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구토·설사 부르는 소화기질환, 초음파검사 꼭 필요한 이유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구토·설사 부르는 소화기질환, 초음파검사 꼭 필요한 이유는?
  •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 겸 영상의학 센터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0.12.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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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영상의학 센터장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영상의학 센터장

구토, 설사 등의 소화기증상이 있을 때 수의사는 방사선검사, 복부초음파검사와 같은 영상검사를 많이 권한다. 소화기증상을 유발하는 질병은 매우 다양해서 위장관계뿐 아니라 다른 장기에 문제가 있어도 구토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복부초음파검사는 위장관계뿐 아니라 다른 복강장기 또한 함께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위장관초음파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소화기질환을 소개하겠다.

먼저 가장 흔한 원인인 위장관염이다. 이는 초음파검사상 정상일 수도 있고 다소 비특이적인 소견을 나타낼 수도 있는데 보통 임상증상과 종합해 평가한다. 점막층 에코 이상, 장벽두께 증가 또는 감소, 장의 주행 및 운동성, 주변 위장관 림프절 및 복막 에코 등을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장점막 에코와 장 운동성은 공복일 때와 아닐 때 차이가 있다. 따라서 공복상태가 아닐 때는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초음파상 관찰되는 이상의 정도 및 임상증상의 정도에 따라 치료방향을 결정한다.

비교적 경미한 장염(좌측)과 뚜렷한 장염(우측) 소견. 좌측은 소장벽의 경미한 Corrugation(물결모양으로 구불구불하게 보이는 것)이 관찰된다. 우측은 중등도의 소장 호가장과 장벽의 두께 감소, 불균질한 장점막이 관찰돼 심한 장염이 의심된다.

다음은 위장관 내 이물 평가다. 이물은 어떤 성분으로 이뤄져 있느냐에 따라 초음파영상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폐색을 일으키는 이물과 폐색을 일으키지 않는 이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데 폐색을 일으키지 않는 이물 끝이 날카롭거나 위에서 소장으로 이동한다면 폐색을 일으킬 것으로 판단, 수술이 시행된다.

이물이 소장 내에서 폐색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수술하지 않고 지켜볼 수 있다. 하지만 이동하면서 장벽을 자극하는 경우 장염을 동반할 수 있다. 폐색 소견이 명확하지 않다면 이물의 위치가 이동했거나 장확장이 심해지지 않았는지 시간을 두고 모모니터링하는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장내 씨앗이물이 있는 개의 초음파영상. 이물의 앞쪽 소장확장이 관찰됐다. 주변에 복막염이 동반된 것이 관찰됐다.

일반적인 덩어리 형태의 이물 외에 실이나 고무줄, 끈과 같은 비교적 얇고 긴 선형이물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선형이물이 구강이나 유문부에 걸려 있다면 소장은 이를 대장 쪽으로 보내기 위해 연동운동을 하지만 한쪽 끝이 걸려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마치 고무줄 바지처럼 장이 불규칙하게 구겨진 것처럼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물과 장벽의 마찰이 발생해 장점막의 열상이 발생하기 쉽고 천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장이 지나치게 많기 구겨지면 부분적인 장중첩도 발생할 수 있다.

선형이물을 먹은 고양이의 초음파영상. 장내 화살표로 표시된 선형물질과 장벽의 심한 구겨짐이 관찰된다.

또 다른 질환은 장중첩이다. 장중첩은 위에 선형이물이 있는 반려동물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장종양이 있는 경우, 장 운동성이 항진되는 심한 장염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반려동물에서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장중첩은 장 안으로 장과 장간막 일부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초음파상으로 마치 양파와 같은 특징적인 소견을 띤다. 중첩이 발견되면 일반적으로 수술이 권장된다. 드물지만 스스로 회복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장중첩이 있는 개의 초음파영상. 마치 양파처럼 여러 겹의 장벽이 관찰된다.
장중첩이 있는 개의 초음파영상. 마치 양파처럼 여러 겹의 장벽이 관찰된다.

마지막 진단은 장종양이다. 종양은 나이 든 반려동물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보통 장종양은 장의 내강 안쪽으로 커져서 폐색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바깥쪽으로 커지는 경우도 많다. 초음파영상만으로는 종양의 종류를 정확히 알기 어려워서 만일 종양 의심소견이 발견되면 수술 및 조직검사 또는 때에 따라 세침흡인검사가 권장된다. 종양이 의심되면 전이평가 및 더욱 정밀한 평가를 위해 CT촬영이 권장될 수 있다.

십이지장종양이 진단된 개의 초음파영상. 정상 장벽층이 소실돼 있고 경미한 두께 증가를 보인다.

위장관계초음파검사는 위, 장내 가스 및 대장 내 분변으로 인해 정밀한 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위장관증상이 있는 동물에서 항상 감별진단을 내릴 수 없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종양성질환, 이물 등 몇 가지 주요한 질환들을 감별하는 데 유용한 검사다. 따라서 위장관계질환이 있는 동물에게 고려되는 검사 중 하나다.

증상이 경미하다면 증상에 준한 내복약 복용 후 개선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반려동물이 구토, 설사, 혈변, 복부통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일단 다양한 원인이 숨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수의사와 상담·문진 후 검사를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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