같은 시대에는 어려운 일이다. 잘 치료되지 않는다면 결국 전신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게 되는데 소아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얼굴과 두피에 모낭염이 많이 발생해 아이가 또 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아이의 가족은 자녀가 가발을 쓰고 자꾸 움츠러들고 면역억제제 등을 복용하는 것을 보면서 더한 고통을 느낀다. 원형탈모는 모낭에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흔히 생각하는 유전질환은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부모와 가족들은 끊임없이 자기 탓을 하면서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

■부모와 가족들, 죄책감에 더 큰 고통

실제로 필자가 원형탈모환아를 진료할 때 가장 안타까운 것이 부모의 죄책감과 고통이다. 의사로서 이는 절대 부모의 책임도 잘못도 아닌 면역질환임을 강조하고 싶다. 소아원형탈모는 소아에게 잘 발생하는 흔한 자가면역염증질환으로 다른 질환처럼 똑같이 발생하고 열심히 치료하고 나을 수 있는 병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필자도 너무 기뻤던 모자사례가 생각난다. 엄마는 전두탈모로, 3세 아들은 원형탈모로 함께 치료받았는데 다행히 두 명 모두 열심히 치료받아 완전히 회복됐다.

필자가 또 인상 깊었던 환아는 미국에 거주하고 매번 아빠가 약을 타러 오던 경우다. 아이가 3세부터 원형탈모가 발생해 결국 전두탈모가 됐고 학교생활이 힘들어서 미국으로 간 것이었다. 방학 때는 아이와 함께 병원에 들렀고 그 사이에는 아빠가 두 달에 한 번씩 힘들게 귀국해 병원을 찾아오곤 했다. 매번 진지하게 아이의 사진을 수십 장 들고 와서 애타게 설명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탈모가 그렇게 중한 병인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그게 그렇게 고통받을 일인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인식 때문에 소아원형탈모가 약제의 여러 보험혜택이나 보장구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위중한 질환만큼이나 소아원형탈모는 아이의 학교생활을 어렵게 하고 심하면 결국 학업을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 온 가족이 이민을 갈 수도 있을 만큼 가족에게도 고통이 될 수 있다.

■치료제 급여화 등 지원책 고민해야

경제적 고통도 뒤따른다. 원형탈모는 기본 치료비가 많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긴 시간 진료비와 치료비가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원형탈모가 심한 소아들은 가발까지 착용해야하는데 가발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어서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나라에서 아직 아무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걱정이 많고 불안한 가족의 마음을 악용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시행하는 비전문가들의 검은 손짓이다. 원형탈모환아와 가족들에게는 의학적으로 입증된 가장 안전하고 최선의 치료를 적용해야하며 위로와 용기를 북돋워야한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비싼 비용으로 시술하는 유혹은 반드시 사라져야한다. 그러한 잘못된 치료는 환아와 가족에게 경제적 손실과 상처를 남길 뿐 아니라 치료시기를 놓쳐서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필자는 소아원형탈모가 얼마나 많은지 또 이 탈모가 환아와 가족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지 강조하고 싶다. 나라에는 치료제의 급여인정과 보장구의 지원을 촉구하고 환아와 가족들에게는 극복할 수 있다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또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반드시 피부과 전문가와 먼저 상담하기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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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탈모엄마 2021-11-22 00:57:49
저희아이두 소아탈모입니다..제가알고있는 저희아이같은 아이들이 17명이나 더있습니다 ...아직 이슈화가 안되서그런지 소아탈모가 질병이란걸 모르는 분들이 참많은것 같습니다.. 원인도 모르고 약도 없고 눈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제발 신약개발 해주세요..부탁드리겠습니다...

탈모 2020-12-17 08:25:21
큰 감동과 깊은 공감을 느끼며 읽었습니다.
빨리 좋은 치료제 개발과 의료지원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