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치료, 마냥 기다리지 마세요
발달장애 치료, 마냥 기다리지 마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1.01.14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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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동탄성심병원 김성구 교수, 연구결과 발표
생후 첫 2년간 뇌 발달 급격히 진행…만 3세 전 해야 효과↑

부모들은 아이가 제 나이보다 조금 늦게 크는 것 같다 싶으면 걱정하면서도 일단은 조금 더 클 때까지 기다려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발달지연 문제를 마냥 방치하면 진행속도가 가속화돼 발달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소아신경학) 김성구 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보건복지부 지원으로 ‘장애아동 의료비 지원 사업연구’ 진행)에 따르면 발달장애는 만 1~2세에 조기 진단·치료해야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뇌 발달은 생후 첫 2년간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다 만 3세에 최고조에 이른다. 따라서 발달장애는 만 1~2세 조기 진단·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발달장애 아동 상당수, 이미 만 0~1세에 첫 진단 

발달장애는 연령이 높아져도 신체기능을 일정하게 획득하지 못하는 상태로 주로 운동, 언어, 인지, 정서 및 사회성과 자립능력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유형별로는 ▲언어발달장애 ▲최소 두 가지 영역에서 발달지연이 관찰되는 전반적 발달장애 ▲언어 발달이 늦으면서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문제가 있는 자펙스트럼장애 ▲운동영역에서 심각한 발달지연이 관찰되는 운동발달장애 ▲5세 이후 연령에서 IQ 70 미만인 지적장애로 나뉜다.

김성구 교수는 2013년 10월~2019년 10월까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고려대학교병원, 한양대학교병원 등 3개 대학병원에서 발달장애로 진단받은 627명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도 조사대상 아이들은 다양한 발달장애 유형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언어발달장애 274명(43.7%) ▲최소 두 가지 영역에서 발달지연이 관찰되는 전반적 발달장애가 224명(35.7%) ▲언어 발달이 늦으면서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문제가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가 19명(3%) ▲운동영역에서 심각한 발달지연이 관찰되는 운동발달장애가 69명(11%) ▲5세 이후 연령에서 IQ 70 미만인 지적장애가 41명(6.5%)으로 나타났다.

아동들의 나이는 대부분 6세 미만이었는데 조사대상 중 62.5%인 392명이 만 0~2세에 해당했고 만 0~1세에서 이미 전반적 발달장애가 나타난 비율이 40% 이상, 운동발달장애는 98%에 이르렀다. 특히 발달장애는 미숙아를 포함한 고위험신생아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주요 합병증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에서도 전체 환자의 25%인 157명의 미숙아에게 운동발달지연, 전반적 발달장애 등 운동발달과 관련된 이상이 조기에 진단됐다.

김성구 교수는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발달지연으로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연령은 만 3~4세이지만 이번 연구에서처럼 발달장애 아동의 상당수가 만 0~1세에 첫 진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영유아 발달검사인 베일리검사를 시행해 발달장애가 확인되거나 신경학적 검사와 임상적 소견으로 장애가 확실히 예견되는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만 1~2세, 뇌 발달하는 결정적 시기 

발달장애의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뇌 발달시기와 연관이 깊다. 

영유아기는 경험에 따라 두뇌가 변화될 수 있는 신경가소성을 특징으로 빠른 변화가 이뤄지는 발달단계다. 뇌 신경가소성은 뇌의 신경경로가 외부의 자극, 경험, 학습에 의해 구조·기능적으로 변화하고 재조직화되는 것으로 일생 동안 끊임없이 변하는데 특히 새로운 언어나 운동기능 습득이 왕성한 유년기에 신경경로의 활동성이 최대치를 보인다고 알려졌다.

김성구 교수는 “인간의 뇌는 생후 첫 2년 동안 급격하게 발달해 만 3세 때 신경세포를 서로 이어주는 시냅스 연결망의 밀도와 형성이 최고치를 보인다”며 “이 같은 신경의 성숙과정을 고려해 발달에 결정적인 시기인 만 1~2세에 발달장애를 조기 진단하고 치료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발달장애유형 중에서도 언어발달 지연은 만 1세 이전이라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또래보다 말이 조금 늦나 보다 생각해 만 3세 정도까지 기다려보는 경우도 많지만 이때가 되면 이미 언어뿐 아니라 언어지연으로 인한 사회성 발달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간 국내 발달장애 치료는 만 3~4세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김성구 교수(사진)의 연구결과 이미 상당수의 아이들이 만 0~2세에 발달장애를 처음 진단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에서 김성구 교수는 발달장애의 조기 진단·치료를 위한 상시적인 의료비 지원도 뒷받침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상시적인 의료비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편 발달장애의 조기 진단·치료를 위해서는 의료비 지원제도가 개선돼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발달장애 치료에는 부모의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이번 연구에서도 발달장애 아동의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령에 관계없이 발달장애 진단과 동시에 치료와 의료비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장애인으로 등록이 돼야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지적·자폐성장애인은 만 2세 이상부터, 척수·뇌병변장애인은 만 1세 이상부터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다.

게다가 의료비 지원 또한 지자체 재량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모든 발달장애아동에게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지원을 기다리는 동안 치료의 결정적 시기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외국은 발달장애 아동을 조기에 지원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단 한 가지 영역에서라도 또래보다 발달지연을 보이면 관계기관의 조기 개입 대상자가 되며 지역센터에 문의전화를 한 순간부터 반드시 45일 이내 이들을 돕기 위한 서비스가 시행돼야한다고 법적으로 명시돼있다.

김성구 교수는 “우리나라의 발달장애 아동은 7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장애판정 시기의 제한으로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부모들이 장애판정을 미루고자 하는 경향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발달장애를 겪고 있거나 예견되는 아동들이 조기 진단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상시 장애아동 의료비 지원제도가 신설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발달장애의 조기 진단·치료 중요성 외에도 정확히 언제 치료를 시작해야하는지 보다 명확하게 짚어줌으로써 부모들의 인식 증진과 전반적인 치료 환경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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