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여성전용진통제 먹으면 소변 자주 볼 수 있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여성전용진통제 먹으면 소변 자주 볼 수 있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1.01.0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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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안녕하세요. ‘이XX이브’ 하나만 주세요.”

“안녕하세요. 생리통 때문에 드시나봐요?”

“아니요?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먹으려고요. 왜요? ‘이XX이브’는 생리통에만 먹나요?”

“당연히 아니죠. 두통에도 쓸 수 있어요. 평소 생리할 때 붓거나 통증은 없으세요?”

“간혹 생리통이 있긴 한데 붓지는 않아요.”

“그럼 ‘이XX이브’ 말고 진통제 단일 성분을 드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왜요?”

“두 제품 다 진통제로 이부프로펜이 들어 있는데 ‘이XX이브’에는 이뇨제가 더 들어 있어요. 특별히 붓지 않는다면 이뇨제를 드실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 ‘이브’가 특별히 여성에게 더 효과가 좋은 게 아니었군요...”

일반의약품은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서 복용하는 약인 만큼 세분화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한 종합영양제인 센트룸의 경우 남성용-맨, 여성용-우먼, 고 연령층용-실버, 어린이용-키즈 등으로 나뉘어 있고 비맥스 액티브, 비맥스 메타, 비맥스 에버처럼 효과에 따라 나누기도 합니다.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맞춤 선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에선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죠. 이에 발맞춰 진통제시장도 여성전용을 표방한 진통제가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여성전용진통제시장은 전체 시장규모에 비하면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국내 진통제시장 규모는 700~800억원 규모1)인 데 비해 여성전용진통제는 30억~40억원 정도2)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정 성별에 타깃팅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익히 들어본 진통제들은 거의 대부분 ‘여성전용’ 타이틀을 달고 출시됐습니다.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은 ‘우먼스타이레놀’, 대웅제약의 이지엔은 ‘이지엔이브’, 삼진제약의 게보린은 ‘게보린소프트’, 녹십자 탁센은 ‘탁센이브’, 우리들제약의 미가펜은 ‘미가펜이브’입니다. 대부분 우먼, 이브 등의 이름을 포함하고 있어 한눈에 봐도 여성을 위한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런데 왜 여성전용진통제만 있고 남성전용은 없을까요?

여성은 한 달에 한 번 월경을 하는데 이때 많은 여성이 생리증후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리증후군은 생리 전후 기분변화, 두통, 복통, 메스꺼움,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전국 25~39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2%가 최근 1년간 생리통을 경험했으며 이들 중 52.6%는 심한 생리통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3)그만큼 여성전용진통제는 생리통을 개선하는 데 집중돼있습니다. 

일반 진통제와 여성전용진통제는 모두 진통제로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차이점은 여성전용진통제에 ‘파마브롬’이라는 성분이 더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파마브롬은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된 ‘이뇨제’입니다. 파마브롬은 신장으로 가는 혈액량을 늘리고 더 많은 혈액이 걸러질 수 있게 합니다. 또 나트륨의 재흡수를 막아서 수분이 보다 많이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죠. 그렇다면 생리통 약에 왜 이뇨제가 들어 있을까요?

생리부종은 에스트로겐의 지나친 자극 때문에 발생합니다. 에스트로겐은 신장에 작용해 수분과 나트륨의 재흡수를 촉진합니다. 체내 수분이 많아지니 붓게 되죠. 몸이 전체적으로 붓기도 하지만 분비샘이 발달한 곳에 부종이 좀 더 나타나기 때문에 가슴 팽창감, 압통, 하복부 팽만감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보통 생리 시작 7~10일 전에 나타나 생리가 시작되고 나서 하루 정도 지나면 사라집니다. 하지만 이보다 오래 가거나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심하다면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수분 배출을 촉진하는 파마브롬이 아주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파마브롬은 노란 소변이 나오는 것과 과민증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부작용이 없는4) 안전한 약물이기 때문에 더 쉽게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붓는 증상이 없거나 생리증후군이 아니라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굳이 ‘여성전용 진통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리통이 생기는 원인은 프로스타글란딘이 지나치게 만들어지기 때문인데 이것은 항염진통제로도 충분히 완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붓는 증상이 없는데도 이뇨제성분의 약을 먹는다면 특히 방광이 예민한 경우 소변횟수가 늘어나 오히려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장질환이 있다면 절대 복용해선 안 되며 혈압약, 심장약을 먹고 있다면 약물효과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저혈압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몸에 수분이 부족한 사람도 복용하면 안 되겠죠. 이뇨제는 강제로 수분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약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여성전용’이라는 문구는 뭔가 특별함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광고 역시 여성을 타깃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이라는 건 남성, 여성을 가려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나타나는 병증에 따라 만들어질 뿐입니다.

똑같은 통증완화제라고 해도 근육이완제가 섞여 있거나 진경제가 섞여 있거나 이뇨제가 포함돼 있는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각 성분에 따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광고에 나오거나 입소문을 탄 제품 또는 예전에 복용하고 좋았던 약이라고 해도 현 상황에선 사용하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약을 구입할 때는 해당 성분이 지금 증상에 맞는지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1) ‘국내 제약사들, 국민 진통제 타이틀은 나야 나’ 2019년 6월 17일 아주경제 기사

2) ‘여심, 생리통 잡는 파마브롬… 제약, 어떻게 키워낼까?’ 2020년 5월 7일 히트뉴스 기사

3) ‘25~39세 성인 여성 91%, 1년 내 생리통 경험’ 2019년 04월 2일 약업신문 기사

4) https://www.drugs.com/sfx/pamabrom-side-effect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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