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울렁거리는 속… 빈속에 먹은 근육이완제가 원인?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울렁거리는 속… 빈속에 먹은 근육이완제가 원인?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2.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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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오늘 아침부터 갑자기 어깨와 등이 뭉치고 아파요.”

“근육을 갑자기 쓰거나 무리하게 쓰셨나 봐요?”

“네, 요즘 너무 집에만 있고 운동을 안 하는 것 같아서 홈트레이닝을 했거든요. 무리했는지 등 근육이 딱 뭉쳤네요.”

“에고, 많이 아프겠어요. 근육이완제와 진통제가 같이 들어 있는 약을 드릴 테니 드셔 보세요. 단 빈속에 드시면 안 되고 꼭 식후에 드셔야합니다. 또 졸리실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며칠 후 환자분이 다시 방문하셨네요.

“약사님, 지난번 약 다시 한번 주세요. 상비약으로 좀 사다 놓게요.”

“네, 알겠습니다. 약 드시고 불편한 점은 없으셨어요?”

“약사님 말처럼 위장장애가 있더라고요. 빈속에 먹었다가 명치 부위가 좀 아파져서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식후에 먹었어요. 조금 변비기운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네, 약이 위장관근육에도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약을 과용하지 마시고 증상이 있을 때만 드셔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담은 잠을 잘 못 자거나 갑자기 운동을 할 때 발생합니다. 먼저 ‘담(痰)’은 한방용어입니다. 한방에서 담(痰)은 체내에 정체된 노폐물을 뜻합니다. 한자를 풀이해보면 ‘불꽃(염증을 뜻함) 염(炎)’ + ‘병들어 기댈 녁(疒)’입니다. 즉 염증으로 인해 질병이 생긴 것을 ‘담(痰)’이라고 부릅니다. 일상적으로 ‘담 들었다’는 말은 근육을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갑자기 사용해서 통증이 발생할 때 사용하는데 정확한 병명은 근막통증증후군입니다.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질환백과에 따르면 근막통증증후군은 근육의 외상이나 과다한 사용,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근육 또는 근막(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얇고 투명한 막)에 통증유발점이 발생해 해당 근육의 통증과 이에 동반한 연관통, 운동 제한 등의 여러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을 뜻합니다.1)

즉 근막통증증후군은 근육에 미세한 손상이 발생하면서 염증물질이 분비되고 근육이 수축하거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근육에 영양, 산소 공급이 어려워지고 젖산 등 노폐물이 쌓이게 되면서 발생하는 겁니다.2) 한방적 명칭인 ‘담痰’이나 근막통증증후군이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어요.

근막통증증후군이 심하다면 병원 치료를 받아야하지만 경증의 경우에는 스트레칭과 마사지가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진통제)나 근육이완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요. 이때 클로르족사존은 일반의약품 근육이완제로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근육이완제는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구분됩니다. 말초성근이완제는 근육신경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입니다. 중추성근이완제는 뇌나 척수에 작용해서 근수축을 막습니다. 참고로 클로르족사존은 중추성근이완제에 속합니다.

클로르족사존은 반사신경을 담당하는 척수반사궁을 억제해 근육이 급격하게 수축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이런 이유로 경련성증상이나 쥐가 났을 때 효과적입니다.3) 물론 근육이완제를 복용한다고 해도 근막통증증후군이 낫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근육수축을 완화해 해당 부위에 혈액순환을 개선시켜주고 통증을 줄여 줄 수 있습니다.

또 근육이완제는 근육손상을 회복시켜 근육조직에 쌓여 있던 노폐물들을 제거해 줍니다. 단 약을 복용한 뒤 증상이 덜해져도 약을 중단하면 다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세요. 근육이완제의 약물효과는 약을 복용 후 1시간 이내에 나타나며 지속시간은 6시간 정도입니다.

하지만 클로르족사존은 신경을 무디게 만들기 때문에 졸릴 수 있습니다. 당연히 운전이나 집중을 요하는 작업을 할 때 주의해야합니다. 또 위장장애 역시 흔히 있는 부작용입니다. 클로르족사존이 척수에 작용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척수는 자율신경이 지나다니는 곳이기도 하면서 위장관 역시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습니다. 따라서 클로르족사존이 신경전달을 억제해 위장관에 전달되는 자율신경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 때문에 메스꺼움, 복통, 변비 또는 설사, 위산 과다로 인한 속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의 환자도 위장이 예민해 위장관부작용이 나타났던 것이죠. 이때는 식후에 복용하면 증상이 덜해질 수 있습니다.

클로르족사존은 간에서 대사되는 약물입니다. 따라서 간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복용 시 주의해야합니다. 당연히 약 복용 중에는 술을 마시면 안 되겠죠. 알코올은 중추신경을 지나치게 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간에도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약 복용 중 발열, 발진, 식욕부진, 구역, 구토, 피로, 측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약 복용을 중단하고 신속히 진료를 받아야합니다.4)

클로르족사존은 간에서 대사된 후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이때 소변색이 노랗거나 붉게 변할 수 있습니다.5) 이 증상은 약을 중단하면 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2019년도 의약품 부작용 보고 동향 분석에 따르면 클로르족사존 복용 시 가장 많이 보고된 부작용은 오심이라고 합니다.6) 그만큼 위장관부작용은 흔히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위장관부작용이지만 약 성분에 따라서 대처를 달리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 약을 복용한 뒤 불편한 증상이 있으셨다면 약사와 꼭 상의하는 것 잊지 말아 주세요.

※참고자료

1)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http://m.amc.seoul.kr/asan/mobile/healthinfo/disease/

2) 대한통증학회 홈페이지 http://www.painfree.or.kr/general/disease7.html

3) A Review of Skeletal Muscle Relaxants for Pain Management, practical pain management, 10 Articles in Volume 16, Issue #5

4)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5) WebMD 홈페이지 https://www.webmd.com/drugs/2/drug-10950/chlorzoxazone-oral/details

6) 식품의약품안전처 보도자료. 2019년 의약품 부작용 보고 동향 분석 2020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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