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갑자기 콩닥콩닥? 미친 듯 뛰는 심장 진정시키는 ‘인영혈 지압법’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갑자기 콩닥콩닥? 미친 듯 뛰는 심장 진정시키는 ‘인영혈 지압법’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1.1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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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주위를 보면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심각한 심장질환의 전조증상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다가 어느 순간 정상으로 돌아온다. 만일 자신의 심장 박동수가 갑자기 빨라진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빈맥(頻脈)’이라고 한다. 빈맥이 처음 나타났다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서 원인과 진단을 정확하게 받은 것이 급선무다. 실제로 심각한 심장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언급하는 것은 심각한 전조질환이나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드문 빈맥이다. 이것을 ‘발작성 상실성 빈맥(이하 발작성 빈맥)’이라고 한다.

맥박은 보통 분당 60~80 정도가 정상인데 발작성 빈맥은 분당 120회 이상, 150~200회까지 뛴다. 이때 환자는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이러다 심장이 멎는 것이 아닐까 불안해 한다.

발작성 빈맥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특히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다. 충격이나 놀람, 운동 중,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지만 아무런 자극이 없이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발되기 때문에 당황스러워한다.

심장은 심장내의 동결절(동방결절)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전기 스파크에 의해서 뛴다. 그런데 발상성 빈맥은 이 스파크가 너무 지나치게 일어나는 것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자율신경장애, 미주신경장애 등이 꼽힌다. 하지만 간혹 심근경색, 심장판막질환을 앓은 이후에 나타나기도 해서 합병증으로 심부전, 협심증,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원인과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발작성 빈맥이 생기면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나고 핑 돌면서 쓰러질 것 같기도 한다. 심지어 실신하는 경우도 있다. 체한 것처럼 트림도 난다. 바로 진정되지 않는 경우 뒷목이 뻐근해지면서 두통도 생기고 가슴도 답답해진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당연히 119를 불러 응급실을 방문해야겠다.

하지만 별다른 원인질환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대개 수분에서 수시간 정도 빈맥이 발작적으로 나타나다가 저절로 멎는다. 따라서 119가 도착하기 전에 또는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기 전에 멎는 경우가 많다.

발작성 빈맥이 발생했는데 즉시 병원 방문이 어려운 경우 시행할 수 있는 간단한 응급처치방법이 있다. 바로 목에 있는 인영혈(人迎穴) 지압이다.

인영혈은 목울대(갑상연골) 양옆의 경동맥 맥박이 뛰는 곳에 위치한다. 먼저 빈맥이 생겼다면 편안한 자리에 누워서 턱을 들어 올리고 목을 길게 늘린다. 그 다음 왼손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서 맥박을 느끼면서 인영혈을 촉진한다.

먼저 자신의 좌측 인영혈을 지압해 보자. 얼굴은 우측으로 살짝 돌린 후 엄지손가락 지문 부위로 인영혈을 지긋하게 5~10초 정도 눌러서 압박한다. 다시 얼굴을 좌측으로 약간 돌린 후 검지손가락 지문부위로 우측 인영혈을 동일하게 압박한다. 가볍게 원을 그리듯 혹은 비비듯이 마사지를 해도 좋다.

압박정도는 기도가 약간 밀릴 정도로 지긋하게 하면 된다. 너무 강하게 자극하면 경동맥이 막히면서 뇌로의 산소 부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절대로 양쪽 인영혈을 동시에 지압하지 않고 한쪽씩 번갈아 가면서 지압해야한다.

간혹 예민한 사람은 인영혈을 자극하면 어지러워지면서 실신하기도 한다. 인영혈 지압은 해부학적으로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것으로 드물게 미주신경성 실신이 유발된다. 격투기 선수들이 목 부위 손날치기를 해서 상대방을 실신시키는 기술도 바로 미주신경성 실신 때문이다. 따라서 혼자 있을 때 인영혈을 지압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누워서 해야한다.

인영혈 지압은 일종의 경동맥 마사지(carotid sinus massage)법이다. 실제로는 경동맥을 따라서 붙어서 내려오는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효과다. 미주신경은 심장박동, 혈압조절 등에 관여하는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극에 의해 일시적으로 심장박동이 느려지면서 혈압이 떨어진다.

드물게 경동맥증후군(carotid sinus syndrome)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것은 경동맥에 있는 수용체 과민증으로 발생하는 자율신경계질환으로 경동맥을 부주의하게 압박하면 실신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신의 목(특히 경동맥 부위)을 이리저리 만지다가 실신할 수도 있다.

인영혈 지압은 응급처치방법임을 명심해야겠다. 장난스럽게 아무 때나 시도해선 안 된다. 특히 최근 3개월 이내에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을 진단받은 경우 시도하지 말아야한다. 경동맥에 심한 죽상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도 자칫 색전이 떨어져 나가면서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해선 안 된다. 너무 노령이거나 어린 아이들도 조심해야한다.

사실 발작성 빈맥은 필자도 경험한 증상으로 인영혈 지압으로 바로 진정시킨 적이 있다. 인영혈 지압은 발작성 빈맥이 자주 일어나는 경우, 발작성 빈맥이 나타나고 119를 부른 이후 기다리는 동안 증상을 참기 힘든 경우에서 한번쯤 조심스럽게 시행해 볼 만하다.

평소 발작성 빈맥이 나타난 적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겠지만 응급처치법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이 줄어들 것이다. 갑자기 심장이 날뛰면 심장을 어루만지고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인영혈을 지압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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