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최종목표는 ‘집으로의 복귀’…재활의료 전달체계 개선 절실
[특별기고] 최종목표는 ‘집으로의 복귀’…재활의료 전달체계 개선 절실
  •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ㅣ정리·강태우 기자 (burning.k@k-health.com)
  • 승인 2021.01.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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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25년이 되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년층이 총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사회)에 진입합니다. 특히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재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재활의 영역은 다양하지만 특히 노년기 삶의 질 유지를 위해 적절한 재활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재활전문치료기관이 부족하다 보니 재활치료 후 가정 및 사회로 복귀하는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서울의대 재활의학교실 주임교수이자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장으로 활동 중인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 교수의 기고글을 통해 국내 재활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입니다. <편집자 주>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재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해외 국가와 비교해 그 중요성이 저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활은 장애 발생 후 최대한 기능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또 조기에 이뤄져야한다. 무엇보다 재활의 최종목표는 ‘집으로의 복귀’여야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환자가 곧바로 집으로 퇴원할 수는 없어 급성기 재활 후 바로 집으로 퇴원할 수 있는 환자와 중장기적으로 집중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 간 구분이 필요하다. 

특히 집중재활치료를 중기와 장기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중기적으로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재활병원에서 일정기간의 집중재활치료를 거쳐 집으로 복귀시켜야한다.

반면 이들보다 ‘장기적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집중재활치료 후 요양병원에서 요양 및 적응기간을 거쳐 집으로 퇴원하는 체계를 갖춰야한다. 만일 환자상태가 도중에 나빠지면 역순으로 다시 의뢰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체계까지 필요하다. 이런 일련의 ‘재활치료과정'은 의료기관이 서로 협업·연속적 관계 속에서 환자상태와 치료목표가 잘 공유될 때 이뤄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다행히도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심으로 뇌졸중환자가 급성기 병원(뇌졸중환자가 최초로 입원한 병원)에서 퇴원할 때 재활병원이나 지역사회로의 연계를 독려하는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문제는 의료진과 환자의 의사소통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원활한 연계가 가능하려면 의료진들 사이뿐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 간에 적극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프라구축이 절실하다. 

아울러 환자가 최종적으로 집으로 퇴원했을 때 필요한 재활치료를 지속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환경 또한 갖춰져야한다. 현재는 급성기 환자가 병원 외래를 보기 위해서 직접 이동해야하다 보니 큰 어려움을 겪는다. 입원중심의 재활치료를 집 또는 통원하면서 받을 수 있도록 원격협진·진료 등을 활성화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필자가 최근 뇌졸중으로 입원치료 후 퇴원한 환자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활치료가 지속적으로 필요하지만 실제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미충족 수요부분’이 상당함을 확인했다. 특히 퇴원 후 3개월이 되기 전 예상치 못하게 재입원을 한 환자도 20%에 달했다. 

재활의료 전달 체계 개선방향(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재활의료 전달체계 개선방향(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결국 지역사회에서 의료, 복지, 주거 등 모든 서비스가 환자중심으로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이뤄져야한다. 이런 요구 때문에 최근 우리나라도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의 힘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돌봄시스템)’를 시작했다. 하지만 커뮤니티케어가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듯하다. 도시와 농촌의 환경과 자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시는 아파트중심 주거환경에서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농촌은 노인인구가 상대적으로 높아 서로 돌봄을 제공할 입장이 안 된다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성공적인 커뮤니티케어를 위해서는 장애인이나 노인이 집에 머물 수 있는 조건이 전제돼야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왕진방문의료는 물론 ICT기술을 활용한 ‘원격돌봄’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또 사회적기업과 협업해 주거환경개선사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필자는 일본의 한 대학병원을 방문했을 때 장애인의 생활환경에 맞게 특화된 아파트와 병원을 연계해 그들의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심지어 장애인들은 첨단 ICT기술을 활용해 건강상태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재활치료를 제공받았다. 또 응급 시 자동으로 병원과 연결되는 시스템까지 갖췄고 학생들은 일정시간 장애인을 돌보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장학금을 받고 있었다. 

가까운 미래에는 각종 ‘돌봄로봇’이 이 역할을 대신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집으로 퇴원한 환자상태를 각종 기기가 모니터링해 병원으로 보내고 의사와 화상면담 후 처방전을 발행하고 집 앞까지 드론이 약을 배달하는 세상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날이 머지 않았다. 재활난민은 내가 될 수도, 내 자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지금이라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여러가지 제도와 관행이 얽혀있는 현 상황에서 많은 숙의와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바람직한 재활전달체계는 공공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나아가야 할 방향은 확실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린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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