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환자도 ‘상지재건술’로 일상 활력 되찾는다
사지마비환자도 ‘상지재건술’로 일상 활력 되찾는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0.12.3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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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척수(경수)손상, 사지마비로 일상생활 큰 제약
‘상지재건술’로 손·팔 기능 개선→삶의 질 회복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연구진 지침서 발표
낮았던 상지재건술 인지도 개선 기대
공현식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척수신경은 척추에 위치하는 중추신경의 일부분으로 무려 31쌍의 척수신경이 전신으로 퍼져 있다. 뇌와 말초신경을 잇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뇌에서 내려오는 명령을 몸의 각 부위에 전달한다. 특히 척수신경에는 온몸의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모두 모여 있다. 따라서 척추를 다쳤을 때 하필 척수신경이 손상되면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고 대소변 조절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

척수는 신경위치에 따라 목척수, 등척수, 허리척수, 엉치척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목뼈가 다쳐 목척수(경수)가 손상되면 대개 상하반신 모두에 마비가 오게 된다. 이 경우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생겨 환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절망은 이르다. 사지마비환자도 수술을 통해 손과 팔의 기능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면 식사나 옷 입기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어느 정도 할 수 있기 때문. 이때 시도해볼 있는 수술은 ‘상지재건술’이다. 상지재건술은 근육이나 신경을 마비돼 있는 근육으로 이전시켜 일상생활에서 더 필요한 근육의 기능을 살리는 방법이다. 완벽하게 정상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팔을 뻗거나 물건을 잡는 기능을 통해 전반적인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상지재건술은 척추손상을 치료하는 재활의학과, 척추외과,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에게조차 인지도가 낮은 수술이다. 때문에 막상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선뜻 추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현장에서도 충분히 상지재건술이 시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의료진이 참고할할 수 있도록 상지재건술을 쉽게 설명한 지침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상지재건술은 장기간의 재활이 다시 필요하지만 손과 팔의 기능을 되살려 일상생활의 많은 것을 다시 할 수 있게 된다. 사지마비환자들의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질 수 있어 의료진 또한 환자, 보호자와 적극 상담하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연구진(공현식 교수, 심범진 임상강사)은 대한신경손상학회지 10월호에 상지재건술 지침서를 발표했다.

지침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상지재건술 방법으로는 ‘팔꿈치 신전재건술’과 ‘열쇠집기 재건술’이 있다. 그 중 ‘팔꿈치 신전재건술’은 삼두근이 마비돼 팔꿈치를 힘주어 펼 수 없는 경우 팔꿈치를 굽히는 이두근을 사용해 삼두근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연구진은 “이두근을 옮겨도 상완근이 남아 있어서 팔꿈치를 굽히는 기능은 지장이 없으며 수술 후에는 팔꿈치를 펴고 손을 뻗을 수 있어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손동작도 정교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쇠집기 재건술’은 손목 근육을 강화하고 근육을 재배치해 엄지와 검지로 열쇠를 잡듯이 물건을 잡는 동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술이다. 물건을 잡는 것뿐 아니라 환자 자신이 도뇨관을 사용할 수 있게끔 도와 방광의 정상적인 기능 개선에도 효과적인 수술이 될 수 있다.

실제로 5년 전 다이빙 사고로 사지가 마비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상지재건술을 받은 양OO(30대) 씨는 “왼쪽 팔에 두 차례 수술을 받고 6개월 정도의 회복기를 지나 지금은 팔을 뻗고 물건도 잡을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내년에는 오른쪽 팔도 수술을 받을 예정인데 다른 사지마비환자들에게도 상지재건술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고 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공현식 교수는 “상지재건술은 유용한 수술이지만 사고 후 힘든 재활을 겪은 환자들이 다시 장기간의 재활이 필요한 손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수술을 통해 손과 팔을 쓸 수 있고 기능이 개선될 수 있도록 환자와 의료진이 상지재건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담하고 수술을 고려해 볼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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