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백신 주사 후 실신? 일상에서 흔한 ‘미주신경성 실신’일 수도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백신 주사 후 실신? 일상에서 흔한 ‘미주신경성 실신’일 수도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2.2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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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며칠 전 미국에서는 백신접종 홍보차 생방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화이자 백신을 맞은 간호사가 주사 직후 실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간호사는 수분 후 바로 깨어났고 화이자 측에서는 백신을 맞고서 실신이 일어나는 일이 간혹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처했다. 그렇다면 이 간호사는 왜 실신을 했을까? 정말 이런 일은 흔한 경우일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에 보면 실제로 ‘예방접종 후 실신’이란 제목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예방접종 후 실신은 뇌로 가는 혈류의 일시적 감소에 의한 의식상실이다. 보통 통증이나 불안에 의해서 유발된다. 갑자기 의식을 잃을 때 넘어져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간혹 기절을 하면서 근육경련, 몸이 갑자기 움직이는 증상이 있지만 발작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백신 주사를 맞고서 별다른 원인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실신하는 경우 ‘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한다. 미주신경은 숨골에서부터 미로 가지처럼 뻗어 나와 있는 뇌신경의 하나다. 미주신경은 운동신경, 지각신경 그리고 자율신경 섬유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자율신경은 심장이나 혈관의 기능을 담당하면서 말초와 뇌로의 혈류순환을 조절한다.

미주신경성 실신이 나타나는 이유는 지나친 긴장상태가 유발되면 교감신경 흥분상태에서 오히려 부교감신경 흥분상태로 넘어가면서 심장은 느리게 뛰고 혈관이 확장되면서 뇌로의 혈류공급이 일시적으로 차단되는 뇌빈혈 상태가 유발되기 때문이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사실 비교적 흔히 경험해 왔다. 어릴 적 뙤약볕 아래서 운동장 조회를 할 때면 갑자기 쓰러지는 여학생들이 꼭 있었다. 이것이 바로 미주실경성 실신이다. 또 사람들이 빼곡하게 타 있는 지하철 속 답답한 상황에서 어지러워 하면서 쓰러지는 경우도 있고 갑자기 많은 양의 피를 보고 놀라거나 무서운 영화를 볼 때, 심지어 별다른 이유가 없이 정신을 잃는 경우도 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실제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주신경성 실신의 기왕력(혹은 현병력)이 있는 상태로 한의원에 방문하는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학령기 혹은 20대 초반 여성들이 많다. 백신을 맞은 후 실신을 일으키는 경우도 백신 이상반응 보고시스템(VAERS)의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접종 후 실신보고의 62%가 11~18세 청소년 사이라고 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주사를 맞을 때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특히 백신 주사를 맞을 때 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백신 주사를 맞을 때 환자가 눈으로 직접 관찰하면서 긴장도와 공포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엉덩이 주사의 경우는 눈으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 엎드려서 주사를 맞기 때문에 이로 인한 실신은 드물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긴 줄을 서서 맞거나 의자에 앉아서 맞는 것도 원인이 된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상태에서 보다 쉽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때 눕게 되면 다시 뇌로 혈류공급이 유지되면서 바로 회복된다.

미주신경성 실신 자체로는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실신할 때 넘어지면 머리나 뇌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미주신경성 실신을 예방하기 위해 누워서 예방접종을 하고 실신은 주사 후 수분 이내로 나타나기 때문에 최소한 15분 정도는 누워서 휴식을 취한 후 일어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환자에게 주사 후 간식거리로 먹을 것을 좀 주거나 절차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안심시켜주는 경우 예방효과가 있다고 했다.

사실 미주신경성 실신은 한의원에서 침치료를 할 때도 비교적 흔하게 경험한다. 만일 환자가 침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이 있거나 침자극을 너무 강하게 했을 경우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누워 있는 상태에서 침을 맞는 경우에도 간혹 토할 것 같다고 하는 환자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훈침(暈鍼)이라고 한다.

이에 한의서에는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서 침을 놓으면 안 되는 경우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나친 긴장상태, 공포심이 심한 상태, 너무 화를 낸 직후나 놀란 직후, 충격을 받은 직후에는 곧바로 침을 놓지 말도록 했다. 또 신체적으로 너무 허약할 때, 너무 취했을 때, 너무 배부르게 먹거나 너무 허기가 질 때 등도 금침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환자의 컨디션은 훈침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침은 반드시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시술해야하고 절대로 의자에 앉아서 시술하지 말도록 했다. 또 만일 훈침이 나타나면 바로 침을 빼고 다리를 약간 높인 상태로 편안하게 눕힌 후 의복을 편안하게 풀어준다. 수시로 바이탈 사인(호흡수, 맥박수, 체온, 혈압)도 확인해야한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미주신경성 실신의 처치도 마찬가지다.

물이나 약을 억지로 먹이면 흡입성 폐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한다. 손가락을 따는 행위도 별 도움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를 심장 높이 이하로 해서 편안하게 눕히는 것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야하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문제가 없다면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코로나19를 예방한다는 백신이 너무 빠른 시간 내에 개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많다. 백신을 확보해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맞는 것도 걱정이지만 그마저도 맞을 수 없다는 불안감은 더욱 크다. 우리에게는 백신이 확보돼 있지도 않고 부작용의 추이를 지켜볼 여유도 없다. 갑자기 불안해지면서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정신을 잃을 것 같다. 이래저래 핑 도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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